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인니 고등교육부 차관, 해외유학 권장 동영상으로 비난 한 몸에 > 정치∙사회

스뗄라 끄리스띠(가운데)가 지난 2024년 10월 21일  고등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에 임명됐다. (사진=안따라 포토/Sigid Kurniawan)

 

인도네시아 고등교육과학기술부 스뗄라 끄리스띠 차관이 외국대학 진학에 대해 조언하는 행사를 주최했는데 국내 대학을 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할 책임을 가진 부처의 고위 관료로서 매우 부적절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청화대 교수를 지낸 스뗄라는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거 교육문화연구기술부에서 분리되어 새로 만들어진 고등교육과학기술부 차관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스뗄라는 지난 12일, 수십 장의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해외 유학에 도움이 될 조언을 나누는 한 시간 반짜리 프레젠테이션 동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여기서 그녀는 유학을 위한 비용 계획, 대학지원용 에세이 쓰기, 아이비리그 대학입학을 위한 맞춤형 전략에 이르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조언하면서 자신이 미국과 중국의 최고 대학에서 각각 학생과 교수로서 있을 때의 경험을 자주 소환해 시청자들과 나누었다.

 

동영상 초입에서 “나는 과거에 당신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었다면 당신들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세션을 시작한 그녀는 곧바로 논란에 중심에 서게 됐다. 이 동영상이 매우 유용했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국내 고등교육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의 고위 관료가 유학을 권장한 것이 매우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서로 뒤섞인 것이다.

 

그중 지배적인 의견은 그녀의 부처가 맡은 업무의 본질 상 유학 권장 대신 국내 대학교들의 품질을 높이고 그들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세계 대학들의 순위를 매기는 QS세계 대학순위(QS World University Rankings)는 2025년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인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를 세계 206위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국내 대학들의 품질과 국제경쟁력은 대체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바로 이웃인 말레이시아 대학교는 세계 60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는 세계 8위에 랭크되어 있다.

 

지난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자료에 따르면 약 5만6천 명의 인도네시아 학생들이 해외 유학을 떠났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에 비해 21% 증가한 수치이며 유학생 숫자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다양한 출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천8백명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인도네시아 전국 대학생 숫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도네시아 대학들의 낮은 경쟁력은 각 대학교들이 진행한 연구의 부실한 품질, 부족한 인적 자원, 열악한 시설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등교육과학기술부가 스뗄라 차관의 해외유학 권장 동영상을 내놓은 것은 정부가 국내 대학들을 포기한 것이란 비난을 초래하기에 충분했다.

 

그러한 비판에 맞서 부처 사무총장 대행 또가르 마기훗 시마뚜빵은 스뗄라 차관의 발표가 본질적으로 순수하게 교육적 차원의 것이며 교육 환경과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학생들이 최고의 학습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국내외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것 역시 스뗄라 차관의 책임이란 것이다.

 

45세의 스뗄라 차관은 지난 수십 년간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세계 유수의 대학교들에서 인지과학을 가르쳤는데 마지막 직장이 중국 북경의 청화대였다.

 

교육전문가 이나 리엠은 스뗄라 차관의 발표가 국가교육 윤리강령 위반은 아니지만 대중이 반응하는 것처럼 교육부가 메시지의 혼선을 준 것 역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최근 고등교육과학기술부가 잇달아 정제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해 혼선을 일으키며 사람들로 하여금 이 부처가 현재 스스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전임자들은 보통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소한 해당 문제를 연구하고 관련 현장을 방문하면서 사람들 목소리를 먼저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지난 달 사뜨리요 수만뜨리 브로조네고로 장관은 대표적인 국내 장학기금인 교육기부기금(LPDP)으로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들이 굳이 인도네시아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말해 거대한 논란을 일으키며 각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사뜨리요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LPDP 장학금을 받고 유학한 수혜자들이 반드시 귀국해 국가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의 반발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공개 난상토론이 속속 벌어지기도 했다.

 

교육전문가 이나는 이번 LPDP 소동을 통해 고등교육과학기술부 고위 관료들과 대중 사이에 극복하기 어려운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 새삼 증명됐고 이로 인해 대중이 좌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대선 유세기간 중 쁘라보워 수비안또 당시 대통령 후보는 과학 및 의료분야에서 해외​​교육을 받은 전문가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2만 명에게 장학금을 주어 해외유학을 장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사뜨리요 장관의 예의 발언은 대통령의 이러한 공약과도 완전히 배치된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