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96) 노을이 오는 어느 날인가
페이지 정보
인문과 창작
본문
노을이 오는 어느 날인가
김현숙
노을이 살며시 오는 저녁엔
그리움에 젖은 이들이 시를 씁니다
먼 옛날 하늘 끝 발간 빛과
그 자리로 내리던 잿빛 어스름을 꺼내
묵향 가득한 문장을 만듭니다
노을이 불처럼 일어나는 저녁엔
떠나 온 이들이 시를 씁니다
불길 일렁이는 빌딩 숲
심장과 눈동자로 옮겨붙은 불덩이가
시뻘건 덩어리를 토해냅니다
붉은 빛 사그러든 빌딩사이
눈물나게 아름답던 그 가을저녁이
누굴 기다리듯 서성이다
약속없이 돌아선 어느 날인가
(사진=김현숙)
<시작노트>
노을이 유난히 아름다운 시기입니다. 넋을 잃고 바라보기도 하고, 핸드폰 카메라를 작동시켜 사진으로 남기기도 하지만 너무 예뻤던 한국의 어느 가을날과 자꾸 오버랩이 됩니다. 무엇하나 비교가 안 되는 것이 없을 만큼 고향은 늘 마음 한쪽에 자리하고 있네요. 미래의 어느 날, 고향의 노을을 보며 인니의 저녁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 이전글(197) 독작 22.03.10
- 다음글(195) 바틱이 삶이고 생활인 뻐깔롱안 사람들 22.02.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