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꽃은 새벽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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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2-08-10 18:38 조회 13,060 댓글 0본문
꽃은 새벽에 진다
김현숙
꽃은 언제나 새벽에 진다
가장 장엄한 시간을 기다려
꽃잎 끝으로 피를 흘린다
소란소란,
여기저기 툭툭 터지는 환희에
늦을세라 봉오리를 펼쳤던 기억
비틀대며 자리를 잡고
저를 알아가는 날들은
비가 오듯
바람 가듯
바래고 얇아지는 영혼
쉼 없이 흔들리는 가지에
온전한 평온함이 있었던가
내가 아는 꽃은 새벽에 진다
별도 지고
밤도 숨을 멎는 순간
그쯤이어도 여전히 좋을 일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끝을 맺는다
(사진=조현영)
<시작노트 >
죽음은 때때로 그 존재의 실체에 더 다가가게 한다. 주기적으로 피고 지는 꽃을 그저 피상적으로만 보다가 낙화를 본 어느 순간, 가슴이 아려옴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열정을 다하다 보면, 예기치 않았던 고통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곤 하는데 이는 자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아름다움을 지키다, 추레하지 않은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는 꽃이 유난히 가슴에 들어온 어떤 날에, 끄적거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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