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족쇄 차고 감금되는 인도네시아 정신질환자 수만 명 사회∙종교 편집부 2016-03-2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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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한 남성은 정신질환을 앓는 딸의 손발을 묶고 15년 동안 방에 가뒀다. 딸이 악령에 홀릴까봐 두렵고 의사에게 데려갈 돈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딸이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갔다. 이웃 농장으로 들어가 밭을 파헤치고 옥수수를 뽑아 먹었다. 너무 부끄러웠고 내 딸이 또 그런 행동을 할까봐 무서웠다"며 "처음에는 딸의 손목과 발목을 같이 묶어놨는데, 자꾸 풀려고 해서 방에서 못 나오게 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신질환자 수만 명이 족쇄를 차고 감금 당한다는 국제 인권 단체 보고서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인도네시아 정신질환자 5만7000명 이상이 살면서 한 번 이상 족쇄를 차거나 감금당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최소 1만8800명이 이런 관행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를 '파숭'(Pasung)이라고 부른다. 정부는 1977년 파숭을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이를 통제할 예산과 기반 시설이 부족해 악습이 지속되고 있다.
파숭을 당하는 정신질환자는 쇠사슬이나 나무로 만든 기구에 손발이 묶인다. 짧게는 수 시간 동안 족쇄를 차지만 길게는 수 년 동안 손발이 묶인 채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발가벗은 채로 밖에 쫓겨나기도 하고 씻지도 못한다. 좁은 방에 갇히지만 돌봐주거나 청소해주는 사람도 없다.
HRW와 인터뷰한 인도네시아 남성도 자신의 딸을 15년 동안 방에 가뒀지만 청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간 동안 제대로 씻기지도 않았고 옷을 입히지도 않았다. 딸이 외부와 접촉하는 것은 벽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하루에 2번 식사를 공급받거나 동네 아이들이 구멍으로 돌을 던질 때 뿐이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파숭에서 자유로운 인도네시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2019년까지 악습을 근절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지난 2014년 21개 지역에서 1274건의 파숭 사건이 보고됐고, 이 중 93%는 파숭에서 벗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HRW는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는 정신질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HRW은 예산과 기반 시설이 모두 부족해 정신질환자 90% 가량이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 예산 지출 중 보건부에 할당된 비율은 1.5%에 그쳤다. 전국에 정신과 의사는 800여 명밖에 없고 정신병동도 48곳에 불과하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크리티 샤르마는 "정신질환자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은 불법이지만 여전히 광범위하게 계속되고 있다"며 "환자 가족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정부에서도 정신질환자에게 걸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르마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시설에 방문했을 때 남성 직원이 여성 환자를 담당하며 성폭행한 사례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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