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민주주의 선 넘는 군사법 개정안 정치 편집부 2025-03-1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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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군경이 합동으로 쁘라보워 수비안또 대통령 취임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사진=자카르타경제신문/Aditya)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두려워하는 대중의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군사법 개정안 처리를 서두르며 민주주의의 위험선을 넘으려 하고 있다.
18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심의 중인 군사법 개정안은 현역 군인들이 전역하지 않고도 맡을 수 있는 정부 내 민간인 보직을 늘려 수하르또의 신질서 정권이 몰락한 후 대폭 축소됐던 민간 영역에서의 군의 장악력을 다시 확대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에도 아랑곳없이 해당 법안처리를 서두르고 있고 지난 주말에는 급기야 의원들이 밀실에서 해당 안건으로 마라톤 회의를 하던 장소에 난입해 시위하던 이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장면까지 연출되었다.
그린드라당 상임 당대표이자 국회 부의장인 수프미 다스코 아흐마드에 따르면 이번 군사법 개정안은 2024년 군사법에서 세 가지 조항을 수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중 가장 논란을 부른 것은 현역 군인이 맡을 수 있는 민간인 보직을 10개 기관/부처에서 16개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추가되는 군인들의 민간인 보직은 해양수산부, 검찰청, 국가방재청(BNPB), 국가대테러국(BNPT), 인도네시아 해상안보국(Bakamla), 국가국경관리국(BNPP) 등이다.
지난 17일에는 180명의 활동가와 190개 시민단체가 군사법 개정을 반대하는 청원에 서명했다.
활동가 마리아 수마르시는 청원서의 내용 중 이번 개정안이 수하르또 시절 군의 드위풍시(dwi fungsi; 이중기능)를 되살리는 것이라 언급한 부분을 강조했다. 군이 민간인 보직을 차지하는 것은 국가방위라는 군의 전문성에도 맞지 않고 향후 더 많은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리아는 1998년 민주화 운동 당시 이른바 ‘스망기 1차 비극’ 사건에서 군경의 총격에 목숨을 잃은 학생의 어머니다.
해당 청원에 서명한 또 다른 인물인 국제사면위원회 인도네시아 지부장 우스만 하미드는 현역 군인에게 행정부 내 더 많은 민간인 보직을 맡도록 허락하는 것은 국회의 정책 결정자들 스스로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의 주요 임무가 국가 방어인데 과도한 숫자의 현역 장교들을 행정부 민간인 보직에 앉히는 것은 군대를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희생시키는 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군인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민간법정이 아닌 군법정에서만 재판을 받도록 한 1997년 군사재판법을 수정하지 않은 채 현역 군인들이 갈 수 있는 행정부 민간보직을 무작정 더 늘리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들이 민간보직에서 저지를지도 모를 오류와 범죄에 대해 면책특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우스만은 군사재판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민간보직의 현역군인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사법윤리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인권단체 임빠르시알(Imparsial)의 군사 전문가 알 아라프는 군사법을 개정할 어떤 긴급성도 없는 상태에서 굳이 이를 강행하는 것을 과거 군국주의의 귀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에 비유했다. 이는 공무원을 능력, 성적, 자격 등의 실적에 기초하여 임용하는 능력주의(merit system)를 훼손할 것이므로 의원들은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그는 촉구했다.
새로운 신질서 정권의 등장?
1998년 수개월 간 계속된 격렬한 학생시위의 결과 마침내 32년간 계속됐던 수하르또 정권이 전복되고 개혁시대가 시작됐다. 개혁시대의 특징은 군을 부대로 돌려보내고 고위 공직자들을 상시 감시할 반부패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언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혁시대는 불과 25년 정도 지나면서 벌써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이제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의 재선임기가 막 시작되던 2019년 KPK법 개정안을 통해 부패척결위원회의 날카롭던 이빨과 발톱이 일사불란하게 무뎌졌고 군사법 역시 이제 예전으로 회귀 수순에 올랐다. 어쩌면 언론만이 개혁시대를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잔재로 남을 전망이다.
군사법 개정 노력은 조코위 시절이던 작년부터 수면 위에 떠오른 화두였다. 하지만 당시엔 대중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일견 좌초된 듯 보였다.
그러다가 쁘라보워 대통령이 군사법 개정안을 올해 우선입법 목록에 올리고 그것을 국회가 승인하면서 지난 2월부터 개정절차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쁘라보워 대통령은 군사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져가는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것은 누가 뭐래도 계속 강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그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군대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는 그가 5개월 전 대통령에 취임하던 시절 이미 예견됐다. 특전사 사령관 출신 3성장군이자 전역한 지 오래인 조코위 대통령 시절 뒤늦게 4성장군 대장으로 진급한 쁘라보워는 군이 자신의 핵심 프로그램들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면서 몇몇 현역장교들을 현행법을 무시하고 정부 내 민간보직에 앉혔다.
내각 비서관 떼디 인드라 위자야 소령, 전략식량 조달비축을 위한 국영기업 조달청(bulog) 사장 노비 헬미 쁘리스띠야 소장 외에도,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르함 와로이한 소장도 삼림부 감찰국장에 기용되었다.
대중의 오해?
다스코 국회 부의장은 지난 17일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법 개정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국회의원들도 잘 알고 있지만 이는 예전 버전의 개정안에 대한 것이고 현재 준비되고 있는 개정안은 전혀 다른 내용이므로 현재 국민들의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몰라서 그렇지 현재 논의되는 개정안을 국민들이 직접 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금방 알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언제나 국민들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상투적인 말로 발언을 마쳤다.
국방 문제를 감독하는 국회 제1위원회 우뚯 아디안또 위원장은 국회 내 유일 야당 포지션인 투쟁민주당(PDIP) 소속이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법안 초안 작성 당시 대중을 대표하는 인사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고 말했다.
이것은 군사법 개정안 논의가 너무 성급하고 대중의 참여가 없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에 대해 답한 것인데 그의 말이 무색하게 해당 위원회의 국회의원들과 정부 대표들은 지난 주말 자카르타 시내 고급 호텔의 밀실에 들어앉아 개정안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국민들의 우려를 전하려고 목소리를 높였던 시위자들은 강제로 끌려 나갔다.
제1위원회는 오는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군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18일에 결정했다. 쁘라보워 지지 정당이 의석 태반을 차지하는 국회에서 유일 야당 투쟁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제1위원회가 군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결의한다면 본회의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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