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U-17 유치권 또 다시 위협하는 인니 국내 정치 갈등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3-07-11 목록
본문
북부 자카르타 소재 자카르타국제경기장(JIS). 이곳 인근 지역에는 아직 보행자를 위한 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사진=꼼빠스닷컴/ZINTAN PRIHATINI)
자카르타국제경기장(이하 JIS)이 스포츠 국제표준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가 정파간 논쟁으로 비화되면서 국내 정치 갈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어렵게 얻은 FIFA 청소년 축구대회 유치권을 또 다시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11월 10일부터 12월 2일 사이 열리게 될 FIFA U-17 월드컵 유치권은 원래 페루가 가지고 있었는데 기한 내에 필요한 인프라 시설의 건축을 완료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자 지난 4월 유치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해당 대회를 인도네시아가 유치한다는 FIFA의 결정이 나온 것은 바로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U-17 대회 메인 스타디움으로 유력한 자카르타의 글로라붕까르노(이하 GBK) 스포츠 콤플렉스에 11월 15일 영국 팝밴드 콜드플레이의 콘서트가 이미 예정되어 있어 U-17 경기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JIS를 U-17 토너먼트 주경기장으로 사용하자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관련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안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JIS는 지난해 10월 임기가 만료된 후 야권 대통령 후보로 나선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가 현역 주지사 시절 조코위 정부의 여러 정책에 맞서며 끝내 완공해 내며 큰 애착을 보인 프로젝트로 그가 임기 중 이룬 대표적 위업으로 손꼽힌다.
2024년 2월 아니스와 대선에서 맞서야 할 여권으로서는 선거를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아니스가 만든 JIS에서 성대한 U-17 월드컵 경기를 치러 결과적으로 아니스에게 유리한 선거판세가 만들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만약 JIS의 U-17 경기 진행이 어차피 불가피하다면 JIS에 엄청난 하자가 많아 막대한 정부예산을 들여 하자보수를 했다며 아니스의 실책을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
아니스가 정부 방침을 거역하면서까지 큰 돈을 들여, 그것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와중에 완공한 JIS가 국제표준에 맞지 않아 결국 U-17 경기를 단 하나도 유치하지 못한다면 2024 선거판세는 여권에 극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증명하듯 지난 4일(화) 에릭 또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이하 PSSI)장, 바수키 아디물요노 주택공공사업부 장관, 헤루 부디 하르또노 자카르타 주지사 직무대행이 여러 인프라 전문가들과 함께 JIS를 답사한 후 관련 논란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답사를 마친 관리들은 JIS의 잔디가 FIFA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전면적인 경기장 개보수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JIS만의 문제는 아니다. PSSI가 U-17 경기를 치르기로 계획하고 있는 전국 22개 축구경기장들의 개보수 필요성도 함께 언급되었다.
디또 아리오떼죠 청년스포츠부 장관도 JIS의 개보수를 촉구했고 PSSI 협회장 겸 2024 대선에서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대두되고 있는 에릭 또히르 국영기업부장관도 JIS 개보수 전에 FIFA 요인들과 함께 JIS 경기장을 답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에릭 또히르의 JIS 개보수 계획에 정치적 동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아니스의 지지자들은 에릭이 고의적으로 대수롭지
않은 JIS의 흠결들을 부풀려 아니스를 흠집내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 4일(화) 인도네시아변호사 클럽 포럼에 나온 PSSI 윤리위원회 전 위원 달리 따히르(Dali Tahir)는 PSSI에 경기장 문제를 담당하는 시설담당 이사가 따로 있는데도 에릭 또히르 협회장이 직접 나서 시설 하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협회장이 직접 나서 그렇게 발언한 것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대중에게 주는 임팩트가 크다는 것이다.
에릭은 U-17 유치가 확정되던 시점에 JIS에서 U-17 대회를 치르기로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한 바 있는데 복지정의당(PKS) 대변인 무함마드 익발(Muhammad Iqbal)은 에릭이 JIS 사용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 것은 아니스 바스웨단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함의 발로라고 꼬집었다.복지정의당은 아니스를 2024 대선후보로 추대한 통합을 위한 변화연대(KPP) 정당연합 소속이다.
그러나 에릭은 JIS 개보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일 뿐 정치적 이유로 경기장의 하자를 부각한 것이 아니라며 자신에 대한 비난을 일축했다. 그는 2018년 아시안게임 당시 GBK 경기장의 잔디를 비롯한 모든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개보수가 진행되었음을 상기시키며 이번에도 정부 당국은 FIFA의 국제표준에 부합하도록 22개 경기장을 모두 개보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JIS를 설계한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부로 하폴드(Buro Happold)는 그러한 논란이 있은 후 자신의 웹사이트 JIS 경기장 페이지에서 “FIFA가 공인한”이란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분석가 피르만 누르는 여야 모두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각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니스 지지자들은 U-17 대회에서 JIS가 유용하게 활용되면 이를 부각해 아니스의 유세에 이용하려 하고, 이를 일찌감치 눈치챈 에릭 측에서는 에릭이 JIS를 개보수하여 비로소 U-17 대회에 활용될 수 있었다는 식으로 홍보하며 선수를 치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축구는 인도네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인 만큼 어느 쪽이든 현 상황을 가장 유리하게 활용하는 측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세계적인 사회조사기업 입소스(Ipsos)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69%가 축구팬으로 절대 수치 면에서도 인도네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애호가 인구를 가진 국가로 나타났다.
축구애호가단체 세이브 아워 사커(Save Our Soccer)의 코디네이터 아끄말 마르할리(Akmal Marhali)는 스포츠 인프라보다 정치적 논의가 대세를 이루는 현재의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8일(금) 인터뷰에서 얼마전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했던 것처럼 FIFA가 정치적 문제에 매우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마당에 축구경기에 정치가 더 이상 깊숙이 파고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스라엘 축구대표팀의 참가를 반대하는 국내 목소리가 커지자 그 결과 지난 3월 선수단 안전문제를 이유로 2023 FIFA U-20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당시 에릭 또히르 축구협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FIFA를 설득해 유치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FIFA는 보란 듯이 인도네시아의 해당 대회 유치권 박탈 발표가 내놓아 인도네시아 정계와 스포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공교롭게도 U-17 월드컵은 11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인도네시아의 2024 대선/총선 유세기간과 겹친다. 아끄말은 모든 정당들이 정치와 스포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으면 자칫 유치권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또 다시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장이 국제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하자가 정말 있다면 그걸 정치인들이 떠들지 말고 FIFA 측이 직접 확인하여 발표하도록 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도네시아가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을 당시 보고르의 빠깐사리(Pakansari) 스타디움, 중부자바 수라까르따의 마나한(Manahan) 스타디움 등이 포함되어 있던 해당 대회 경기장 목록에 JIS는 애당초 포함되지도 않았는데 이 역시 당시 정치적인 영향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 이전글찌까랑에 영화-TV 산업 진흥 위한 무비랜드 개관 2023.07.12
- 다음글인니 U-17 월드컵 개최국 지정...자카르타국제경기장 활용 방안 검토 2023.07.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