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나무로 태어나 바다에서 일생을 마치다 -술라웨시 전통 범선 삐니시(Pin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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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23-03-08 23:53 조회 2,148 댓글 0본문
나무로 태어나 바다에서 일생을 마치다
-술라웨시 전통 범선 삐니시(Pinisi)
사공경 / 한인니문화연구원장
인도네시아는 누산따라(Nusantara) 로 불리는 큰 군도 국가이며, 전체 면적 510만Km2 중 62%가 영해에 속한다. 그래서 선박은 해양 활동이나 어업, 교통수단으로 매우 중요하다.
쇠(주물)로 만들어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가 19세기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이전에는 내구성이 좋은 단단한 나무로 목선을 만들었으리라. 인도네시아는 조선하는데 필요한 용재인 튼튼하고 품질 좋은 나무가 많아 오래 전부터 견고한 선박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출처: facebook.com)
해양박물관에서 만난 전통 목선
1990년대 중반에 순다 끌라빠(Sunda Kelapa) 항구 가까이에 있는 해양박물관에 자주 들렸다. 그곳에는 그들의 전통 문화인 다양한 목선이나 범선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땅에서 태어난 나무가 바다에서 여전히 기이한 문양으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숨죽여 보며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바다가 나를 미치게 만든다.’라는 책 제목처럼 여러 개의 깃발을 달고 있는 범선을 보면 나는 어느새 동화 속을 거닐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좋은 목재로 구축한 고도의 해양기술에 감탄하며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펴고 강으로 바다로 떠났다. 다약족이 되어 카누를 타고 마하깜 강을 누비기도 하고, 피터팬이 되어 암스테르담으로 떠나기도 했다. 해양박물관은 바다 그리움을 가득 마셨던 나의 꿈의 공간이었다.
인도네시아의 범선 중에 대표적인 배가 목선 삐니시(Kapal Pinisi)라고 박물관 관계자는 힘주어 말하며 7개의 돛에 대해, 삐니시에 담긴 그들의 꿈을 이야기해 주었다.
삐니시 배를 만드는데 가장 좋은 나무가 울린(Ulin)이라고 했다. 보고르 식물원 안내원이 목청 높여 이야기하던 열대우림 지역의 대표적인 울린·자띠·므란띠 나무로 만든 그 배가 바로 삐니시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1300년대부터 바다를 탐험했던 삐니시 배의 활약을 들으며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해양 전통을 가진 국가이며, 큰 군도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8년 1월 16일 아침, 박물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삐니시 배 모형이 가장 걱정이 되어 달려 갔던 기억이 있다.
▲ 순다 끌라빠 항구의 삐니시 범선(사진=사공경 2015.2)
보고르에서 만난 삐니시 재목
보고르 식물원 제 1산책로 Treub 연구소 앞에 우뚝 솟은 나무가 있다. 고개를 젖히고 한참을 올려다봐야 한다. 안내인은 이 나무는 티크(Jati)나무처럼 견고하고 가공하기 쉬워서 목재로서 가치가 있으며, 가구나 건축에 많이 사용하며, 배의 재목으로도 아주 좋다고 했다.
신기해하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나에게 수령이 140년 정도가 된 므란띠(Meranti, 나왕) 나무이며 제 4산책로에도 더 큰 므란띠 나무가 있다고 말하며 나를 안내했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곳에서 아득하게 하늘을 향해 치닫는 두 그루의 커플나무(pohon jodo)를 볼 수 있었다.
그중 왼쪽에 있는 나무가 1870년에 심은 므란띠 나무이며, 40-50m까지 자란다고 했다. 연인이 커플 나무 앞의 벤치에 앉으면 결혼을 하게 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 보고르식물원 제 4산책로에 있는 커플나무(Pohon Jodo).왼쪽이 므란띠 나무(사진=사공경)
므란띠 나무는 울린(Ulin), 티크(Jati) 나무처럼 흰개미(rayap)의 침공에 강하며, 순다 끌라빠 항구에서 운항하는 배들은 이 나무들로 만들며 인도네시아는 좋은 나무가 많아서 전통적으로 튼튼한 배들이 많다고 말하는 안내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 뒤에도 식물원에 갈 때마다 므란띠 나무에게로 갔다. 괜히 밑둥을 툭툭치며 ‘너 참 잘 생겼구나.’ 하며 올려다보면 나무는 하늘 가득 바다 내음을 풍기고 있었다.
대체로 므란띠(나왕) 나무는 빨간색이며 색상이 어두울수록 품질이 좋다고 한다.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며, 종이를 만드는 주원료인 펄프에도 적합하다고 한다. 므란띠 원목은 합판 소재로도 많이 쓰이는데 밀도가 일정하고 변형이 적어 최고로 평가 받고 있다.
칼리만탄섬, 수마트라섬과 같은 열대 우림의 해안 근처나 언덕, 저지대에서 주로 재배되며 산에서는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산에서 자라지 않는 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므란띠 벌목한 원목/ 40여 년 동안 므란띠 나무를 많이 베어서 이제는 내륙쪽으로 장시간 이동을 해야만 므란띠를 찾을수 있다. 칼리만탄의 반자르마신이나 사마린다 근교에는 작은 직경의 므란띠 나무만 남아있다.(사진=장대영 )
티크(Jati) 나무는 50-70m까지 높이 자라고, 40년-60년 후 목재로 사용된다. 기후변화에 쉽게 변형되지 않고 나무결이 아름답기 때문에 최고급 목재라고 한다. 티크 나무는 자바섬에 많이 자라며 저지대나 고지대(산),모두 잘 자란다고 했다.
삐니시 배의 최고의 용재, 울린 나무
-철 나무, 나무의 프리마돈나, 젖은 열대우림 천연나무
울린 나무는 자연에서 생산되는 목재 중 가장 무겁고 단단하며 내구성이 뛰어나 철나무(Ironwood) 라고도 한다. 이처럼 내구성, 강도가 1위인 울린(Ulin)나무는 삐니시 조선에 더 없이 좋은 재목이다.
갑판 바닥과 벽 등 내부는 대체로 티크·므란띠(나왕) 목재로 만들며, 배의 골격인 용골을 만드는데는 해수에 강한 울린 목재(pohon kayu besi)를 사용한다. 요즈음은 울린 나무를 찾기 힘들어 티크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참고로 내구성, 강도 면에서 2위가 티크 나무, 3위가 므란띠 나무이다.
▲ 울린나무 (출처=apahabar.com)
울린 나무의 원산지도 므란띠 나무처럼 칼리만탄섬이나 수마트라섬이다. 모래 토양이 있는 저지대 지역에서 많이 자라서일까. 젖은 열대우림 천연식물이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므란띠 나무처럼 산에서는 자라지 않는다. 갈색에서 황색을 띠다가 짙은 갈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검은색으로 변한다. 거칠면서도 아름답고 내구성이 좋아서 선박이나 건물(주택) 기초재, 철도 침목, 가구, 항구 건물, 댐에도 사용된다. 누수가 없고 내화성이 있어서 지붕을 만드는데도 좋은 목재이다. 그 외에도 다리, 전신주를 만드는데도 사용된다.
어떤 환경에도 쉽게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목재처리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허나 단단해 쪼개기는 쉬우나 못을 박거나 톱으로 자르기가 아주 어려워 작업하는 과정이 오래 걸린다. 그 강도성 때문에 모든 시간을 초월한 나무, 프리마돈나 나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은 나무는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굵고 우람한 울린 나무는 은은한 자연의 향으로 색다른 질감으로 누가 뭐래도 특별한 나무이다.
높이가 30~50m에 달하며 직경이 보통 120cm로 아주 큰 나무 유형이다. 동칼리만탄에 있는 쿠타이 국립공원의 저지대에 높이 20m, 직경 2.47m의 거대한 울린 나무가 우람한 자태로 서 있다. 이 울린은 국립공원의 아이콘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직경의 울린 나무이다. 더구나 이 나무의 수령은 1,000년이나 된다고 한다.
가격도 비싸지만 여전히 수요자가 많고 불법 벌목으로 인해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다. 게다가 매우 천천히 자라는 나무이다. 나무 직경의 평균 성장은 연간 1-2cm인데 울린은 연간 0.058cm에 불과하다.
또한 열매의 껍질이 매우 단단하여 발아 과정이 느리다. 그래서 벌목림의 자연 번식이 어렵다고 한다. 수령이 20년이 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며, 열매의 생산량도 매우 적다. 씨앗이 발아하는데 약 6-12개월이나 걸린다.그래서 이 귀한 나무가 소멸되고 있다.
울린 나무는 1972년에 농업부 법령으로 보호 나무 목록에 등재되었으나, 2019년 환경부는 보호식물 목록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사업가들의 입김 때문이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대중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21년 6월까지 27,688명이 보호목록에 다시 넣으라고 온라인 청원에 서명하였으나, 현재까지 개정 계획에 있다고만 발표하고 있다.
2017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살만 왕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보고르 왕궁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함께 울린 나무를 식수하는 장면을 뉴스에서 본적이 있다. 철 나무로 알려진 울린 나무처럼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더 단단해지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범선(帆船) 삐니시(Kapal Pinisi)에 실린 인도네시아인들의 꿈
인도네시아 해양 활동의 내력을 생각할 때 화물선 삐니시는 아주 중요한 골격과도 같다. 비교하자면 집의 대들보와 마찬가지다. 이에 지붕과 벽을 덧대면 해양 활동의 역사가 보인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시대에는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순다 끌라빠(Pelabuhan Sunda Kelapa)항에는 범선 삐니시가 그들의 꿈을 안고 그림처럼 정박해 있었다. 부둣가에 묶여 있는 목선들은 범선이며, 큰 돛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으로 펼쳐져 있다. 범선은 남부 술라웨시의 부기스 (Suku Bugis)족과 마까사르 (Makassar)족이 만든 그 유명한 삐니시(Pinisi) 배이다.
삐니시는 14세기에 마다가스카르와 희망봉,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을 탐험했다고 한다. 16세기에 힌두 빠자자란 왕국은 후추, 쌀, 농산물과 금, 가축을 삐니시 배에 싣고 순다 끌라빠항을 통해 수출했다.
17, 18세기까지 유럽과의 무역이나, 18세기 중반에는 미국과 교역을 할 때도 범선 삐니시(Kapal Pinisi)로 해양 활동을 했다고 한다.
▲삐니시 범선(출처=https://perikanan38.blogspot.com/2018/06/jenis-jenis-kapal-pinisi.html#super)
삐니시는 사각 삼각형의 돛을 달고 거친 바다에서도 맞바람을 비껴 받으며 나아간다. 주로 도서간의 운송으로 사용된 범선 삐니시는 7개의 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솜발라 바까(Sombala Bakka)와 솜발라 리보꼬(Sombala Riboko)라고 불리는 2개의 큰 평행사변형 돛이 주 돛대이다. 주 돛대에 신앙 고백이 적혀 있고, 삼각형 땀빠세레(Tampasere)라고 불리는 2개의 돛이 주 돛대 위에 있다.
쪼쪼로 빤따라(Cocoro Pantara)와 쪼쪼로 땅아(Cocoro Tangnga), 쪼쪼로 따렝께(Cocoro Tarengke)라고 불리는 3개의 삼각형 돛이 배의 앞쪽에 있다. 주요 돛을 지원하기 위해 3개의 지지 돛이 설치된다. 선박 전면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다리는 균형추로 사용되며 3개의 지지 돛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7개의 돛은 이슬람의 성서 꾸르안의 첫 번째 장이며 무슬림의 일일기도 때마다 암송되는 Al-Fatihah 기도문의 개수를 상징한다. 또 세계 7대양을 항해하고자 하는 인도네시아 선조들의 바람도 담아 있다. 이처럼 돛에는 신과의 조화를 지향하고 바다를 품는 인도네시아인들의 꿈이 있다.
1997년 삐니시 배 내부를 탐방하러 순다 끌라빠 항구로 갔다. 갑판을 거쳐서 배의 아래로 내려갔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너무 깊어서 놀랐다. 삐니시 범선의 길이는 28-30m이고 배 밑이 얕은 곳은 3m이며 깊은 곳은 7-8m였다. 큰 배는 600~1500ton을 실을 수 있다고 했다.
배위에 적혀 있는 K. L. M(Kapal Layar Mesin)은 돛과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배라는 뜻이다. 삐니시는 1980년대부터 엔진을 사용했다고 한다. 현대로 오면서 선박의 추진력은 전적으로 돛에 의존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돛은 옛 삐니시의 높이에 비하면 점점 짧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항해자들은 수세기 전과 같은 무역로를 사용하고 별을 보며 항해한다.
삐니시 배는 100년 전후부터 20년 전에 만들어진 것까지 다양하나 디자인은 이 군도의 섬사람들이 14세기부터 사용했던 것이다. 이처럼 삐니시 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유일한 대형 목조 선박이다. 이는 계속해서 배를 만드는 전문가와 수요자가 있기 때문이다.
삐니시 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라 갈리고 (La Galigo)’란 남부 술라웨시 부기스 족의 신화에 따르면 삐니시 배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삐니시 배는 14세기 남부 술라웨시의 루우(Luwu) 왕국의 왕자인 사웨리가딩 (Sawerigading)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중국의 공주에게 청혼하러 가서 몇 년을 살았다. 귀국할 때 폭풍에 휩싸여 배는 산산이 부서져 불루꿈바(Bulukumba) 지역의 해안 세 곳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선체는 아라(Ara) 마을로, 선박의 구조물은 따나 레모(Tanah Lemo) 마을로, 돛은 비라(Bira) 마을로 밀려갔다.
이에 아라 마을 사람들이 선체를 만든 후에 따나레모 마을 사람들은 배를 재조립하고. 마지막으로 비라 마을 사람들은 7개의 돛을 올려서 마무리를 했다. 이렇게 완성된 배를 삐니시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세 지역의 사람들은 구전으로 삐니시 배의 조선과 운항의 특정 기술을 대대로 이어가며 친밀한 형제애를 가지고 있다.
삐니시 선박업자는 불루꿈바 지역에 와서 작업하며 이 지역 상당수의 주민들이 이 돛배를 만드는 기술자들이다. 이들을 부기스 사람들(Orang-Orang Bugis)이라 한다.
그 역사적인 사건에서 각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술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바다를 정복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고똥로용(Gotong Royong)의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삐니시 배는 우수한 선원의 국가인 인도네시아 국민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우수한 용재, 나무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화물선 삐니시는 요즈음은 세계화 시대에 맞추어 호화스러운 크루즈선인 특별한 관광 함대가 되기도 한다. 역사의 진보라고 해야 할까.
삐니시 조선(造船) 전통을 통해 만나는 인문학
-땅의 신과 바다의 신이 하나되는 삐니시 배 (Kapal Pinisi)
선박의 안전을 위해서 나무를 베기 전에 기도를 하면서 악령을 몰아내고 닭을 도살한다. 나무를 찾을 때도 기일인 5일이나 7일에 한다. 숫자 5(리마,Lima)는 생계나 행운이 다섯 손가락 즉, 손에 있다는 것을, 숫자 7은 행운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나무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 나무가 그려놓은 나뭇결 방향으로 자른 후, 건조시킨다.
삐니시 조선에는 달콤한 간식과 건강한 흰 수탉 한 마리가 제물로 제공된다. 배의 용골에 흰 수탉 피를 바르는데 이는 만들어 질 배에서 유혈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서를 알 수 있다.
용골(龍骨)은 주요 지지대이며 선박의 바닥에 있는 목재이다. 삐니시의 용골은 앞면 용골과 뒷면 용골로 구성되어 있다. 용골 앞부분이 용감한 남성을, 뒷부분이 강인한 여성을 상징한다.
주문을 왼 후 멈추지 않고 한번에 잘라야 하기 때문에 힘 센 사람이 정갈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잘라야 한다. 자른 용골 끝이 땅에 닿으면 안된다. 자를 때 앞부분은 떼어서 바다로 던진다. 이는 재난 방지를 의미하기도 하고 생계를 위해 바다로 갈 준비하는 남편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른 뒷부분은 집에 보관하는데 이는 출항한 남편을 충실하게 기다리는 아내를 상징한다.
선주는 용골 조각을 바닷물에 담근 후에 집으로 가져온다. 이는 배가 가라앉지 않고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라는 의미이다. 그 다음에 판을 맞추는 “안자레끼 (Anjarekki)”란 의식이다.
삐니시 배는 판이 총 126개 필요하다. 판이 모두 만들어진 후 선미를 놓는다. 판을 잘 붙이기 위해 “바룩 (Baruk)” 나무 껍질로 된 헝겊을 판 틈에 정리하는 “아빠니시 (A’panisi)”란 의식 다음에 빈틈을 메우는 퍼티를 한다. 퍼티는 석회와 코코넛 오일로 만든다. 12시간 동안 섞어서 최소한 6명이 퍼티를 한 후에 파파야 껍질로 퍼티를 닦는다. 그 후 전체 선체를 칠한다.
다음 의식은 선박을 바다로 진수하는 것이다. 여러 종류 나뭇잎을 준비하고 물에 넣어서 배의 주위에 뿌린다. 배 무개가 100톤 미만이면 한 마리 염소를, 100톤 이상이면 한 마리 소를 도륙한다. 염소나 소의 앞다리를 자른 후 무릎 아래 부분을 배의 상갑판(上甲板) 중앙의 앞쪽에 걸고, 자른 뒷다리는 선미에 건다. 이 의식이 “아빠실리 (Appasili)”라고 하며 동물 다리처럼 배가 잘 진항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중심을 주는 “암모씨(Ammossi)” 란 의식은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을 상징하며 삐니시 배는 십장(감독)의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식이 끝난 후, 밧줄이나 도르레를 사용하여 선원들이 배를 타고 조수 또는 해가 떠오를 때 바다에 진수한다. 의식의 주요 지도자인 십장이 용골 왼쪽에 앉아서 기도하며 주문을 외친다.
다음 과정은 외부 선체와 내부 선체 사이에 돌을 설치하여 선박의 균형을 잡아 유지하고 배가 바다에 뜨면 돛과 돛대를 단다.
이제 땅의 신과 바다의 신이 삐니시 안에서 만나며, 땅에서 자란 나무는 마침내 바다에서 살아갈 준비를 한다. 이제 모든 것은 두 신의 생각과 느낌, 이성과 감성의 만남으로 인해 일어날 것이다. 신을 경외하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는 그들의 삶의 철학을 알 수 있다.
(출처=https://seasia.co/2018/02/15/indonesia-s-pinisi-the-unesco-s-intangible-cultural-heritage)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삐니시 배의 전통적인 수공 목공 기술은 선박 건조의 지배적인 기술로 남아 있으며, 항해 기술도 범선 항해술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조선기술과 항해술은 구전으로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이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켰다. 배의 예술적인 면도 높이 평가받아 2017년 12월 7일에 프랑스의 파리에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어 등재되었다.
또한 삐니시 조선은 여전히 고대 의식과 함께 자연 환경을 존중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른다. 게다가 조선 과정에서 협력한다는 고똥로용 (gotong royong)정신도 높이 평가받았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 과정은 인도네시아 사회의 일상과 문화의 가치를 반영한다.
교역을 위해 조선되었던 배의 형태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지만 삐니시 배는 여전히 국가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자 역사이며 전통이다.
출항을 기다리는 키 큰 돛을 단 범선, 삐니시와 인도네시아인들의 꿈은 하나다. 오늘도 삐니시 배는 나무로 태어나 바다에서 섬과 고독과 진실을 노래하고 있다. 나이테의 꿈을 간직한 채.
순다 끌라빠 항에는 인도네시아인들의 해양 활동이 그리움으로 녹아 있다. Kapal Pinisi와 함께.‘그리워 못 견디는 그리움이 모두 바다가 되었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인도네시아 임업동향지 8호 <한-인니 산림협력센터 발간, 2022>에 실린 사공경 칼럼-술라웨시 전통 목선 삐니시(Pinisi)참고 및 발췌
<참고자료>
https://www.adira.co.id/sahabatlokal/article_short/metalink/kapal-pinisi
https://id.wikipedia.org/wiki/Pinisi
http://p2k.itbu.ac.id/ind/1-3064-2950/Kapal-Pinisi_145247_itbu_p2k-itbu.html
https://www.hops.id/sejarah-kapal-pinisi/
https://www.youtube.com/watch?v=tfG3heiIeY8&t=288s
https://indonesiabaik.id/infografis/kapal-pinisi-indonesia-masuk-warisan-budaya-dunia
https://bogorkab.go.id/post/detail/mengenal-pohon-ulin-si-kayu-besi-indonesia
(https://id.wikipedia.org/wiki/Jati)
(https://www.jagonefurniture.com/2017/09/kelebihan-dan-kekurangan-kayu-jati.html)
(https://www.99.co/blog/indonesia/karakteristik-kayu-meranti/)
(https://www.dekoruma.com/artikel/70313/manfaat-dan-kelebihan-kayu-meranti)
https://seasia.co/2018/02/15/indonesia-s-pinisi-the-unesco-s-intangible-cultural-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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