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료적 가치 높은 근현대 신문 디지털화 하는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3-03-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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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 사서 아띠까가 도서관이 보관하고 있는 옛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자카르타포스트/Kate Newsome)
인도네시아의 역사 사료로 간주되는 옛 신문들이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 기록보관소에서 자연풍화되고 있어 과거의 흔적이 완전히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이미 물리적으로 너무 낡고 좀먹어 부스러지고 있던 것들이 적지 않다.
신문 기사들을 사진 찍어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들 역시 상태가 나쁘기는 매한가지다.
마이크로 필름은 신문이나 문서를 장기간 보관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으나 그 역시 영원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전세계 도서관들과 기록보관소들은 앞다퉈 소장물들의 디지털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옛 신문들을 스캔하여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놓으면 비로서 영구적인 보관이 가능하고 일반인들이 검색하여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아직 그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여서 국립도서관이 이를 위한 사전 채비와 우선순위 사이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문서와 신문들이 풍화되며 과거의 흔적들도 함께 소멸하고 있다.
종이 자료의 비영구성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은 인도네시아에서 발행된 신문들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곳이지만 대개 각 한 개씩만 카피를 가지고
있고 그 대부분이 2019년에 출범한 도서관의 온라인 플랫폼 카스따라(Khastara)
보관을 위한 스캔 및 업로드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까지 카스따라에 업로드된 소장 신문들은 전체의 약 2.5%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아직 사용자들이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엔
법적인 문제도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인터넷을 통해 이들 과거 신문들을 찾아내고 당시의 특정 기사들을
검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립도서관 문서보존팀 코디네이터 위란뜨나 뜨리따위라스따(Wirantna Tritawirasta)는
국립도서관이 160만 개의 신문을 보관하고 있지만 디지털화에 있어서는 그 우선순위가 일반 도서들에 비해
한참 뒤로 밀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160만 개의 신문들은
모두 희귀본들인데 그중 마이크로필름 작업이 된 것들 중에서 불과 1만1,000개만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네덜란드 왕실 부속 동남아시아 및 카리비안학(學) 연구소 명예연구원
게리 판클린컨(Gerry van Klinken)은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담은 목소리들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는 자연적 풍화와 무관심, 그리고 때로는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래된 신문의 디지털화를 위한 스캔 작업 (사진=자카르타포스트/Kate Newsome)
예전 시대의 역사는 구전으로 전승되어 왔으나 근-현대 역사는 신문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따라서 필수적이지만 인도네시아는 대체로 그러한 보존에 성공적이지 못했다.
판클린컨은 인도네시아의 변두리 지역이야말로 역사연구의 불모지라고 평한다. 특히 NTT 주도인 꾸빵(Kupang)엔
1930년대 이후 9개의 인도네시아어로 신문을 발행되는 신문사들이 있었는데 어느 하나도
오늘날까지 살아남지 못했고 관련 기록들도 모두 사라졌다.
그는 2019년 ‘신문 기록이 사라지면 역사도
죽는다’는 저널기사를 썼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담은 지역적
토착 관점을 담은 신문들이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실상 거의 모두 사라져버린 반면 네덜란드 기록보관소는 당시의 기록들을 고스란이 보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식민종주국의 정복자 논리와 관점에 대항할 인도네시아의 시각을 담은 신문 형태의 사료가 결정적으로
적은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네덜란드의 젊은이들은 역사연구를 위해 가장 완벽한 장소는 네덜란드 기록보관소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곳에 과거 자료가 완벽히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판클린컨은 설명했다. 그렇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현실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보존
국립도서관 희귀신문부에 근무하는 사서 아띠까(Atikah)는 신문이 연약한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그 내용은 인도네시아의 역사 차원에서 매우 가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한 바인더를 펼치자 찢긴
페이지와 마모된 종이 모서리가 책상 위에 우수수 떨어졌다.
“이 신문들의 문제는 인쇄 품질입니다. 이 신문을 만든 사람들은 민족주의, 인도네시아라는 국가, 인권 등에 대한 열망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단지 충분한 돈이 없었던 거죠.” 그는 열악한 신문보존상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종이와 인쇄의 품질이 낮은 것은 당시 작은 지방 출판사와 인쇄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다. 신문들을 마이크로필름으로 저장하는 것 역시 예산이 충분치 않아 값싼 필름 롤을 사용했고 싸구려 종이에 질 낮은
잉크로 인쇄된 신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 자체가 머금고 있던 산도로 인해 점차 저절로 부스러지고 있다.
보관 도서와 신문의 자연풍화와 혼란을 가중시킨 이사와 이동, 뒤섞임이 반복적으로 일어난
결과 현재 국립도서관을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도서관들이 정확히 정리된 소장도서와 물품 목록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판클린컨은
결론지었다.
“사람들이 기념할 목적으로 페이지를 몰래 뜯어 가기도 하고 인쇄된 내용에 기분이 상해 신문을 찢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보존해야 할 과거의 기억들은 모래알처럼 우리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고
있습니다.”
기록보관소 개관, 그러나
여전히 남는 저작권 문제
신문이 그 용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접근하여 검색할 수 있어야 하는데 판클린컨은 이것이 민주화 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자카르타포스트가 접촉해 본 호주와 영국, 국제적 기록검색 프로그램, 국립박물관들은 모두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신문들의 디지털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거기엔 넘기 어려운 ‘소유권 문제의 장벽’이 존재한다.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도 어떤 신문 기사를 카스따라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해당 신문이 발행된 지 50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제약을 받는다.
코넬 대학교 크로치 도서관(Kroch Library) 동남아시아 컬렉션 큐레이터 그레고리 그린(Gregory Green)은 인도네시아 신문들을 디지털화 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해보았지만 모두 무위에 그쳤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주요 은행들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도네시아 전역의 신문 몇 년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파일을 담은 하드 드라이브 한 상자 분을 가지고 있으나 해당 신문사 또는 출판사로부터 저작권 대한 허락을 받지 못했다.
연구자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지만 민간이 접근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려는 이들에게는 온라인에 호스팅하도록 공식적인 허락을 얻지 못하는 한 그 하드 드라이브 속 대량의 자료는 무용지물일 뿐이다.
쉽지 않은 디지털화 작업
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에서 역사적 신문들을 디지털화 하는 작업은 느릿느릿 진행되고 있다.
바스러지는 재질, 그러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사이즈의 종이가 완전히 풍화되어 소멸하기 전에 그 내용을 일일이 스캔하는 작업은 도서관 기록보존팀이 감당해야 할, 그러나 체력적, 물리적, 물류적으로 결코 만만치 않은 과업이다.[자카르타포스트/ 번역 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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