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K-사이비 '신천지’를 경험한 인도네시아인들(1부) 사회∙종교 편집부 2023-03-08 목록
본문
신천지가 지난해 11월 대구 스타디움에서 10만명 수료식을 진행했다. (사진 = 신천지측 홍보물 캡쳐/노컷뉴스)
-신천지 사람들이 성경공부 교실 참석을 종용하며 접근
*이 내용은 인도네시아인들이 보고 경험한 한국 사이비 종교 ‘신천지’에 대해 6일자 자카르타포스트가 게재한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에덴공동체’(Komunitas Eden)라는 집단이 있었던 만큼 아브라함을 믿음의 조상으로 강조하는 기독교 계통 유사 종교집단에 대해 인도네시아인들이 전혀 무지한 편은 아니다.
에덴공동체의 경우 그 집단의 수장 리아 아미누딘(Lia Aminuddin)을 인도네시아 울라마 대위원회(MUI)가 신성모독과 이슬람의 가르침을 왜곡한 혐의로 고발하는 것으로 오랜 갈등의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더 많은 사교집단들이 인도네시아에 흘러 들어와 인도네시아인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려 하고 있다.
가족의 해체
중부깔리만딴 빨랑까라야(Palangkaraya)에 사는 33세의 교사 제이(Jay)는 가족 일부가 한국에서 사이비 종교로 낙인 찍힌 신천지에 가입한 후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 모든 것은 2019년 성탄절에 발리에 사는 고모가 제이의 가족들을 온라인 성경 공부에 초대하면서 시작됐다.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한 제이로서는 고모가 초청한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를 거절할 이유가 없어 아무 의심 없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세 개의 온라인 클라스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거기 참여한 이른바 ‘멘토’ 몇 명은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그 성경공부 모임은 아무래도 정상이지 않았고 제이의 가족은 불과 몇 개월만에 악몽 같은 경험을 겪어야 했다.
성경공부 모임은 주로 요한계시록에 집중했다. 멘토들은 요한, 베드로, 부산 야고보, 안드레, 타데우스, 빌립, 시몬, 바톨로메, 마태, 마티아스, 서울 야고보, 도마 등 신천지 12지파에 속한 14만4,000명 만이 구원과 영생을 얻게 됨을 요한계시록이 가르치고 있다며 제이의 가족들을 세뇌했다.
그 내용은 요한계시록 7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신천지에 유리하게 해석한 것인데 여호와의 증인이나 예수그리스도말일성도교회 등에서 비슷한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해당 공동체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제이는 구글 검색을 하다가 자신이 사이비 종교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이름이 ‘요한 지파’ 일원으로 올라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즉시 성경공부 모임을 탈퇴했지만 이미 철저히 세뇌 당한 그의 어머니와 누이는 신천지에 남겠다고 고집했다.
제이는 그들과 심한 말다툼까지 벌였는데 어머니와 누이는 새로운 메시아 이만희 교주를 따르지 않는 제이를 ‘사특한 자’라 부르다가 2021년 7월 결국 연락을 끊고 말았다.
모순적인 가르침
파푸아의 자야뿌라에서 태어나 현재는 족자에
살고 있는 마리오 앤드류 후와에(Mario Andrew Huwae)도 2021년 4월경 성경공부 모임에 초청받았다.
그는 2022년 6월 24일까지 그들과 교류했는데 제이의 경우와 같이 마리오 역시 처음엔 그 모임의 진짜 성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긍정적인 기독교 공동체가 그를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으며 열성을 다했다.
그 역시 제이처럼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참가하는 13명의 회원들과 매주 온라인 만남을 가졌다. 그들 중 누군가 성경공부를 더 해야 할 필요가 생기면 그들은 즉시 새로운 클라스를 추가로 만들었고 누구든 한 번이라도 클라스에 빠지면 반드시 보충수업을 들어야 했다.
마리오는 이 모든 것이 더 나은 의로움을 향해 나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들의 모임은 수상한 구석이 전혀 없었고 그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설교는 이치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리더는 종종 비유와 조립식 논리를 사용했고 특정 성경구절을 인용해 거기에 다양한 설명을 덧붙이는 열정적인 인물이라고 마리오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말하는 비유가 성경 구절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마치 해당 성경 구절과 비유가 불가분의 관계인 것처럼 끝까지 강조하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그들이 기도모임을 할 때 회원들과 함께 사진찍는 것을 강하게 금지하는 규정도 마리오에게 일말의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가면 갈수록 모든 것은 요한계시록으로 귀결되었고 그들은 점점 더 말이 안되는 비유를 인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만희 교주가 두 번째 재림한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그들이 성서와 완전히 모순되는 내용을 가르치는 사교집단이란 사실을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마리오는 그 성경공부 모임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지만 그를 초대한 친구들은 여전히 그곳에 남았다.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집단이 정통 기독교단일 리 없었다. 하지만 완전히 세뇌된 사람들은 빠져나갈 길도, 방법도, 그럴 이유도 찾지 못했다.
더 많은 인도네시아인들을 노리는 신천지
최근 호주 같은 인접 국가에서도 신천지가 발호하고 있는데 그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을 포함한 외국 학생들까지 그 타겟으로 삼고 있다.
신천지 포교자들을 대학 캠퍼스에서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들은 쉬운 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지를 외국 학생들에게 내밀며 답변을 요구한다.
‘당신은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가?’, ‘외국인 학생으로서 참여하고 있는 커뮤니티 활동이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질문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은 수라바야에서 사업을 하는 28세의 에도 세바스찬(Edo Sebastian)도 한때 그들의 타겟이 된 적이 있다.
멜번에서 석사학위 공부를 하던 2018년, 친구들이 그를 한 성경공부 모임에 초청했다. 그들은 시내 카페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의 멤버들이 매우 따뜻하고 친절해 에도는 환영받는다는 행복감을 느껴 늘 다음 ‘성경공부 모임’을 고대했다.
물론 에도가 멜번에서 외톨이로 지냈던 것은 아니다. 그를 물심양면 지원하는 교회공동체에 속해 있었고 다른 인도네시아인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 등 여러 모임에 참석하고 있었다. 그가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당시 그들이 주로 다루던 주제는 마태복음 13장에서 예수가 여러 비유를 들어 천국을 설명하던 장면이었다. 당시 에도는 이 모임의 목적이 참석자들의 신앙 성장을 위한 것임에 한 점 의혹도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어느날 모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느꼈다. 그 모임에 참석하던 한 인도네시아 여성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족, 친지들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고 어떤 대화나 전화에도 응답하지 않게 된 것이다.
꺼림칙했던 에도도 두 달 만에 그 모임에서 탈퇴했다. 그러자 성경모임 멘토 중 한 명이었던 한 여성이 그의 교회에 찾아와 왜 모임을 그만두려 하냐고 이유를 따져 물었다.
에도가 자신의 결정을 설명했으나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 여성은 에도가 성경공부 모임에 돌아올 때까지 앞으로도 매주 그의 교회에 찾아오겠다고 협박했다. 에도는 5년 전의 그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56세의
청년선교 전문목사 유삭 깐짜나(Jussac Kantjana)는 자기도 모르게 사이비 종교에 가입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와 같은 개방적인 공동체에 참여해 수시로 목사와 소통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종교단체가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면 빨간색 지뢰표시 깃발을 꽂아 놓고 기피할 것을 주문했다.
가족들과 긴밀히 대화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예방책이다. 사교집단에 쉽게 휩쓸리는 이들은 대개 고독하게 사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유삭 목사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가 매우 중요함을 재차 강조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2부 보기)
- 이전글아들 폭행사건으로 물의 빚은 세무공무원, 5천억 루피아 상당 가족구좌 동결 2023.03.08
- 다음글인니 부패감시단체 "드러난 세무공무원 부패는 빙산의 일각" 2023.03.06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