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23만명 목숨 앗아간 인도양 쓰나미 10주년 맞아 최고관리자 2014-12-2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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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해일'…2개 대륙 14개 국가 피해
2004년 크리스마스를 지낸 다음 날인 12월26일 아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 앞바다 해저를 리히터 규모 9.3의 강진이 뒤흔들었다.
이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는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등 안다만해 연안 국가들을 차례로 강타했으며, 7시간 뒤에는 인도양을 가로질러 예멘, 케냐, 소말리아 등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동부까지 덮쳤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쓰나미로 2개 대륙, 14개 국가가 피해를 봤으며, 23만여 명이 숨지고 500만 명 이상이 재해의 영향을 입었다고 밝혔다.
26일 하루에만 수십만 명이 숨져, 인도양 쓰나미로 말미암은 인명 피해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채 아직 기관마다 달리 집계되고 있다.
인류 사상 가장 참혹한 재앙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양 쓰나미로 진앙에서 가까웠던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만 17만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스리랑카에서 3만5천여 명, 인도에서 1만6천여 명, 태국에서 8천200여 명이 사망했다.
당시 동남아시아 해변에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가를 보내던 아시아, 유럽, 미국 등 외국 관광객들이 많았기 때문에 세계 여러 국가 국민이 사망, 실종되거나 다쳤다. 스웨덴인 554명, 독일인 539명이 사망했고, 한국인도 해변 휴양지인 푸껫 등 태국에서 18명이 숨졌다.
쓰나미에 휩쓸린 국가들은 총 107억3천만 달러의 직간접 피해와 함께 103억7천500만 달러의 복구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
재난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10년이 지났지만 당시의 참사를 잊지 못하고 고통을 앓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낭 해안에 거주하다 변을 당한 줄키플리 모드 누르(53)씨는 최근 현지 언론에 부인 자밀라 마지드(46)씨가 그때를 회상할 때마다 지금도 눈물을 흘린다고 말했다.
자녀 7명 중 5명을 쓰나미에 휩쓸려 보냈기 때문이다. 희생된 아이들의 교복을 간직하고 있는 누르씨는 "모두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들이 떠오를 때면 너무 고통스럽다"며 "그렇다고 그 아이들을 잊을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았던 아체주의 수도 반다아체에는 당시 숨진 4만5천 명을 한꺼번에 묻은 공동묘지가 있다. 일가족 몰살 등으로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희생자들이 너무 많아 구덩이를 파서 불도저로 시신을 밀어넣는 방식으로 4만5천여 구를 묻었던 곳이다.
축구장 만한 크기의 공동묘지 중앙에는 쓰나미의 재앙을 잊지 않기 위해 당시 파손된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보존하고 있다.
태국 남부 해안의 최대 피해지 중 하나였던 팡응아주 반남켐에는 쓰나미 당시 내륙으로 수㎞ 밀려들어온 어선들을 들판에 그대로 세워둔 채 당시를 기억하고 재해 예방의 경각심을 기르기 위한 전시장으로 쓰고 있다.
쓰나미로 인한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북수마트라주 메단에 사는 자말리아(42)와 셉티 랑쿠티(55) 부부는 올해 6월과 8월, 딸 라우다툴 자나(14)와 아들 아리프 프라타마 랑쿠티(17)와 잇따라 감격의 재회를 했다. 자나와 아리프 프라타마는 10년 전 쓰나미가 집을 덮쳤을 때 나무판자를 붙잡고 있다가 실종됐으며, 어부에게 구조된 뒤 입양됐거나 노숙 생활을 해왔다. 자나가 친척에 의해 발견되고나서 이 가족은 우여곡절 끝에 재회했다.
쓰나미는 최대 피해지역인 인도네시아 아체주 등 일부 지역에서 정치,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해안에서 농·어업에 종사하고 있던 서민층이 쓰나미의 여파로 생업 기반을 잃어 200만여 명이 새로 빈곤층이 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쓰나미가 여자들을 남자들보다 4배가량 더 많이 희생시키면서 일시적으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을 초래했으며, 많은 어린이 희생자를 낳았다.
이는 여성과 어린이들이 수영, 달리기, 나무에 오르기 등 피신 능력이 약한데다, 사건 당시 남성들은 고기잡이하러 바다에 나가 있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인도양 쓰나미는 수 십년 간 지속된 내전을 종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각국이 쓰나미 경보체계 구축을 서두르게 하는 등의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 십년 동안 분리 독립 투쟁을 겪던 아체주는 엄청난 복구 노력을 요하는 대재앙 앞에서 중앙 정부와 화해하고 자치를 획득했다.
그러나 '불의 고리'라고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동남아에서 지진과 쓰나미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수마트라섬 파당에서는 2009년에도 진도 7.9의 지진이 발생해 1천여 명이
숨지는 등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 따르면 1629년부터 2014년까지 자국을 강타한 대형 쓰나미는 174개에 이른다.
지질학자들은 수마트라 섬 서부는 리히터 규모 8.8 이상의 강진이 언제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지질학적 '시한 폭탄'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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