정치∙사회 국회 입성 문턱 높이려는 인니 기득권 정당들 정치 편집부 2024-03-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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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예술가협회 회원들이 인도네시아 국회의사당 앞에서 'DPR의 화장실 활동(Aksi Djamban DPR)'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벌였다. 2015.12(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국회 입성 문턱인 전국득표율 4%를 2029년 차기 총선 이전에 개정할 것을 권고한 것은 민의를 좀 더 섬세하게 반영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국회의 반응은 대체로 그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라고 자카르타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특정 정당이 전국 득표율 4% 이상을 얻어야 해당 정당의 당선자들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선거법은 국민 주권과 선거 공정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다고 본 헌재가 올해 총선까지는 종래의 4% 룰을 그대로 적용하되 2029년 다음 총선 이전에 이를 합리적으로 개정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따른 선거법 개정안이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아슬아슬하게 4%에 미치지 못한 인도네시아연대당(PSI)을 필두로 일부 소수 정당들이 문턱을 4% 밑으로 낮추자는 제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원내를 장악한 기득권 정당들은 오히려 문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원내 입성 기본요건으로 전국 득표율을 내걸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일로 당시엔 2.5% 이상 득표한 정당들만 원내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에는 해당 요건이 3.5%로 올랐고 2019년과 2024년 총선에는 4% 룰이 적용되었다. 전반적인 트렌드가 그간 원내 입성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전국 유권자 2억 명이 모두 투표할 경우 국회 580개 의석 중 1석을 대략 35만 표로 환산할 수 있지만 소수 정당들을 자신들 지지세가 강한 특정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가 아무리 높은 득표를 해도 전국적으로 4%인 8백만 표 미만을 받으면 해당 정당 후보들은 아무도 국회에 입성할 수 없게 되는 구도다.
과거에도 대형 정당들은 국회 문턱을 더 높여 다른 중소정당들의 진입을 제한하고 자기들만의 기득권의 독과점을 공고히 하려 했다. 그래서 골까르당, 나스뎀당, 국민각성당(PKB)은 7%, 투쟁민주당, 그린드라당, 복지정의당(PKS) 등은 5%로 올리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보다 간단한 방법
기득권 정당들은 원내 정당 숫자가 적길 바란다. 그래야 자신들이 차지한 권력배분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스뎀당과 국민각성당은 이번에도 7%를 주장했다. 나스뎀당 중앙위원회 수긍 수빠르워또 위원장은 국회 문턱을 낮추면 개나 소나 정당을 만들어 국회에 입성하려 할 것이므로 오히려 국회 문턱을 높여야 하고 그들이 꼭 원한다면 다른 정당들과 통합하는 방식으로 해당 요건을 채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생정당들이 아무리 서로 합종연횡한다 해도 전국 득표율 7% 이상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생정당들, 군소정당들은 국회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 기득권 정당들의 기본 입장인 셈이다.
분석가들은 각 정당들이 사실 정책적으로는 그다지 서로 다를 바 없지만 변별력이 발생하는 부분은 그들이 이슬람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종교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라고 평가한다. 즉 현재 인도네시아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정당들이 정책과 정체성의 유사성에 따라 통합하여 단 몇 개의 정당으로 추려질 가능성도 이론적으로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골까르당은 국회 문턱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에 대해 이번엔 아직 분명한 의견을 내지 않았지만 선거시스템 개선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 골까르당 부당대표 멜키아스 마르쿠스 므끙은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국회의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을 따를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표 발생
하지만 군소정당들은 국회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그들은 다양한 민의를 더욱 섬세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수권당(PAN)은 기득권 정당들 중 국회 문턱을 낮추는 것을 선호하는 거의 유일한 정당이다. 국민수권당 부당대표 피파 요가 마울라디는 국회 문턱을 높일수록 중소정당에게 표를 준 수백만 명의 민의가 낭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의 경우 투표한 전체 유권자의 7.24%인 1,360만 명의 표가 그런 식으로 사표가 되고 말았다.
그는 국회 문턱을 높이는 대신 정당들의 선거출마 자격을 더욱 엄격히 정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의 출마자격 규정이 너무 느슨하다는 것이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정당들에게 총선 참여 자격을 주는 시점에서 이미 수백 수천만의 표가 필연적으로 사표가 될 가능성이 열린다는 주장이다.
한편 2024 대선에서 전국득표율 4%에 미칠 듯 못 미칠 듯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한 통합개발당(PPP)은 국회진입 문턱을 2.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관련 법규를 자기 입장에 맞춰 끼우려는 것이지만 일단 그 방향만은 긍정적이다. PPP 원내비서 아흐맛 바이도위 의원은 국회가 더욱 다양한 사람들을 대표할수록 더 많은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입장을 합리화했다.
끊이지 않는 논쟁
국회 입성요건인 전국득표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다당제 시스템인 인도네시아 정치환경 속에서 원내 진입 정당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여 정치적 구도를 더욱 단순화시키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해당 요건을 전국득표율 10% 이상으로 정하면 원내에는 투쟁민주당(PDIP), 골까르당, 그린드라당 이렇게 세 개 정당만 남게 된다.
하지만 개혁시대에 들어선 후 그런 극단적인 규정이 세워진 적은 없다. 결국 국회문턱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으로 다당제 상황을 단순화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 정치분석가 아디띠야 뻐르다나는 지난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증명되었던 것처럼 인도네시아의 선거시스템은 필연적으로 국회를 여러 파벌로 찢어놓는 결과를 낳아 왔다고 지적했다.
아디띠야 교수는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이들 정당들이 우리 나라의 정치정당 시스템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갈 것인가 묻는 것인데 그게 분명치 않다. 만약 정말로 다당제 시스템을 단순화하려 한다면 원내 진입정당의 숫자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비슷한 정책과 이념을 가진 당들이 서로 통합하여 합당하는 것이 훨씬 타당한 방법이다. 하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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