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90) 팬데믹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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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의 날들
김현숙
믿을 건 계절이 오가는 것뿐
가족과의 숭고한 약속도
고향으로 간 친구와의 약속도
아침 비질에 쓸려가는 창백한 꽃송이
가족과의 숭고한 약속도
고향으로 간 친구와의 약속도
아침 비질에 쓸려가는 창백한 꽃송이
기억의 가지 끝 고치로 매달린 어제와
까치발로 동동거리는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어지럽게 주변을 맴돌 뿐
까치발로 동동거리는 오늘,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어지럽게 주변을 맴돌 뿐
꿈에선 중심을 잡고 오랫동안 걸었지
걸어온 대로 나아가면 거기 빛이 있었지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며 힘주어 말했지
"앞으로 나아가, 거기엔 네 꿈이 있어!"
걸어온 대로 나아가면 거기 빛이 있었지
아이들 어깨를 두드리며 힘주어 말했지
"앞으로 나아가, 거기엔 네 꿈이 있어!"
꿈속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꿈
해묵은 꿈들이 덜 익어 갈라지고
오래된 우물이 흙먼지로 깊이를 잃듯
그렇게 마른 날들만 이어지는 게 무서울 뿐
해묵은 꿈들이 덜 익어 갈라지고
오래된 우물이 흙먼지로 깊이를 잃듯
그렇게 마른 날들만 이어지는 게 무서울 뿐
한때는 여기 깊은 우물을 팠지
땅끝에 고인 반짝이는 물비늘을
자꾸 들여다 보았지
거기 두레박을 내리며 퍼낸 만큼의 샘물이 차오르길 바랬지
땅끝에 고인 반짝이는 물비늘을
자꾸 들여다 보았지
거기 두레박을 내리며 퍼낸 만큼의 샘물이 차오르길 바랬지
믿는 건 시간이 지나가는 것뿐
숨이 차는 나를 끌며 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그네들의 속도로
우물을 파고
숨이 차는 나를 끌며 시간은 가고
아이들은 그네들의 속도로
우물을 파고
(사진=조현영)
<시작노트>
팬데믹엔 절망도 코로나 바이러스 만큼이나 오래 우리곁에 머무나 봅니다. 자신의 꿈을 잃은채
나이드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말이죠.
나이드는 사람에게는 더욱 더 말이죠.
다시 꿈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긴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후세들은 고성장 시대를 살며 힘차게 달렸던 우리들처럼, 그들의 트랙에 맞는 속도로 달리기를 바랍니다. 설령 그 꿈이 조금 무모하더라도 희망과 열정이 함께 한다면, 그들의 삶은 충분히 풍부해지리라 믿습니다.
모험과 도전이 없이 사는 건 꽃피우는 걸 잊은 나무와도 같고 궤도를 잃은 행성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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