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자카르타 시내에서 벌어진 자경단 난입 사건들과 배후 사회∙종교 편집부 2024-10-0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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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이 2024년 9월 27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세계기후파업에서 구호가 적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지난 주 일단의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여러 건의 공개토론에서 난장을 부려 행사를 중단시키거나 평화적 시위대와 충돌해 해산시키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진 것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공권력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그런 상황을 철저히 외면한 경찰의 의도적 무관심이 두드러져 그 배후에 시민자유를 억압해 임기 말까지 최대한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모종의 시도가 숨어있을 것이란 의혹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사건은 지난 9월 27일(금) ‘물요노 정권이 저지른 일곱 개의 대죄’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부 자카르타 소재 멘뗑 공원에서 ‘세계기후파업(Global Climate Strike)란 제목으로 열리던 평화적 집회가 공격을 받은 일이다.
‘물요노’란 조코위 대통령의 개명 전 본명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부모는 과거 그 물요노란 이름이 불운과 질병을 가져온다고 믿어 건강을 뜻하는 ‘위도도’로 아들의 이름을 개명했는데 최근 조코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왕조를 공고히 구축하기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그를 비판하는 세력들 사이에 물요노라는 이름이 다시 부활하여 일종의 트렌드를 이루었다.
인도네시아 법무지원재단(YLBHI)이 9월 28일 내놓은 성명에 따르면 현장에 나타난 일단의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해산!’이라 외치며 공격해 시위대가 가지고 있던 마네킨, 포스터, 배너, 확성기 등을 빼앗으며 난장을 벌였다. 한편 시위 내내 주변에서 지켜보던 경찰관들은 그런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지만 이를 관망하기만 했다.
남부 자카르타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조국 포럼(Forum Tanah Air) 토론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유독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비평가 아브라함 사마드(Abraham Samad)와 사이드 디두(Said Didu)가 토론 패널로 나서 국가적 이슈들을 주제로 다루던 중 일단의 폭력배들이 행사장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며 사람들을 쫓아내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검은 9월(The September Hitam) 행동’ 이라 자칭한 단체는 본격적인 시위를 위해 남부 자카르타 두꾸 아따스(Dukuh Atas) 소재 스케이트 파크로 장소를 옮기다가 제대로 뭔가 시작하기도 전 경찰에 의해 해산당했다. 검은 9월 행동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인권침해 사례, 특히 조코위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던 지난 10년 사이 벌어진 사건들을 조명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편 중부자바의 빠띠(Pati)와 남술라웨시의 따나울루(Tanah Wulu) 주민들은 각각 서로 다른 기업들과 농지분쟁을 벌이던 중 유사한 억압 행위를 당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는 9월 30일(월) 평화적,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고 파괴하려는 자경단의 폭력을 코 앞에서 직접 목도하고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경찰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또 다시 보여주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들은 문제의 조국 포럼이 열린 호텔 앞에서 자경단 대표로 보이는 인물이 경찰과 악수를 하고 서로 껴안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존재도 언급하면서 그렇다면 저 조국 포럼 공격을 지시한 배후가 과연 누구냐 다그쳤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지부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이 이날 벌어진 폭력적 위협 행위를 철저히 수사하고 가해자들과 이를 묵인한 경찰관들을 엄중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들은 법무 문제를 관할하는 국회 제3위원회가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이 제대로 경찰을 이끌고 있는지 즉각 평가작업을 시작하여 국가가 인권 전반을 수호하는 대에 진심임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면원회는 그간 인도네시아에서 255건의 협박과 482건의 물리적 공격이 인권운동가, 학자, 언론인, 원주만 공동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자행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정책연구옹호연구소(ELSAM)는 조코위 대통령의 두 차례의 임기 동안 시민자유가 지속적으로 후퇴한 것을 지적하며 최근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벌어진 일련의 위협과 폭력이 그러한 사실을 새삼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경찰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철저히 조사해 자경단들이 배후의 사주가 의심되는 폭력사건을 또 다시 일으키지 못하도록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ELSAM은 국가인권위원회(Komnas HAM)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집회의 자유, 결사의 자유, 평화적 표현의 자유 전부를 포괄하는 인권보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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