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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민주주의의 위기: 정부 비판자들에 남발하는 민-형사 소송 정치 편집부 2021-09-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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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사와 폭력피해자 조사위원회(Kontras) 코디네이터인하리스 아자르(HarisAzhar)가 2021년 8월 5일 대통령궁 앞에서 벌어진 #MelawanGelap (#어둠과의 투쟁)이라 명명한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구속된 인도네시아 마약왕 프레디 부디만(Freddy Budiman)이 가진 마약 네트워크에 군,경찰,국가마약국의 고위 간부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Antara/Akbar Nugroho Gumay)
 
최근 고위 각료 두 사람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높인 사람들을 법적 조치로 대응한 것에 대해 시민사회단체(CSO)들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활동가들은 인권운동가들과 반부패활동가들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이 줄을 잇는 최근 상황에 대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사회전반에서 눈에 띄게 위축된 시민자유가 이제 바야흐로 바닥을 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형사소송들
지난 9월 22일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해양투자조정부 장관은 로카타루 재단(Lokataru Foundation) 하리즈 아자르 대표이사와 실종사및 폭력피해자 조사위원회(Kontras)의 코디네이터를 유튜브 채널에서 언급한 발언들을 빌미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두 명의 인권운동가들이 파푸아의 인딴 자야(Intan Jaya) 지역에서 크게 증가한 군사활동의 배후에 루훗을 비롯한 고위 관료 여러 명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유튜브로 방송하자 육군 삼성장군 출신인 루훗 장관이 곧바로 이들을 온라인 명예훼손 혐의로 걸어버린 것이다.
 
고위 관료들의 연루 개연성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내놓은 “파푸아 병력 배치의 정치경제적 함의:인딴 자야 케이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다.
 
루훗 장관은 두 활동가들에게 1천억 루피아(약 81.3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하면서 자신이 소송에서 이긴다면 해당 배상금을 파푸아인들에게 기부하겠다는 발언도 내놓았다.
 
루훗 장관은 파티아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쓰는 ‘장난치고 있다’는 표현에 대해 특별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파티아는 ‘요즘 루훗이 파푸아 광산업계 주변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면서 그라스버그(Grasberg) 광산과 와부(Wabu) 북서쪽에 위치한 인딴 자야 소재 더레워 강사금채취 프로젝트 허가 보유사인 마디나 쿠라타인(PT Madinah Qurrata'ain)과의 연루설을 제기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엔 루훗 장관이 주주로 참여한 토바 스자뜨라(PT Toba Sejahtera) 소유, 토바콤 델 만디리(PT Tobacom Del Mandiri)가 마디나 쿠라타인의 주 30%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루훗 장관의 법무팀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 루훗 장관 측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하리스와 파티아에게 공개 설명과 사과를 요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루훗 장관은 "다시 상기시키지만 이 세상에 완전한 자유 같은 건 없다. 어떤 일을 하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하고 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난 그들에게 해당 음모론에 대한 증거를 내놓으라 요구했지만 그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가르쳐주지 않으면 배우지 못하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송까지 할 필요 있느냐고 만류했지만 난 그 제안을 분명히 거절했다. 스스로 공인이라 뻐기는 사람들이라면 함부로 무책임한 발언을 내놓는 것을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가르쳐 주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비판자들에게 소송을 건 관료는 비단 루훗 장관만이 아니다. 물도코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8월 20일 인도네시아 부패감시기구(ICW) 활동가인 에기 쁘리마요가(Egi Primayogha)와 미프타출 코이르(Miftachul Choir)에게 비슷한 법적 위협을 가했다.
 
물도코가 원래 가축용 구충제인 이버멕틴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하여 지대추구 행위를 했다고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지대추구(地代追求)행위’란 생산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으로 자원 배분과 관련된 법적·제도적 환경을 바꿔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 통합군사령관이었던 물도코 비서실장은 이러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9월 10일 정식으로 경찰에 명예훼손 고발을 접수했다.
 
공포 분위기 조성
하리스의 법무대리인은 하리스와 파티야가 유튜브 채널에서 주장한 바에 대해 루훗 장관이 명시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과 요구를 거절했다.
 
정말 실수를 했다면 사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소송을 포함한 어떠한 리스크도 감수하고 진실을 밝힐 것이라는 의뢰인의 의지를 전달한 것이다.
 
동료 활동가들도 하리스와 파티아를 응원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AII)의 우스만 하미드(Usman Hamid) 대표는 국가 고위 관료가 일반시민들에게 소송을 거는 것이 매우 윤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비판자들에게 형사소송으로 반응하는 정부의 나쁜 버릇은 국민들의 언론 자유를 보장한다던 조코위 대통령과 많은 관료들의 이전 약속들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것이다.
 
올해에만 인권운동가들을 겨냥한 공격이 102건 발생해 272명의 피해자를 낳았고 62건의 언론의 자유 탄압 케이스가 발생해 58명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되어 정식 기소되었다.
 
우스만 대표는 이런 소송 남발이 기왕의 공포분위기를 더욱 악화시켜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정책에 피드백 주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비판자들의 입을 닫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디까또르 뽈리틱 인도네시아(Indikator Politik Indonesia)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6%가 자신이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데에 예전보다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고 73.8%는 대중집회나 시위를 조직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지난 9월 24일 전국 24세에서 30세 사이의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36%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축소되었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 법무지원재단(YLBHI) 아스피나와티(Asfinawati) 회장은 공무원들이라면 비판에 대해 공정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남아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SAFEnet)다마르 주니아르토(Damar Juniarto) 대표는 “활동가들을 겨냥한 이런 소송의 남발은 현재 정보통신거래법 관련 소송 건수를 줄이려는 정부의 노력을 무산시키는 행동일 뿐”이라며 공무원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정보통신거래법(UU ITE)을 무기처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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