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니 U-20 월드컵 유치권 박탈, 그 후폭풍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3-03-30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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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도네시아 U-20 월드컵 로고 © PSSI
U-20 월드컵 조 추첨 행사를 취소하는 등 나가도 좀 너무 나간다 싶더니 결국 30일(목) 새벽 FIFA로부터
인도네시아의 U-20 월드컵 유치권을 박탈한다는 공식 통보가 날아들었다. 어떤 이들에겐 예견된 것이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수천만 축구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비보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인도네시아 정부나 축구협회, 그리고 이스라엘팀 참가 반대에 가담해 불에 기름을 부은
정치인들은 국가의 외교 원칙 수호를 위해 국제 스포츠행사의 이권 따위 초개와 같이 버렸다며 최선을 다해 현 사태를 정당화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3월 28일(화) 스포츠와 정치를 뒤섞지 말라는 기류를 타고 인도네시아가 개최하는 20세 미만(U-20) 월드컵에 이스라엘팀이 참가한다 해도 그것이
인도네시아의 외교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내놓고 현 국영기업부 장관이자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이하 PSSI) 회장 에릭 또히르를 스위스 취리히의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에 보내 협상하도록 했지만 이미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관성의 법칙이다. 속도를 줄이지 못한 유조선이 항만 시설에 충돌해 폭발하고 만 것이나 다름없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28일) 인도네시아가 팔레스타인과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전제하며 이와 별도로 U-20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이스라엘의 참가 자격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두
국가 해법’이란 이스라엘에 강점된 팔레스타인이 주권국가로 독립해 이스라엘과 ‘국가 대 국가’로서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팀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리 외교정책의 일관성에는 어떤 변화도 없음을 약속합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강고하고 흔들리지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스포츠 정신의 원칙도 살리고 국가적 위신도 지킨 이 발언으로 U-20 월드컵
유치권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대통령이 이렇게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수습되지 않은 것은 그간 여러 정치인들과 지자체장들이 이미 너무 많은
부정적, 적대적 발언들을 쏟아 놓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과 국민, 그리고 FIFA와 국제사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습대책이 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이미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FIFA로서도 그간 위협적이고도 적대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은 인도네시아에 이스라엘팀을 보내는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고 이스라엘팀 역시
분위기에 짓눌려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터였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이스라엘과 어떤 외교관계도 맺고 있지 않으며 5월 20일~6월 11일 기간
동안 세계 각국 24개 팀이 경쟁하는 U-20 월드컵에 이스라엘팀의
참가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시위가 3월 29일(수)까지도 줄을 잇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시위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U-20 유치권 박탈 소식이 전해지자
그간 해당 경기에 큰 관심과 지지를 쏟아온 기브란 솔로 시장은 이제 앞으로 U-20의 U자도 꺼내지 말라며 큰 실망을 표했다.
후폭풍
이에 앞서 PSSI는 이번 주로 예정되었던 U-20 월드컵
조 추첨 행사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와얀 꼬스떠르 발리 주지사가 이스라엘팀이 발리에서
경기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청년스포츠부에 강경하게 요청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와얀 주지사는 FIFA에서 U-20 유치권
박탈 조짐을 보이자 지난 27일(월) 정부 입장을 따르겠다며 다소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이 불에
기름을 붓고서 불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자 중앙정부 등 뒤에 숨어버린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간섭했다는 이유로 2016년 5월까지 1년간 FIFA 경기로부터 배제되었던 경험이 있는데 어쩌면 이번 일로
인도네시아 축구는 다시 한번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작년 10월 135명이 축구경기장에서
압사당한 말랑 소재 깐주루한 경기장 참사 이후 FIFA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해온
바 있는데 그 모든 것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현 정권 두 명의 현직 장관, 즉 에릭 또히르 국영기업부 장관과 자이누딘 아말리 청년스포츠부
장관이 최근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의 회장과 부회장으로 각각 선출되면서 국내 프로축구리그는 물론 U-20 월드컵 주관단체로서 포부를 밝힌 바 있고 심지어 자이누딘 장관은
PSSI 부회장 직무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장관직을 사임하기까지 했는데 말이다.
그 후임으로 청년스포츠부 장관 직무대행을 겸임한 무하지르 에펜디 인간개발문화조정장관이 이번 U-20
월드컵 개최가 인도네시아 축구를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반드시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28일(화) 말했지만 이미 상황을 되돌릴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의 축구팬 인구를 감안하면 이 사태의 후폭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선 직적접인 피해를 입은 것은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다. 인도네시아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U-20 월드컵에서 세계 유수의 강팀들과 경기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대회 유치권 박탈과 함께 참가 자격도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의 활약을 기대했던 현지 축구팬들의 실망이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축구협회와 정부 당국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팀 참가 반대에 적극 동조하며 U-20 유치권 박탈사태에 일조한 정치인들 역시 이
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무슬림도 아니면서 이스라엘팀이 발리에서 경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와얀 발리 주지사는 아마도 내년 11월 지방선거에서 발리 거주 무슬림표를 결집하겠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이렇게 산통이 깨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가장 뒤늦게 이스라엘팀 참가반대 대열에 동참한 간자르 쁘라노워 중부자바 주지사 역시 후폭풍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2024 대선 당선가능성에서 쁘라보워 국방장관과 수위를 다투었는데
이번 사태로 축구팬들의 표가 대거 빠질 지도 모를 일이고 그의 지지율은 아직 투쟁민주당(PDIP)의
대선 후보를 공식 결정하지 않은, 가능하면 간자르 말고 여전히 자기 딸 뿌안을 내세우고 싶은 메가와띠
총재의 결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취리히까지 날아가 FIFA를 만나고도 유치권 박탈결정을 되돌리지 못한 에릭 장관 역시 그간
부통령 후보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국제사회에서 얼마간의 추락을 면치 못할 인도네시아의 신뢰도와 사태 관리 실패에 대한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할 조코위 대통령일 것이다.[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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