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정신질환자 차별과 낙인 방지하는 보건법 시행령 발효 보건∙의료 편집부 2024-08-2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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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국 자살 등록부를 만들고 정신건강 이슈를 가진 이들에게 족쇄 채우는 것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 심리학자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해 현장에서 보다 철저하고 세심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자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제정된 보건법의 시행령으로 정부령(PP) 28/2024호를 지난 7월에 내놓았다. 해당 정부령은 전국적으로 자살 시도자 및 사망자 통계를 기록한 자살 등록부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자살 등록부에는 자살을 시도한 이들 개개인의 성별, 나이, 자살장소, 방법과 동기 등 세부 내용들이 기재된다. 해당 데이터는 경찰청 데이터베이스, 주민등록국, 통계청(BPS), 각급 보건기관에서 수집해 보건부가 관리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살사건들을 신속히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국가 차원에서 자살예방전략 수립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간꼼빠스의 조시가관인 꼼빠스 연구개발국(Litbang Kompas)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한 해에 1,200명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904명에 비해 35%, 2021년 629명에 비해 94%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동남아 메디컬 저널인 란셋 지역보건(The Lancet Regional Health) 2월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 2018년 기간 중 보고된 자살사건에 비해 보고되지 않은 사례가 850%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자살충동을 보인 사람들에게 찍히는 낙인 효과를 두려워해 자살 시도자 가족들이 사건 신고를 꺼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개 자살자 또는 자살시도자들이 도덕적, 종교적 발육이 부진해 그런 일을 벌인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우세하다. 그것이 인도네시아인들이 자살 사건을 바라보는 평균적 시각이다.
예방 노력
자살 등록부를 만드는 것과 별개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시행령은 매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자살사건에 대한 보도를 책임감 있게 다뤄야 하며 자살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나 물품, 장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등 자살 방지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당국은 자살예방 핫라인을 설치해 자살시도가 우려되는 이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존자 그룹들을 통한 지원, 생존자 대상의 정신건강 치료도 제공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족자 소재 사나따 다르마 대학교 심리학 교수 시스와 위디얏모꼬는 자살 등록부를 만드는 정부의 노력에 갈채를 보내면서도 그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적절히 관리하고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살을 시도한 것이 알려지면 그 당사자에게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거나 소외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살 등록부를 만드는 것은 추가적인 자살시도를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한 좋은 방편이지만 해당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시스와는 재차 강조했다.
인도네시아가 새로운 기술을 대체로 빨리 채택하는 편이지만 그로 인한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가 단위에서 디지털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데이터 유출사건이 흔히 발생하고 있어 정부 당국은 국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방법을 신속히 모색하고 고안해 내야 한다.
작년만 해도 인도네시아 최대의 이슬람 대출은행인 샤리아 인도네시아 은행(BSI)이 해킹 당해 1,500만 명의 계좌정보가 털렸고 2021년에는 보건부의 코로나-19 앱이 해킹 당해 130만 명의 보건정보와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손발을 묶는 규제들
이번 정부령은 적극적인 자살예방 조치들 외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족쇄, 방치, 폭력, 착취, 차별, 낙인을 금지한다.
정부가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을 옭아맨 족쇄를 풀어주고 그들이 심리상담 등 필요한 도움과 회복을 위한 장소, 혹시 살 곳이 없다면 거주지를 제공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애당초 정신질환자들을 구속하거나 속박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에 반하는 일들이 관행처럼 벌어져왔고 특히 제대로 된 정신건강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외딴 지역에서는 더욱 심한 속박이 이루어지곤 한다.
임상 심리학자 니르말라 이까(Nirmala Ika)는 정부가 이제야 정신질환자들에게 보다 인도적인 치료를 보장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접어들었다고 전제하면서도 실제로 정신질환자들의 족쇄를 풀어주려면 격오지를 포함해 전국 모든 지역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광범위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탄탄하게 구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에 설치된 보건소에 정신건강 서비스가 탑재되어야 하며 정신질환도 올바른 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니르말라는 환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교육을 실시해 환자의 회복, 재발방지, 환자가 자칫 자신과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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