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이슬람주의’ 대중음악 규제…인도네시아 뮤지션들 몸살 문화∙스포츠 편집부 2019-03-1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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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자카르타 길거리에서 자유로운 뮤지션들을 더 이상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슬람 원리주의 의원이 발의한 규제 법안으로 인도네시아 대중음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등 대중음악 옥죄기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하원 10위원회(Commission X)가 음악산업 규제 법안 초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주요 골자는 자극적인 가사와 함께 반(反) 이슬람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헤비메탈· 펑크락 등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대중음악 분야의 보호 무역주의도 한 몫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해외 팝송에 영향을 받았거나 자극적인 가사가 포함된 음악이 검열되고, 반이슬람적 음악 공연도 금지된다. 이 법안은 올해 국가입법계획(Prolegnas)에 포함된 것으로 입법 우선권을 가져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문제는 검열 기준이 주관적이라는 점. 이에 뮤지션들은 반이슬람주의라는 명목 하에 음악의 다양성을 규제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션 출신이자 탈권위주의 학자인 히크마완 새풀라 씨는 “음악산업 규제 법안 초안은 인도네시아 음악계의 미래와 민주주의를 모두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션에 대한 억압이자 착취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같은 법안의 핵심 입안자가 전직 팝 가수인 아낭 헤르만시아라는 점. 헤르만시아는 이슬람 정당을 표방하는 제3야당 국민수권당 소속이다.
법안 초안의 5번째 조항은 특히 논란이 되고 있다. 5조에 따르면 ‘뮤지션들의 폭력과 위법을 조장하는 행위, 음란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 및 외국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들여 다른 사람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모든 음악 기획자 및 행사는 정부를 통해 검열되며, 음악 배급자는 등록된 사업 허가서를 취득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어만을 사용하며, 종교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외국의 신념이 포함된 음악도 규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슬람주의를 문화 전반에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목을 조르는 모양새다.
제러미 윌래치 그린스테이트대학 인류학 교수는 “야당이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뮤지션들의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를 의식해 대중적 영향력을 제한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조꼬 위도도 대통령은 주지사 시절 그룹 메탈리카의 싱가포르 공연을 찾아다닐 정도로 헤비메탈의 광팬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총선에서도 제이슨므라즈, 스팅 등 해외 뮤지션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윌래치 교수는 “불공정 무역행위 규제와 보호 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인도네시아 음악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초안과 관련한 뉴스가 나오고 얼마되지 않아 262명의 뮤지션들은 이에 반대하는 전국연합체를 결성했다. 가수 다닐라 리야디는 초안에 인도네시아 뮤지션들의 투명성과 자유를 억압하는 19개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며 온라인 탄원을 시작했다. 리야디의 청원은 700명 이상 뮤지션들의 지지에 힘입어 3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상태다. 이들은 자카르타는 물론 반둥·말랑·수라바야 등에서 토론 포럼과 함께 시위를 조직하는 등 법안 통과 저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음악은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정치운동의 핵심 수단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자카르타는 재즈·헤비메탈·펑크락부터 힙합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대중음악의 중심지로 꼽혀왔다.
음악적 표현의 침해는 문화 정체성 훼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뮤지션들의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4월 17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슬람주의 ‘대중문화 옥죄기’ 법안이 제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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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작성자님의 댓글
원문작성자 작성일
원문 작성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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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님의 댓글의 댓글
편집부 작성일넵 조치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