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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신태용 감독 고별 자카르타포스트 논설 'Kamsahamnida'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5-01-13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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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사진=신태용 감독 인스타그램)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국가대표팀의 2026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마이더스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에 신태용 감독과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에릭 또히르 축구협회장은 5년간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신태용 감독 대신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출신 패트릭 클루이베르트를 후임 감독으로 불러들였다.

일부 축구관계자들은 신감독 없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과연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했다.

북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 각 조에서 상위 2개 팀이 이미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가운데 조 예선 리그 4위를 마크한 인도네시아에게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 3, 4위를 차지한 팀들이 마지막 남은 두 개의 본선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신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사우디 아라비아 대표팀을 맞아 지난 11 2-0 승리를 거두면서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역량을 보여 축구팬들의 희망을 고조시켰다.

그가 이끈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현재 아시아 지역 예선 3위를 지키면서 호주 원정, 바레인 및 중국과는 인도네시아에서 홈 경기, 그리고 일본 원정 등 네 번의 시합을 남겨두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재임 기간 중 발군의 실적을 올렸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2023년 아시아컵 결승전과 2020 ASEAN 축구 연맹 결승전에 올렸고 에릭 또히르 협회장 역시 신 감독을 인도네시아가 영입한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운 바 있다.

반면 스타 스트라이커였던 클루이베르트는 감독으로서의 경력이 일천한 편이다. 그는 2023년 터키팀인 아다나 데미르스포르(Adana Demirspor)에서 6개월 간 감독직을 맡았고 국가대표감독으로서의 경력은 그의 모국 네덜란드령 퀴라소(Curacao)팀을 이끌었던 것이 전부다. 우리들 대부분은 퀴라소가 도대체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퀴라소에서 에릭 또히르의 지
명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 해임 사유
이렇게 엄청난 경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클루이베르트가 PSSI와 대표팀의 신뢰를 얻은 것은 바로 그 시기에 신감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에릭 또히르는 유럽에서 뛰고 있던 인도네시아 혈통의 유능한 외국인 선수들을 인도네시아로 귀화시키는 데에 열을 올렸고 그렇게 대표팀에 합류한 귀화선수들은 신감독이 소통하려 하지 않고 논의하려 하지 않는다며 그를 비난했다. 그의 전술을 신용하지 않았다.

결국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귀화선수들이 중심이 된 대표팀 선수들과 신태용 감독 사이의 상호 신뢰가 깨지기 시작한 시점에 에릭 또히르가 신감독 대신 선수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의 경기 당시 라커룸에서 불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이 경기에서 중국에 1-2로 패했다. 감독의 전술 실패일 수도 있고 선수들의 반발 또는 항명으로 인한 기량 감소로도 볼 수 있었던 이 시합에서도 에릭은 자신이 영입해 온 귀화선수들의 불만에 더욱 귀를 기울이며 신감독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리하여 지난 1 6() 신감독의 해임을 발표하던 에릭 또히르는선수, 코치, PSSI 간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팀의 분열을 신감독의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결국 PSSI는 신감독이 해결하지 못한 대표팀 내의 비기술적 문제, 즉 소통 문제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을 클루이베르트가 합류해 해결하면 대표팀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네덜란드 귀화선수들과의 소통 문제, 문화적 차이는 네덜란드 스타 스트라이커 출신 감독을 영입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이제 클로이베르트가 합류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월드컵 진출이란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달리겠지만 월드컵의 문턱은 그리 간단히 넘을 수 있는 만만한 장애물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클루이베르트가 그 문턱을 마침내 넘어서는 성과를 이룩한다면 인도네시아는 더욱 신태용 감독이 그간 보여준 헌신과 희생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는 작년 한국과 맞붙은 올림픽 지역예선에서 모국인 한국의 본선 진출을 직접 좌절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노련한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가 권역에서 축구강국으로 성장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2026 월드컵 이후까지도 길이 남을 귀중한 자산을 축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신태용이 남긴 업적과 노력에 감사하며 한편 이제 클루이베르트 신임감독의 무운을 기원해야 한다.[자카르타포스트/기사 제공=배동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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