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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자카르타의 한 모퉁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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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작성일 2018-04-26 11:16 조회 6,45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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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한 모퉁이에서 
 
                                           최장오
 
 
비가 내린다
바람과 마른 도시 냄새가 버무려져 내린다
멘뗑의 고가도로 아래서 여장남자를 만났다
사월의 함박눈처럼 어색하게 웃는 표정이 비 오는 하늘을 닮았다
달고 진한 믹스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인다
온 몸이 퉁퉁부어 오줌에서 거품과 단내가 나도록
 
쏴 쏴 달리는 자동차 소음에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비 오는 날 고가도로 아래서 여장남자를 만났다
삐에로 보다 더 짙은 남자의 웃음이 흐린 하늘을 닮았다
칙칙한 거리의 벽화들이 흐르는 빗물에 무채색으로 어두워진다
그의 눈가에 번진 마스카라가 깜빡이는 점멸등처럼 먹먹해진다
 
비 바람에 치대는 플래카드가 성난 군중의 함성이 된다
비 오는 날 고가도로 아래 여장 남자는 굽어진 어깨로 소리를 지른다
들어 주는 이 없어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길가의 미모사가 그를 닮았다
 
빗 물은 거리의 벽화 위로 번지 듯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시작노트 
비는 예고 없이 내린다
그렇게 비는 무겁게 내렸다
고가도로 아래 이런저런 도시의 사람들이 비를 피해 모여든다
발걸음을 잠시 잡아 둔 비에 도시의 속살을 비집고 나온 성 소수자들, 소외된 사람들……
그건 자카르타라는 대도시의 흔적이었다.
 
 
    (사진=manzizak /조현영)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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