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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가족계획에 신중한 자카르타의 젊은 부부들 사회∙종교 편집부 2024-08-0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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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초등학교 학생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라디띠야 누그로호(가명)은 발레를 배우는 네 살짜리 딸을 가진 젊은 엄마다. 그녀는 한 미디어회사에서 인터넷 원격근무를 하면서 부모나 보모의 도움 없이 직접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지나간 후에도 집에서 근무하는 원격근무가 지속되었지만 최근 업무량이 많아지자 아이를 더 갖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많은 자녀를 낳을수록 그 자녀들이 가정에 더 많은 재운을 가져온다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부모가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된 것이 사실이지만 아이를 더 갖지 않기로 한 라디띠야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이러한 결정이 최근 자카르타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자녀 한 명으로 족하다원앤던(One and Done)’트렌드에 꼭 동참한다는 취지가 아니다. 아이의 교육과 미래의 복지라는 측면에서 자녀가 한 명 이상이라면 매우 곤란할 것이란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것이다.

 

33세인 라디띠야의 결정에도 자녀의 교육이란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자카르타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는 것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물론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는 공립학교들은 많지만 자신의 자녀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국제표준의 커리큘럼을 가진 사립학교에 진학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딸을 핀란드 커리큘럼을 채용한 유치원에 보내려 하는데 입학등록금이 1,300만 루피아( 107만 원)에 매월 2백만 루피아( 164,000)의 납부금을 지불해야 한다.

 

유사한 재단이 관리하는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의 등록비는 각각 최대 3천만 루피아( 246만 원) 5천만 루피아( 410만 원)에 달한다. 그나마 그것은 현재 기준이므로 나중에 딸이 커서 실제로 초--고등학교 과정에 접어들 때쯤 되면 더 인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정도의 교육비를 상정하면 라디띠야는 현재의 수입과 저축만으로 한 아이를 감당하기도 어렵다는 결론에 봉착했다. 결국 다른 추가 수입원을 찾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교육계획을 따른다면 아이를 한 명 이상 갖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부부가 아프지 않고 줄기차게 돈을 번다는 전제를 깔아도 아이를 더 갖는다면 아이들 교육의 질을 하향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오늘날 모든 자카르타 주민들이 제한된 생활 공간, 악화되는 대기오염, 침몰하는 지반, 교통혼잡 등 심각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지만 특히 나름 중산층이라 자부하는 젊은 부부들은 높은 교육비까지 감당해야 하므로 아이를 한 명 더 낳으려면 매우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 방정식에 반드시 정답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라디띠야의 그런 생각은 그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의 최신 데이터에 반영되어 있다. 자카르타의 합계 출산율(TFR), 즉 여성 1인당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20년에는 자카르타의 합계출산율(TFR) 1,75로 나타났다. 정부는 가장 균형 잡힌 인구 증가를 달성하기 위한 합계 출산율(TFR)2.1로 잡고 있다.

 

한편 가장 높은 합계 출산율(TFR) 수치를 기록한 곳은 2.79로 나타난 동누사뜽가라(NTT)였다. 이는 시골이라 해서 옛날처럼 아이들을 다섯 명, 열 명씩 낳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이 평균 세 명이 채 안되는 아이들을 낳는다는 의미다.

 

서부자카르타에 사는 글라디스 위자야(가명) 역시 바쁜 업무 일정과 재정 문제 등의 이유로 남편과 함께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녹지공간도 부족하고 공해로 오염되고 교통체증이 심한 자카르타의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길 원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들 부부는 2020년 결혼하던 당시부터 자식을 낳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수마뜨라에서 대가족을 꾸리고 있는 친정에는 그런 생각을 피력하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자카르타에 살아본 적 없는 그녀의 부모가 그런 결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을 리 없으므로 글라디스는 하나님이 그들에게 아기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정도로 부모가 알고 있기를 원한다.

 

하지만 글라디스는 언젠가 마음의 준비가 되고 저축도 충분하고 이상적인 주택을 확보한 후엔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UI) 사회 분석가 데비 라마와띠는 다른 도시에 비해 자카르타와 대도시의 생활 수준이 높은 만큼 생활비 역시 비싸 젊은 부부들이 자녀 다산의 축복을 얻는 것보다 경제적 안정 도모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 사용이 증가하면서 더 많은 사회적 압력이 뒤따른다. 잘 살고 있는 모습을 과시하거나 최소한 현상을 유지하며 건재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도 한몫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살 배기 아들을 가진 아만다 나딸리아(35, 가명)과 알비안 디르간따라 부부 역시 한 자녀만 낳기 트렌드를 따르기로 했다. 도시에 살면서 극복해야 하는 극심한 경쟁, 쉴 새 없이 부각되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 그리고 학교폭력을 포함해 자녀들이 겪게 될 지도 모를 많은 문제들을 감안한 결과다.

 

그는 이제 인간 동료들뿐 아니라 AI와도 경쟁해야 하는 세대에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 자신도 스스로의 인식과 정신건강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므로 둘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더 낳는다면 필연적으로 개인적인 목표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의 가장들처럼 자신을 버리고 자녀들을 위해 인생을 불태우는 것은 젊은 부부들이 속한 밀레니얼-Z 세대의 가치관에 부합되지 않는다. 알비안은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을 자녀를 더 갖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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