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파푸아 반군, 중앙정부 마을기금으로 무기 구매한 정황 정치 편집부 2023-06-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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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에어의 뉴질랜드인 조종사를 인질로 붙잡은 파푸아 반군.(Reuters/The West Papua National Liberation Army (TPNPB))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2월부터 반군들이 뉴질랜드인 조종사를 인질로 잡고 있는 파푸아에서 분리주의자들이 정부지원금을 빼돌려 무기를 구매하는 정황을 밝혔다고 9일 자카르타포스트 보도했다.
이른바 ‘다나 데사(Dana Desa)’라 불리는 마을기금은 2015년 조코위 대통령이 도입한 것으로 올해에도 47억 달러(약 5조9,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그간 부패의 온상이란 꼬리표가 늘 따라붙었다.
특히 파푸아 고원지대에서는 해당 기금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이 더욱 쉽지 않아 그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분분하다.
구리, 금, 니켈, 천연가스 등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파푸아는 자카르타에서 3,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1969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된 후 줄곧 분리주의자들의 무장 독립운동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률가들과 법정 서류들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불법무기 거래가 늘어나면서 반군들이 군과 민간인을 공격하는 사건도 급증했는데 이는 반군들의 수입원이 늘어났음을 시사하며 그 중심에 문제의 마을기금이 있을 것이란 심증이 강하다.
마을기금이 조성, 운영되기 전인 2015년 한 해 동안 파푸아에서 발생한 불법 무기 및 탄약 거래가 파악된 것은 한 건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 14건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은두가(Nduga)에서 발생한 수시에어 뉴질랜드인 조종사 필립 메르텐스(Phillip Mehrtens)의 인질사태가 벌써 3개월 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지 경찰은 해당 마을기금이 반군들의 무기구매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올해 중앙정부가 해당 지역에 분배할 예정인 1,400만 달러(약 176억 원)의 집행 보류를 요청한 상태다.
파푸아 지방경찰청 대변인 이그나띠우스 베니 아디 쁘라보워 총경은 만약 마을기금이 예정대로 분배되어 개별 마을로 흘러 들어가면 반군들이 수시로 마을에 내려와 무기 구매와 식료품 구매 등 명목으로 끈질기게 돈을 요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두가 지방정부 대변인 오또미 지왕게는 문제의 마을기금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작 지방정부에게는 이를 감독할 관할권도 부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해당 마을기금 전달이 여러 단계를 거칠 경우 배달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중앙정부가 어쩔 수 없이 내린 궁여지책이기도하다. 하지만 그 결과, 사용 권한을 가진 자가 관리감독 느슨한 마을기금을 마음 내키는대로 집행하는 주먹구구식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오또미는 해당 기금을 반군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억측이라며 별도의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결국 올해 파푸아 지역에 배정된 3억3,700만 달러(약 4,234억 원)중 어느 정도가 반군들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파푸아 지역 치안 상황을 감시하는 카텐즈(Cartenz) 평화작전 TF팀장 파이잘 라마다니는 로이터 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해당 TF팀이 조사한 불법 무기거래의 40%가량이 다나데사 프로그램의 마을기금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빙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경찰청 본청과 통합군사령부도 해당 내용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도 내지 않았다.
마을기금 분배를 감독하는 재무부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모니터링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으며 해당 기금이 원래의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다 단언하면서도 일부 금액이 반군들에게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코멘트를 회피했다.
인도네시아 부패감시단(ICW)은 2021년 마을기금과 관련해 154건의 부패사례를 특정했는데 이는 정부의 다른 어떤 부문 부패사례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자유파푸아운동의 무장조직인 서파푸아 국가해방군(TPNPB)대변인 세비 삼봄은 반군들이 마을기금을 사용한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도 본의 아니게 일부 국가자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는 있다고 밝혔다.
“파푸아는 자원이 풍부한 곳이어서 우린 우리 나름의 방법이 있다. 금광이나 주석 광산을 통해 돈을 만들고 때로는 정부로부터 관련 결제를 받기도 한다. 우린 정당한 권리를 가진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격오지 마을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위해 고안된 마을기금은 2015년에 도입된 이후 그 규모가 세 배로 커졌지만 파푸아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했다.
인딴 자야(Intan Jaya)지역에 근무하는 관광부 직원 버르나두스 꼬보가우는 마을기금을 사용해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 대신 예전엔 정글에서 주로 벌어지던 반군들과의 총격전이 이젠 마을 한 복판에서 벌어진다고 전했다. 마을기금이 오히려 반군들의 전투력을 향상시켰다는 뉘앙스다.
파푸아 독립에 대한 협의가 두 달 이내에 시작되지 않으면 뉴질랜드인 조종사 메르텐스를 사살하겠다고 위협한 은두가 지역 반군이 배포한 사진들을 보면 그들의 무기가 증강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분쟁정책분석연구소(IPAC)의 데까 안와르 연구원은 해당 사진들 속에서 은두가의 반군들이 유탄발사기 한 정, 여러 정의 기관총, 돌격소총 18정을 들고 있는데 그 중엔 인도네시아 무기제조사 삔다드(Pindad)가 생산한 무기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삔다드가 직접 빼돌린 게 아니라면 해당 무기가 현지 주둔한 인도네시아 정규군 손을 거쳐 반군들에게 넘어갔음을 시사한다.
그는 파푸아 반군들이 탄약을 아껴 쓰던 시절은 이제 지났고 하루 종일 총을 쏘아댈 수도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파푸아 고원지대에서 마을기금은 마치 ‘혁명세’처럼 간주되어 반군들이 위협이나 회유를 통해 인근 마을에서 뜯어내거나 파푸아 독립을 지지하는 일부 마을들이 자발적으로 헌금하고 있어 반군들의 화력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푸아 고원지대에서는 마을기금이 해당 마을 명의로 된 은행 구좌로 직접 송금되면 촌장이 은행이 있는 도회지로 나가 현금을 인출해 쓰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파푸아 민주연합(AIDP) 의장이자 불법무기 판매사건을 다루는 라띠파 아눔 시레가르 변호사는 파푸아에 돈이 너무 많이 돌고 있어 무기를 사는 게 쉬워졌다고 말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부패한 군인과 경찰들이 반군들에게 몰래 무기를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찰관은 반군 출몰이 잦은 나비레 마을에 아홉 번이나 방문하여 불법으로 무기를 판매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칼이 칼 주인을 잡아먹는다’는 경구가 있다. 중앙정부가 보낸 자금이 오히려 파푸아 반군들 무기 보급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어 실제로 칼이 칼 주인을 잡아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라띠파 변호사가 덧붙였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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