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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말레이 당국, 김정남 살해 인니 여성 공소취소 후 석방 사회∙종교 편집부 2019-03-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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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인도네시아인 여성 시띠 아이샤(27·여)가 검찰의 기소취하로 석방된 뒤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재판부, 무죄선고 없이 즉각 석방…조만간 귀국 예정
베트남인 여성도 공소취소 될 듯…재판 연기 후 절차 밟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말레이시아 검찰의 공소 취소로 자유의 몸이 됐다.
 
11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담당해 온 이스깐다르 아흐맛 검사는 인도네시아 국적자 시띠 아이샤(27·여)에 대한 살인혐의 공소를 취소했다.
 
시띠의 변호를 맡아 온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사건이 종결된 만큼 즉각 석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이날 오전 시띠를 석방했다.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는 주장을 입증하더라도 과실치사 등 다른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뒤집힌 것이다.
 
현지 법체계상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같은 혐의로 다시 체포되는 것도 법리상 가능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시띠는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1·여)과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시띠는 석방 결정이 내려지자 법정에서 흐엉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법원 앞에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타면서 기자들에게 "놀랐고 정말 행복하다. 전혀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루스디 키라나 현지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에 감사한다면서 "처음부터 그녀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었지만 재판부와 법을 존중해 말을 아껴왔다. 대통령을 필두로 우리 정부는 그녀가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고 말했다.
 
시띠는 현지 인도네시아 대사관으로 이동했다가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귀국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검찰과 재판부는 기소취하와 석방 결정의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경찰에 붙들린 흐엉과 시띠는 불쾌한 냄새가 나는 기름 같은 느낌의 물질을 얼굴에 바른 뒤 카메라로 반응을 찍어 방송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말레이 검찰은 김정남을 살해할 당시 두 여성이 보인 모습이 '무고한 희생양'이란 본인들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면서, 독극물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샤알람 고등법원 재판부도 작년 8월 두 사람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자기 변론에 나설 것을 지시했던 만큼 검찰의 기소취하 결정은 상당히 갑작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현지에선 흐엉 역시 기소가 취하돼 조만간 석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한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초 이날 법정에서 처음으로 직접 증언대에 설 예정이었던 흐엉은 재판을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
 
흐엉의 변호를 맡은 히샴 테 포 테익 변호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시띠만 공소가 취소돼 석방되자 흐엉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불공정한 결정이라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흐엉은 기자들에게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난 결백하다 날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공소취소를 요청할 시간을 달라는 흐엉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시띠가 전격 석방된 데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시띠와 흐엉이 타국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린 '무고한 희생양'이라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다.
 
말레이시아 형법은 고의적인 살인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두 나라와 갈등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두 사람을 무죄로 판결하면 북한 정권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는 모양새가 돼 북한 측의 반감을 살 수 있다. 이는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말레이시아는 이런 딜레마 때문에 사건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길 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띠가 먼저 석방된 데는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바르는 장면이 공항내 CCTV에 잡힌 흐엉과 달리 공격하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가 내달 17일 총·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공을 들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자국민이 피해를 입어선 안 된다면서 최근 시띠의 송환을 요구하는 서신을 말레이시아에 보냈고, 지난 8일 이를 허용한다는 답신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인권장관은 이 서신에서 "아이샤는 속았고, 북한 정보요원의 도구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아이샤는 이 행동으로 어떤 이득도 얻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시띠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리재남(59), 리지현(35), 홍송학(36), 오종길(57) 등 북한인 용의자 4명은 범행 직후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정남이 아닌 '김철'이란 이름의 자국민이 단순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리재남 등 4명은 그가 숨진 시점에 우연히 같은 공항에 있었을 뿐이란 입장이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아 왔다.
 
마하띠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지난달 이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평양의 주북한 말레이 대사관을 다시 운영하는 등 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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