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도네시아 '국가시험' 부활 계획에 대한 엇갈린 반응 사회∙종교 편집부 2024-11-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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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원격수업하는 학생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새로 설립된 초중등교육부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시험이 폐지된 후 몇 년 동안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저하되었다는 보고서가 연이어 나오자 학생들 학습 의욕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국가시험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10월 21일 임명된 압둘 무띠 초중등교육부 장관은 지난 주 초부터 국가시험 부활을 검토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 교육 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개발하려 했던 나딤 마까림 전 교육문화연구기술부 장관의 대표 정책인 ‘므르데까 학습방식’(Merdeka Belajar)을 포함한 다른 여러 정책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오토바이 택시사업으로 시작해 유니콘 IT 기업으로 성장한 고젝(Gojek)의 공동 창립자이자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자인 나딤은 2019년 교육문화부 장관에 임명된 후, 학생들의 국가시험을 없애고 이를 국가평가 방식으로 대체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들을 다수 도입해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국가시험의 경우 광대한 인도네시아에서 지역에 따라 필연적으로 학습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학생들이 수학, 영어, 인도네시아어 및 몇몇 기타 과목의 표준화된 시험을 치러야 해 지방이나 격오지 학생들의 불이익이 당연한 것처럼 뒤따랐다. 한편 국가평가의 경우 각 학교에서 소수의 학생만이 문해력과 수리 역량에 초점을 둔 표준시험을 치르게 된다.
그런데 국가평가로 전환한 것이 혁신적, 혁명적 변화라는 평가가 대세인 반면 일각에서는 국가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학업역량 향상에 딱히 기여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15세 학생들의 독해, 수학 및 과학 문해력을 측정하는 국제 학생평가 프로그램(PISA)에서 인도네시아는 국가시험이 폐지된 후 모든 부문에서 점수가 하락했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PISA 시험에서 독해 355점, 수학 359점, 과학 376점을 기록해 랭킹 중하위권에 머물었는데 이는 2018년 각각 371점, 379점, 396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10~20점 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나딤 장관은 국가시험을 국가평가로 바꾸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한 학습 손실이 컸다고 PISA 랭킹 하락의 이유를 분석했다.
늘어나는 요구
지난 9월에 유숩 깔라 전 부통령은 나딤 장관이 국가고사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을 비판하면서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왔던 국가시험을 폐지한 이후 인도네시아의 교육 수준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졌다며 이를 되살리자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온라인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교육, 과학 및 기술 부문을 감독하는 국회 제10위원회 소속 보니 뜨리야나 의원도 국가시험을 전국 단위로 다시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국가시험이 부활하면 전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도록 보장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별 학습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모든 지역의 교육 인프라와 교사들의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하지만 교사 노조들은 국가시험 부활 화두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즉시 밝혔다. 교육교사 협회(P2G) 코디네이터인 사뜨리완 살림은 국가시험이 특정 과목만 측정하고 나머지 분야에서의 학생 성취도를 완전히 무시하는 방식이므로 오히려 개개인의 학업 능력과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과거처럼 국가시험 통과를 상급 교육기관 진학의 필수 요소로 사용하게 된다면 과외교사나 별도의 학원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배경을 가진 고소득 가정의 학생들만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결국 학교와 교사들이 학생들의 전인교육과 학업 전반을 장려하지 못하고 국가시험만을 위한 교육전략을 세워 시행하는 곳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역별 교육 인프라와 교사들의 역량이 실제로 엄청난 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학교에서 쌓아온 수년간의 학습을 단 한 번의 시험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교사연합(FSGI) 사무총장 헤루 뿌르노모는 과거에 국가시험의 압박으로 학생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지어 필사적으로 부정행위까지 저질렀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국가연구혁신청 (BRIN) 교육 전문가 앙기 아쁘리안샤는 국가 시험을 부활시키면 학습격차의 문제, 시험 중 발생하는 부정행위 등 오래된 문제들 역시 덩달아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가시험 부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교육 당국이 학생들을 시험으로만 평가하려 하지 말고 학생들에게 문해력, 수리능력, 과학을 가르치는 방식의 개선, 교사역량과 복지 개선 등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정말 국가시험 부활을 고려한다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관련 학계의 조언을 구하는 것을 포함한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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