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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팬데믹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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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1-12-01 16:29 조회 15,8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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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날들

김현숙
 
믿을 건 계절이 오가는 것뿐
가족과의 숭고한 약속도
고향으로 간 친구와의 약속도
아침 비질에 쓸려가는 창백한 꽃송이
 
기억의 가지 끝 고치로 매달린 어제와
까치발로 동동거리는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어지럽게 주변을 맴돌 뿐
 
꿈에선 중심을 잡고 오랫동안 걸었지
걸어온 대로 나아가면 거기 빛이 있었지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며 힘주어 말했지
"앞으로 나아가, 거기엔 네 꿈이 있어!"
 
꿈속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꿈
해묵은 꿈들이 덜 익어 갈라지고
오래된 우물이 흙먼지로 깊이를 잃듯
그렇게 마른 날들만 이어지는 게 무서울 뿐
 
한때는 여기 깊은 우물을 팠지
땅끝에 고인 반짝이는 물비늘을
자꾸 들여다 보았지
거기 두레박을 내리며 퍼낸 만큼의 샘물이 차오르길 바랬지
 
믿는 건 시간이 지나가는 것뿐
숨이 차는 나를 끌며 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그네들의 속도로
우물을 파고
 
 
                                                                                            (사진=조현영)
 
<시작노트> 
팬데믹엔 절망도 코로나 바이러스 만큼이나 오래 우리곁에 머무나 봅니다. 자신의 꿈을 잃은채 
나이드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말이죠.
 
다시 꿈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후세들은 고성장 시대를 살며 힘차게 달렸던 우리들처럼, 그들의 트랙에 맞는 속도로 달리기를 바랍니다. 설령 그 꿈이 조금 무모하더라도 희망과 열정이 함께 한다면, 그들의 삶은 충분히 풍부해지리라 믿습니다.
 
모험과 도전이 없이 사는 건 꽃피우는 걸 잊은 나무와도 같고 궤도를 잃은 행성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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