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의 국제적 인식 제고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4-10-1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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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1일 자카르타 K-book 전시회에 한강 작가의 작품(인도네시아판)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등이 진열되어 있다.(사진=배동선 작가)
* 이 기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10월 12일자 자카르타포스트에 실린 논평 전문입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국의 한강 작가는 비교적 뒤늦게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나 그녀의 대표작이 마침내 영어로 번역되자 그 후 불과 9년 만에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한국에서 2007년 출간된 그녀의 작품 ‘채식주의자’는 스스로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기도 한 그녀의 아버지가 ‘곧바로 서랍 속에 들어가 묻혀버릴 종류의 책’이라 말한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영어 번역본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지만, 2016년 마침내 영문 번역판이 출간되자마자 그해 국제적 권위를 가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이후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각국에 소개됐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월 10일(목)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결정하기까지 17년 동안 채 백만 권도 팔리지 않았다. 여기엔 한국인의 상대적으로 낮은 독서율과 쇠약해 가는 한국 도서인쇄산업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독자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마치 그간 ‘낭비되어 버린 시간’을 보복적으로 벌충하듯 서점으로 몰려가 그녀의 소설과 시집, 단편집들을 쓸어 담았다.
한강 작가는 그간 노벨문학상 유력 수상후보 목록에 올라 있지 않았기에 지난 목요일 한림원의 발표는 충분히 충격적이어서 케이팝과 오징어게임의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고 문학적 생동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한국문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문학에 비해 국제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그리 높은 인지도를 누리지 못했다.
“나는 한국문학과 함께 성장했고 깊은 친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수상이 한국문학 독자들과 친구들,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수상 발표 후 한림원 관계자를 만난 한강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며
문학비평가안 오정엽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팝 문화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전세계 팬들에게 한국문학을 알리기 위해 오랜 세월 번역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온 그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18번째 여성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올해로 53세를 맞았다. 그녀는 광주에서 태어나 열 살까지 거기서 살다가 아버지 한승원씨와 함께 서울로 이사했다. 그래서 1980년 5월 군사 쿠데타에 이어 벌어진 광주항쟁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과 비무장 시민들이 군사정권에 의해 학살당할 당시 한강은 광주를 벗어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당시 민주화 봉기가 군화발에 짓밟혔던 역사적 트라우마를 되돌아 조명했다. 작품의 내용을 반영해 ‘소년이 온다’의 영문 번역판엔 ‘Human Acts’ 즉 ‘인간의 행위’라는 제목이 달렸다.
*인도네시아판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사물을 잘 분간하지 못하는 ‘야맹증’이란 의미의 ‘Mata Malam’이란 제목으로 번역됐다.
한강 작가는 당시 사건에 대해 인간이 처참할 정도로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도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조차 걸 수 있는 존재라는 복합적인 난제가 그녀의 인생에 깊은 각인을 남겼다고 2021년 이야기한 바 있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5월의 광주를 관통할 수밖에 없고, 언제나 그렇듯 그 통과방식은 글쓰기일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한강 작가를 한 마디로 묘사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한강은 시적 감성으로 글을 쓰는, 훌륭한 젊은 작가’라고 답했다. 해안가 고향마을을 주된 배경으로 많은 소설을 쓴 아버지뿐 아니라 한강 작가의 오빠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케이팝 스타의 축하 메시지
연세대학교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 후 한 문예지에서 일했던 한강은 1993년 시집을 내며 작가로 데뷔했고 곧이어 단편집도 출간했다.
개인적이면서도 은둔적이진 않고, 부드러운 말투를 쓰는 한강 작가는 소설은 물론 단편집, 아동도서 등을 출간하면서 한국 문단에서 늘 상당한 존재감을 유지했다.
그녀는 노벨문학상 수상발표 다음 날인 10월 11일(금) 창비출판사를 통해 내놓은 서면성명을 통해 별도의 기자회견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리며 ‘하루 종일 거대한 파도처럼 답지한 따뜻한 축하에 크게 놀랐고 또 깊이 감사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녀의 최근작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에서 2021년 출판됐고 영문판은 ‘We Do Not Part’라는 제목으로 내년에 출간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공산당 척결이라는 모토로 1940년대에서 1950년대 초반까지 제주도에서 자행된 또 다른 학살사건, 4.3 사건과 그 후 필연적으로 뒤따른 고통과 후유증의 연대기를 담았다.
이 작품은 작년에 프랑스어로 먼저 번역되어 메디치상 외국문학상(Prix Medicis for foreign literature)을 받았다.
한강 작가는 맨부커상 외에도 ‘소년이 온다’로 이태리의 말라파르테 문학상(Premio Malaparte), ‘채식주의자’로 스페인의 산 클레멘테소안 주교상(Archbishop Xoan de San Clemente Prize)을 각각 받았다.
군시절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며 BTS의 뷔가 목요일 축하메시지를 SNS에 올림에 따라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더 큰 인기를 누리며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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