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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왕도마뱀 동상이 몰고 온 뜻밖의 논란 문화∙스포츠 편집부 2025-04-2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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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자바 워노소보군에 세워진 비아왁(왕도마뱀) 동상. 정교한 솜씨와 저렴한 예산으로 제작되어 화제가 됐다.(사진 =꼼빠스/ Rejo Arianto 제공) 

 

최근 중부자바 워노소보 군청이 세운 비아왁(Biawak -왕도마뱀) 조형물이 사실적인 디테일을 완벽하게 살려낸 솜씨와 상당히 저렴한 제작 비용으로 큰 화제가 되면서 전국 다른 도시에 세워진 "못나고" 예산만 많이 든 다른 조형물들과 비교되며 각종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높이 7m의 이 조형물은 바위 위로 기어오르는 노란 줄무늬 반점을 가진 검은색 왕도마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모습을 묘사했다. 슬로므르또 지역 끄라삭 마을에 설치된 이 조각상은 지난달 완공된 후 곧바로 지역 주민들의 사진 촬영 성지가 됐다.

 

이 조형물을 만든 사람은 수라까르따 소재 인도네시아예술대학(Indonesian Institute of the Arts) 출신 향토 예술가 레조 아리안또(Rejo Arianto). 그는 그 지역 여러 곳에 공공 미술작품을 제작, 설치하며 유명해졌고 그 중 몇몇 작품들은 군청 건물에도 설치되어 있다.

 

레조는 먼저 화가로서 이름을 알렸는데 이번에 화제가 된 왕도마뱀 조형물은 그의 세 번째 조각품이자 지자체 의뢰를 받아 제작한 첫 작품이다.

 

그는 지역 청소년 조직인 까랑 따루나(Karang Taruna)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이 조형물을 불과 한달 반 만에 완성했다.

 

이 프로젝트는 워노소보군 지자체 소유기업(BUMD)의 사회적책임(CSR) 기금으로 조달된 5천만 루피아( 421만 원)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이 소요됐다. 레조는 부족한 예산에도 불구, 고향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완공할 수 있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다른 도시에서 나온 의뢰였다면 더 많은 비용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조는 현지의 므냐왁(menyawak)이라 불리는 토종 왕도마뱀을 모델로 삼았는데 요즘 점점 개체수가 줄어 희귀해지고 있는 종이라 설명했다. 그는 예술이란 영혼의 표현이라 전제하면서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환경보호의 마음을 일깨우고 므냐왁과 그 서식지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최근 꼼빠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레조의 왕도마뱀 조형물 사진과 설치 경위에 대한 이야기가 SNS를 통해 퍼져나가자 많은 네티즌들이 그의 빼어난 솜씨와 장인정신을 칭송하며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조형물의 생동감에 찬사를 보냈다.

 

이 조형물을 제작, 설치하는 데에 들어간 저렴한 예산은 온라인에서 더욱 광범위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네티즌들은 이 왕도마뱀을 훨씬 큰 예산으로 건설된 다른 도시의 조각상들과 비교하면서 더 많은 납세자의 세금이 투하된 조형물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레조가 저렴하고 빠듯한 예산으로 완벽한 예술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 결과적으로 다른 도시의 조형물들이 한껏 부풀려진 예산으로 만들어지면서 그 예산의 상당부분이 특정 개인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횡령 또는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되기에 이른 것이다.

 

네티즌들이 레조의 왕도마뱀 조형물과 가장 많이 비교한 것은 동깔리만딴 사마린다 지자체가 올해 초 설치한 이라와디 돌고래 동상(Tugu Pesut Samarinda)이다. 이라와디 돌고래(Irrawaddy dolphin)는 동깔리만딴의 마하깜 강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민물 돌고래로 서식지 파괴, 과도한 어획, 강 오염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꾸준히 감소해 왔다.

 

높이 8m의 이 조형물은 철제 구조물을 재활용 플라스틱 케이블로 덮어 만들었는데 11억 루피아( 9,300만 원)의 시 예산이 소요됐다.

 

현대적이고 추상적인 스타일로 디자인된 이 조형물은 끊어지고 휘어진 리본의 형태인데 이는 꼬리를 세우고 뛰어오르는 이라와디 돌고래의 실루엣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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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린다의 이라와디 돌고래 동상(Tugu Pesut) 

 

그러나 많은 네티즌들은 이 조형물과 이라와디 돌고래의 유사점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들은 이 조형물을 끊어진 고무줄에 비유했고, 또 다른 이들은 다른 차원의 돌고래라고 조롱했다.

 

네티즌들로부터 비판을 받은 또 다른 디자인은 동부자바 그레식 지자체가 세운 코끼리 조형물(Patung Gajah)이다. 2020년에 완공된 이 조형물의 건설비용 약 10억 루피아( 8,300만 원)는 비료 생산업체 뻬뜨로끼미아 그레식(PT Petrokimia Gresik)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으로 조달됐다.

 

이 조형물 역시 추상적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눈, , 상아가 묘사되어 있지 않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상화가 처음부터 의도된 것으로, 살아있는 존재와 유사한 조각상을 만드는 것을 금지한 이슬람 원칙을 해당 디자인 채택의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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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식의 코리끼 조형물 

 

관계자들은 종종 꼬따 왈리(Kota Wali - 성인의 도시) 또는 꼬따 산뜨리(Kota Santri - 이슬람 학생들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이슬람 전통이 깊은 그레식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이슬람 원칙을 조형물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동상을 조숙한 코끼리라고 조롱하고 일각에서는 동상 제작 예산이 코끼리에게 먹혔다며 비아냥거렸다.[자카르타포스트/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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