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군의 공직 겸직 허용하는 군사법 개정안, 무소불위 '이중 기능' 회귀 논란 정치 편집부 2024-06-1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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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군(TNI) 창설 78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 .2023.10.5(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현재 국회 심의를 앞둔 2004년 군사법 개정안이 수하르또 시절 군이 정부 모든 공직을 겸직하도록 허용한 ‘이중 기능(dwifungsi)’을 부활시키려 한다는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아구스 수비얀또 통합군사령관은 군이 보다 폭넓은 ‘다중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며 오히려 한 발 더 치고 나가 문제가 되고 있다.
비평가들은 아구스 장군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시민 자유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 국방문제를 관할하는 국회 제1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나온 아구스 장군은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군이 국방 이외의 분야에서도 국가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진화해 왔으며 그렇다고 해서 현행법이 정한 합법적인 범주를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제하며 군이 이중기능(dwifungsi)이 아니라 오히려 ‘다중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의 ‘이중 기능’이란 권위주의 신질서 정권 시대에 당시 ABRI라 불리던 인도네시아군의 군인들에게 영토주권을 지키는 고유의 임무 범위를 넘어서 정부의 민간부문 직책까지 도맡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당시엔 심지어 군인이 국회의원을 겸직할 수도 있었다.
당시 수하르또 대통령은 이런 방식으로 수십 년 동안 정치적 반대파들을 탄압하는 도구로 군을 이용했다.
수하르또의 몰락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이 제도가 공교롭게도 이제 그의 사위 쁘라보워 수비안또 전 특전사령관의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려는 것이 어쩌면 단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군사법 개정안이 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신질서(Orde Baru) 시대로 시간을 되돌릴 것이란 우려에 대해 아구스 장군은 군이 파푸아에서 분리주의자들과 싸우고 국익을 위해 머나먼 오지에 의료지원을 나서는 등 이미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안에 참여해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구스 장군은 “우린 안 하는 게 없다. 재해가 발생하면 우리가 제일 먼저 그곳에 달려간다. 그러니 군사법 개정안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인도네시아는 민주주의 국가다.” 라며 군의 민간 공직 겸직을 다시 가능케 하는 군사법 개정안을 적극 옹호했다.
무하마드 헤린드라 국방차관도 이번 군사법 개정안으로 인해 군이 다시 민간부문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근거 없다며 아구스 장군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법과 규정에 따라 돌아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군이 군인을 보내 특정 부처의 직책을 맡도록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군이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개별 부처 및 기관의 요청에 부응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구스 장군이나 헤린드라 차관의 발언은 오히려 군이 민간 영역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사회 구석구석에서 힘을 발휘하려 한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의 실체를 더욱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특히 임빠르시알(Imparsial) 같은 인권감시단체는 아구스 장군이 완전히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빠르시알은 지난 7일 다른 10여 개의 시민단체들과 한 자리에서 “아구스 장군의 말대로 인도네시아가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가진 나라라면 오히려 민간 부문과 군이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군은 전쟁을 준비하고 국가를 방위하는 조직이지 민간영역에 들어가 민생과 국정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냈다.
임빠르시알은 군대가 무엇을 할 것인지 그 임무를 결정하는 것은 군사령관이 아니라 국회와 정부라고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아구스 장군이 먼저 나서 군대의 다중 기능을 이야기할 게재가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아구스 장군의 발언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군의 이중 기능을 되살리려 하는 시도가 사실임을 입증한 것"이라며 그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산적한, 그러나 늘 방치되어 온 군의 수많은 개혁과제들을 풀어 나가는 데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빠르시알과 일단의 인권단체들이 군사법 개정안 조항들 중 가장 각을 세운 부분은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현역 군인을 정부의 어느 부처 어느 직책이든 앉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행 군사법은 현역 군인들이 전역하지 않고도 민간 직책을 맡을 수 있는 부처와 기관을 정치사법치안조정장관실, 국방부, 국가정보국(BIN), 국가회복력연구소(Lemhanas), 국가수색구조단(Basarnas) 등 10곳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지난 5월 28일 본회의에서 문제의 군사법 개정안은 물론, 같은 정도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2002년 경찰법 개정안에 동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차단하고 사이버공간을 제한할 수 있도록 경찰에게 더욱 힘을 실어준 경찰법 개정안 역시 군사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시민들의 자유를 축소하는 입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 측, 더욱 정확히는 쁘라보워의 차기 정부 입맛에 딱 맞을 듯한 이 두 개의 법안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정부 발의가 아니라 국회발의법안으로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조코위 대통령이 ‘국회의 요청에 의거’해 몇 명의 장관들을 정부 대표로 선임해 본회의 심의 전 국회와 세부내용을 협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단 국회와 정부 유관 부처들과의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면 형식적인 본회의 심의를 거쳐 법안이 통과되는 수순이다.
대통령 특별보좌관 디니 샨띠 뿌르워노는 국가사무처(국무부)가 해당 법안을 협의할 정부측 대표들을 선임해 달라는 국회 요청을 지난 7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조코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인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는 문제의 두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곧 다음 단계의 조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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