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포경수술, 필수 아닌 ‘선택’ 보건∙의료 편집부 2012-12-0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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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경수술, 꼭 필요한 겁니까? 만약 한다면 아이에게 언제 시켜야 합니까?”
오래전부터 논란이던 포경수술 논쟁이 최근한 TV 프로에서 또 있었다고 한다. 개중에 포경수술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견은 균형 잡힌 의학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결국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공익에 어긋난다.
포경수술은 전 세계적으로 하는 수술이 아니란 것쯤은 이제 제법 알려졌다.
만약 인류에게 절대적인 필수 시술이라면 의료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하겠지만, 주로 하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 일부에 국한돼 있다. 유대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미국도 과거엔 하다가 급격히 줄었다. 미국이 안 하는 이유를 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져서 그렇다고 둘러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제논리와 시술의 정당성은 일치할 수 없다.
포경수술이 성병 예방에 좋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질병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아프리카 등 후진국의 데이터가 대부분이다. 또 성병 문제에서는 포경 여부가 아니라 문란한 성생활 자체가 제일 중요한 위험 요소다. 귀두의 포피는 그야말로 중요한 성감조직이다. 이를 함부로 제거해선 안 된다. 물론 미용상으로 본인이나 배우자가 포경(귀두가 포피에 덮인 상태)에 혐오감이 심하거나 완전포경으로 배뇨 등이 불편하고 포피염이 만성적이라면 포경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모든 남성이 해야하는 필수적인 수술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포경수술이 당연한 것처럼 광고되고 너도 했으니 나만 안 하면 부끄럽다는 심리를 부추기는 것은 잘못이다. 필자는 성의학자로서 포경수술에 부정적이지만, 특히 이번 글에서는 굳이 해야 한다면 포경수술의 시기에 대해 명백한 선을 긋고 싶다.
애초에 음경, 특히 귀두를 덮는 포피는 충분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포경 상태가 정상적인 모습이다. 제2차 성징으로 남성호르몬의 상승에 성기의 해면체는 발육되고, 호르몬의 영향을 덜받는 포피는 상대적으로 덜 자란다. 성기의 발육에 따라 귀두를 덮던 포피는 자연스레 벗겨지는데, 이것이 자연스러운 남성의 성기 발육이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포경수술을 시키는 부모가 있고, 이를 유도하는 의료진이 있는데 다소 무리다. 포경수술을 굳이 하겠다면 2차 성징을 겪고 성기 발육이 충분히 완료된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옳다. 왜냐하면 너무 일찍 포피를 잘라내 버리면 성기 발육에 비해 포피가 비정상적으로 모자라게 된다. 이는 정상적인 생리에 역행한다. 2차 성징을 통해 성기의 발육이 마무리되면 상당수는 자연히 포경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으니 기다려 보라는 말이다. 2차 성징이 충분치 않은 초등학생 나이에 포경수술은 정말 오버다. 포피의 지나친 제거는 성기 발육을 저해하고 심지어 발기 시 모자란 포피 때문에 당긴다든지 통증을 호소하거나 하는 성감 저하의 이유도 되니 정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포경수술을 무조건 하라는 식으로 몰아가선 절대 안 된다. 이 논란이 계속 반복되고, 또 외국에서 대부분 안 하는 사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란 점을 방증한다. 한국 남성은 외국 남성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굳이 왜 우리 한국 남성만 이런 시술이 필수적인 것처럼 무작정 몸을 맡겨야 하는지, 그것도 어린아이까지 끌어들이는지 여러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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