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2024 총선 결과와 야당의 미래 정치 편집부 2024-03-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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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대통령 및 입법 총선에서 쁘라보워 수비안또(왼쪽)와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가 투표가 끝난 뒤 무대에 모여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선관위는 개표 과정에서 득표수가 부풀려지거나 실시간 개표상황 게시 프로그램인 시레깝(Sirekap)의
기술적 오류로 발생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힘겹게 마치고 3월 20일(수) 밤, 마침내 투표 최종 집계를 발표했다.
그 결과 당초 표본개표 결과와 같이 투쟁민주당(PDIP)이 가장 많이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국 득표율 16.7%를 기록하며 2,530만 표를 얻었다. 이로서 이번 선거 과정을 거치며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결별하고 차기 정권에서 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투쟁민주당이 입법부에서는 향후 5년 동안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2019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전국득표율이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낼 20% 밑으로 떨어짐에 따라 2024 대선과 달리 차기 대선에서는
다른 당과 제휴해야만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그간 하늘을 찌르던 투쟁민주당의 오만함이
한풀 꺾이는 대목이다.
그 뒤를 전국득표율 15.3%로 2,320만
표를 획득한 골까르당이 바짝 따라붙었다. 골카르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 비해 괄목할 만한 득표율 상승을 보였다.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당선자가 총재로 있는 그린드라당은 2,000만 명의 표를 얻어
국회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의석을 예약했다.
그 다음은 이번 대선에서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를 추대했던 국민각성당(PKB), 나스뎀당, 복지정의당으로 각각 1,610만 표, 1,460만 표, 1,270만 표를 획득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야당에서 여당으로 급선회하며 쁘라보워의 손을 잡은 민주당은 1,120만
표를 얻었고 처음부터 쁘라보워를 지지한 국민수권당(PAN)은
1,090만 표를 얻었다. 이로서 총 8개 정당이
국회 진출 기본요건인 전국득표율 4%를 넘기며 원내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한편 국회에서 19석을 차지하고 있던 통합개발당(PPP)은 580만 표를 얻으며 전국득표율 3.9%로 국회진출 기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국회에서 완전히 밀려나게 되었다.
원래 그린드라당 소속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던 산디아가 우노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통합개발당으로 당적을 옮겼음에도 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한 간자르 쁘라노워 후보가 대선 레이스 3위로 주저앉은 것이 결정적 패착으로 작용했다.
대통령 차남 까에상 빵아렙을 입당 이틀 만에 당대표로 추대하면서 ‘조코위 대통령의 당’이란 슬로건까지 내걸며 대통령 마케팅을 했던 인도네시아연대당(PSI)이나
MNC를 보유한 방송재벌 하리 따누 수디비요의 쁘린도당, 쁘라보워
선거본부 부본부장을 맡았고, 이제 낙선한 진영의 대선결과 불복 청원에 맞서 쁘라보워를 대리해 헌재 법정공방에 나설 전 법무장관 출신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의 성월당(PBB) 역시 전국 득표율 4%에 크게
미치지 못해 원내진출에 실패했다.
쁘라보워는 전국 38개 주 중 36개 주에서 이기며 대선을 압도했으나 그가 총재로 있는 그린드라당은 총선에서 그에 걸맞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고 쁘라보워 캠프로 전향한 민주당도 이전 총선에 비해 오히려 의석 수가 줄었다. 국민수권당(PAN)도 전국득표율이 지난 총선보다 미미하게 오르는 데에 그쳤다.
반면 쁘라보워 진영에서는 골까르당이 유일하게 괄목할 만한 득표율 증가를 보여 그린드라당을 뛰어 넘어 총선 득표 2위를 기록했다.
한편 투쟁민주당은 자당 대통령 후보인 간자르 쁘라노워가 전국 38개 주 어디에서도 수위를 차지하지 못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였음에도 총선에서는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국가연구개혁청(BRIN) 소속 정치분석가 와시스또 자띠는 이번 총선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서도 해당 정당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는 굳이 표를 몰아주지 않는 이른바 ‘정파적 투표’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부자바와 동부자바에서 두드러졌는데 해당 지역 총선에서 투쟁민주당과 국민각성당(PKB)이 각각 대승했지만 그들이 지지한 대통령 후보들은 참패를 면치 못했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투쟁민주당은 중부자바 10개 선거구 중 여덟 군데에서 압승했고 국민각성당은 동부자바 11개 선거구 중 다섯 군데를 이겼다.
와시스또는 이러한 현상이 이전 총선에서는 볼 수 없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격변의 국회
각 당이 획득한 투표가 국회의석 몇 개로 환산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선관위는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이 헌법재판소에서 정리되는대로 최종적인 의석 배분 내역을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꼼빠스닷컴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각 정당 의석수 분배는 대략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투쟁민주당(PDIP) 110석
골까르당 102석
그린드라당 86석
나스뎀당 69석
국민각성당(PKB) 68석
복지정의당 53석
국민수권당 48석
민주당 44석
쁘라보워는 대선 당시 상대편 진영이었던 정당들에게도 차기 정부 연정 참여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는데 실제로 복수의 정치 분석가들은 최소한 국민각성당(PKB)과 복지정의당(PKS)이 쁘라보워가 내민 손을 잡고 여권으로 전향할 것이라 점치고 있다.
총선이 있은 지 일주일이 채 안된 시점에 수리야 빨로 나스뎀당 총재를 만난 조코위 대통령은 나스뎀당이 차기 정부 연정에 참여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보워 대통령 당선자 역시 3월 22일(금) 수리야 총재를 만나 한 번 더 연정 참여를 종용했다.
한편 투쟁민주당은 메가와띠 수까르노뿌뜨리 총재가 연정 참여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익명의 당 중역 한 명은 쁘라보워의 차기 정권에서 투쟁민주당이 야당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와시스또는 만약 투쟁민주당이 단독 야당이 된다면 쁘라보워 정부에 저항할 국회세력으로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며 하물며 국회의장직을 차지하지 못하게 된다면 더욱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의장이란 입법부에서 논의될 의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략적인 위치이며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 해당 직책을 차지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례다.
“강력한 야당의 존재는 인도네시아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긍정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야당이 달랑 한 개뿐이라면 다수 정당들이 참여한 연립정부를 견제하기엔 힘이 딸립니다.” 와시스또는 이렇게 말했다. [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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