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벗은 인니 펑크밴드 'Sukatani' 무슨 일? > 정치∙사회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정치∙사회 가면 벗은 인니 펑크밴드 'Sukatani' 무슨 일? 사회∙종교 편집부 2025-02-25 목록

본문

수까따니 밴드의 새 앨범 글랍 금삐타(Gelap Gempita– 어둠과 우울) 표지 (사진=Sukatan)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예술가와 사회운동가들이 한 펑크 밴드가 당국의 협박을 받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자신의 노래를 삭제한(또는 삭제 당한) 사건에 대해 스스로의 사상을 표현할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라 주장하며 그 비난의 칼끝을 경찰로 향했다.

 

중부자바의 소도시 뿌르발링가 출신 펑크밴드 수까따니(Sukatani)가 지난 20() 뜬금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2023년 앨범 ‘Gelap Gempita(어둠과 우울)’에 수록된 노래 ‘Bayar, Bayar, Bayar(돈 내, 돈 내, 돈 내)’로 경찰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스스로 이를 사과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들은 해당 곡에서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돈 밝히는 경찰,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뇌물수수, 갈취 등을 저지르는 경찰들의 민낯을 물건 분실신고를 하려 해도 경찰에 돈을 내야 하고 경찰이 되고 싶어도 경찰에 돈 내야 한다고 묘사하며 아픈 곳을 찔렀다.

 

밴드의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무함마드 시이파 알 우프띠(Muhammad Syifa Al Ufti)와 보컬노비 찌뜨라 인드리야또(Novi Citra Indriyato)는 해당 영상에서 자신들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들은 수까따니 밴드로 활동하는 동안 모든 공연에서 항상 풀페이스 마스크를 쓰고 신분을 감춘 채 각각 알렉트로가이트위스터 엔젤이라는 예명을 사용했으므로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그들이 사과 영상을 찍는다 해도 늘 쓰던 마스크를 쓰고서 해도 충분했을 텐데 굳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것은 그리 하라는 압력이 있었음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또한 자신들의 해당 노래를 모든 음원 플랫폼에서 삭제하겠다면서 이를 다운로드 받아 보관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도 이를 삭제하고 그들이 퍼나른 ‘Bayar, Bayar, Bayar’ 영상을 모두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들은 이후 해당 음원 녹음본을 가지고 있다가 겪게 될 지도 모를 일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질 수 없다고 경고까지 했다. 누군가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불온가요 금지곡도 아닌데 그 노래를 작곡하고 부른 밴드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영상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일파만파 퍼져 나가자 수까따니 밴드와 그들의 노래가 오히려 더욱 주목을 받았고, 그들이 경찰에게 위협당했음을 감지한 네티즌과 유명인들이 해당 노래와 가사를 공유하고 해시태그 #KamiBersamaSukatani(우리는 수까따니와 함께 함)를 붙여 수까따니 밴드에 대해 지지와 응원을 표했다.

 

"노래 때문에 기분이 상했을까? 그러면 가사 내용이 맞다는 말인데?” 코미디언 길랑 바스까라가 20 X 플랫폼에 올린 글이다. 주어와 목적어가 분명치 않지만 수까따니 밴드를 위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경찰을 꼬집는 말임이 분명했다.

 

메탈 밴드 스링아이(Seringai)의 보컬 아리안 아리핀은 자신의 X 계정@aparatmati"수까따니는 위협당했다. 수까따니여 영원하라. 1312여 영원하라고 적었다. 1312ACAB라는 슬로건을 상징하는데 이는 ‘All Cops Are Bastards(모든 경찰은 나쁜 놈들)’라는 의미의 약자다.


 98e3a751a30b099f50dc27d59a3b1327_1740410484_1272.PNG 

▲마스크를 벗고 사과에 나선 수까따니 밴드의 무함마드와 노비

 

그들의 노래는 국가궁 앞에서 열린 2 20일 목요정례침묵시위(Kamisan) 2 21() 자카르타에서 계속된 암흑의 인도네시아테마 시위에서도 울려 퍼졌다. 암흑의 인도네시아(#IndonesiaGelap) 시위는 쁘라보워 대통령과 행정부의 과도한 예산삭감 등 강압적 정책에 항의하는 취지로 조직되어 전국적으로 이미 일주일 간 지속되고 있다.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은 해당 영상에 오해가 있다며 노래 속 비판에 방어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경찰이 비판을 적대시하는 조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경찰은 항상 스스로의 단점을 발견해 고치려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중부자바 지방경찰청 공보국 대변인 위윈 아르딴또 총경은 경찰이 수까따니 밴드를 협박하거나 그들의 사과, 음원삭제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반유왕이에서 경찰이 수까따니 멤버들을 만난 것은 인정했다.

 

중부자바 뿌르발링가 출신 수까따니 밴드가 왜 동부자바 동쪽 끝 반유왕이에서 공교롭게도 경찰을 만났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렇게 만난 경찰이 아무런 위협이나 요구도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밴드가 개과천선하고 회개하여 그간 절대 공개하지 않았던 신원을 스스로 만천하에 드러내면서까지 경찰청장에게 사과하고 음원을 삭제했다. 경찰은 그들이 도대체 왜 그랬는지 절대 모르는 일임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아르딴또 총경은 사이버범죄 수사관들이 밴드를 만나 그냥 캐주얼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며 해당 사과 동영상이 촬영된 시간, 장소 등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2 20() 저녁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밴드 매니지먼트는 알렉트로가이와트위스터엔젤이 발리에서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잠시 연락이 두절되었으나 이후 다시 연락이 되었을 때 그들이 안전하게 뿌르발링가로 돌아가는 중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 발리에서 육로로 뿌르발링가로 돌아가던 수까따니 밴드를 반유왕이에서 경찰이 붙잡았고 매니지먼트와 연락이 두절된 사이 이들이 얼마든지 뿌르발링가로 돌아온 후 해도 될 동영상 촬영을  웬일인지 굳이 반유왕이에서, 그것도 미스터리 콘셉을 위해 지난 수년간 절대 드러내지 않던 얼굴까지 드러내고 사과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후에야 뿌르발링가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경찰은 결코 아무 짓도 안 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다.

 

예술 탄압

인도네시아 법률지원인권협회(PBHI)는 이 사건이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예술작품 검열 행위의 전형이라 규정하며, 해당 사과 영상이 경찰관의 위협을 받고, 어쩌면 경찰관이 입회해 감독하는 상황에서 촬영되었을 것이라 주장했다.

 

PBHI 대표 줄리어스 이브라니는 2 21()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반유왕이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권위주의 신질서 정권 시대에나 있을 법한 전형적인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도 해당 사과 영상에 책임이 있는 모든 경찰관들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강압이 없었다면 수까따니가 갑자기 경찰청장과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 영상을 굳이 만들었을 리 없다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는 경찰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 강력히 의심되는 수까따니 사과 동영상을 경찰청장이 철저히 조사해 문제점을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에술작품에 대한 공권력의 개입이 의심되는 사건은 이번 수까따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12월, 자카르타 국립미술관은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을 풍자한 작품들이 전시된 ‘깨어남: 식량 주권을 위한 땅이라는 제목의 족자카르타 예술가 요스 수쁘랍또의 미술품 전시회를 취소했다.


당시 당국의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갤러리 측에서 요스 작가가 조코위 전 대통령을 등장시킨 5점의 작품에 대해 ‘한때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던 인물과 관련한 그림에 너무 저속하고, 모독적인 표현이 가득하고 예술적 함량 부족’이란 이유로 전시에서 제외해 달라 요구했다.

 

결국 작가가 문제의 5점 중 2점에 검은색 천으로 덮는 것까지 동의했지만 갤러리 측은 더 이상의 별다른 통보 없이 해당 미술전시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갤러리가 스스로 작가의 작품을 검열할 리 없다는 측면에서 배후에 경찰이나 관계당국이 개입했을 개연성이 짙은 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 15, 서부자와 반둥 소재 인도네시아 예술문화원(ISBI)에서는 독립극단 빠융 히땀 (Payung Hitam)물요노와의 인터뷰라는 제목의 연극 공연을 취소하고 이벤트 장소를 폐쇄했다. 물요노(Mulyono)는 조코위 전 대통령의 어린 시절 개명 전의 이름으로 고귀한 이란 의미이며 대중은 조코위의 오만함에 분노를 표현할 때 이 이름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번 달 초, 국가적 문호로 추앙받는 유명 작가인 쁘라무디야 아난따뚜르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인 중부자바 블로라의 한 거리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 행사가 추진되었으나 폭력적 성향의 전국 단위 청년단체 쁘무다 빤짜실라(PP)가 항의하자 위협을 느낀 주최 측에서 이를 취소했다.

 

그들은 작가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 쁘무다 빤짜실라는 건국이념인 빤짜실라를 수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극우 청년조직으로 탐욕적인 이권개입과 폭력성을 자주 드러내 사회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해고된 보컬

한편 수까따니 밴드의 신원이 드러나자 후폭풍이 일고 있다.

 

트위스터엔젤로 알려진 노비는 중부자바 반자르느가라의 한 사립학교 교사였는데 그녀가 수까따니 밴드의 보컬임이 알려지자 곧바로 학교에서 해고됐다.

 

이에 대해 전국교원노조협회(FSGI)는 그녀가 교사로서의 의무를 훌륭하고 전문적으로 수행해 왔고, 그녀의 밴드활동이 교사업무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그녀를 해고한 학교당국을 비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파흐미 무하마드 하니프 뿌르발링가 군수가 나서 자기 관할지역 학교의 교사직을 제안했고 나딸리우스 삐가이 인권부 장관도 노비가 수까따니의 보컬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것이 사실이라면 노비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삼을 것이라 말했다.

 

경찰은 자신들이 어떠한 압력도 가한 적 없다고 재차 강변하며 수카타니 밴드가 2 24() 중부자바 뜨갈(Tegal)에서 열리는 무대에 반드시 오를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나섰다


여기 그치지 않고 2 23() 리스띠요 시깃 쁘라보워 경찰청장이 수까따니에게 경찰 홍보대사를 제안해 경찰이 정말 이 밴드에게 뭔가 나쁜 짓을 해서 저렇게까지 하는 것이란 심정적 확증을 오히려 더욱 강화했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