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개인 정체성보다 실적과 공약에 표를 준 지방선거 유권자들과 선전한 소수자 후보들 정치 편집부 2024-12-1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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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리 쪼안다와 故 베니 라오스
40세의 셜리 쪼안다(Sherly Tjoanda)는 지난 달 4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던 북말루꾸(North Maluku) 주지사
선거 유세 중 갑작스러운 스피드보트 폭발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베니 라오스 후보의 부인으로 죽은 남편 대신 휠체어에 앉은 채 주지사 후보로 선거에
뛰어들었다.
셜리는 무슬림이 다수인 북말루꾸에서 그리 많지 않은 기독교인이었고 소수 민족에 속하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이었으므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선거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셜리 역시 폭발사고 당시 현장에서 남편과 함께 사고를 당해 무릎
아래로 심한 화상을 입었으나 남편을 잃은 슬픔을 딛고 하나님의 은총 아래 있는 북말루꾸의 수십 만 명을 위한 것이라며 선거에 대신 나섰다.
그녀는 정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8개 정당의 지지를 받았고 향토 정치인 사르빈 세헤를 러닝메이트로
삼아 뜨르나떼에서 북할마헤라까지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면서 목발을 짚고 전통시장을 방문하고 장애인 커뮤니티를 만나는 일정을 소화했다.
투표일 2주 전인 11월 10일 실시된 여론조사기관 인디까또르 뽈리띡 인도네시아의 설문조사에서 그녀는 이미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고 선거
직후 진행된 표본 투표소에서의 신속개표 결과에서도 50%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세 후보들을
넉넉히 앞섰다.
하지만 아직 본개표가 진행 중이고 실제 개표결과는 12월 중순에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만일 당선이 확정되면 셜리는 북말루꾸에서 선출된 첫 여성 주지사가 된다.
한편 중부자바 주도인 스마랑에서는 투쟁민주당(PDIP) 후보로 출마한 카톨릭 신자 아구스티나
윌루젱(Agustina Wilujeng)이 스마랑 시장 선거 승리가 유력하다. 2파전으로 치러진 스마랑 시장선거의 본개표가 12월 5일(목) 이미 완료되었는데
아구스띠나는 57%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구스띠나는 2014년부터 두 차례 연거푸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그녀는 가톨릭 청년 공동체 집행위원회의 일원이며 스마랑 반유마닉 지역 성당에 등록된 교인이다. 스마랑의 카톨릭 신자는 전체인구의 10%에 불과하며 전국적으로는 2억8천만 명의 인구 중 불과
3%를 차지한다.
정치분석가 아디 뿌라잇노는 셜리와 아구스띠나의 승리가 유권자들의 합리적 후보 선택 능력이 괄목할 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즉 종교나 민족-부족이 후보자들을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라 그들이
이룬 실적과 공약을 보고 표를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권운동단체 인도네시아 여성연합(KPI)의 미끄 베라와띠 사무국장은 과거 주로 남성, 자바인, 무슬림, 왕족이나
귀족 출신 등 특정 정체성을 보고 투표하던 경향을 벗어나 이제 셜리나 아구스띠나 같은 인물들에게 다수표가 몰리기 시작했다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선출될 여성들과 소수민족들의 승리를 환영했다.
여성이자 카톨릭 신자인 아구스띠나는 2중 소수자, 여성, 기독교, 화교인 셜리는 3중
소수자라 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당선은 인도네시아 정치사에서 작지만은 않은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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