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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208) 미낭까바우,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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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816회 작성일 2022-10-2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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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낭까바우, 여자
 
채인숙
 
 
여자는 여자에게
물소 뿔 손잡이가 달린 사다리를
물려주었다
 
바람을 가두어 벽을 쌓고
뾰족한 돛 모양의 지붕을 올렸다
 
물소 싸움을 구경하러
마을로 내려간 아이는
날이 저물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낮의 실연과
낮의 어떤 모욕을 되삼키며
길 떠나는 남자의 등을
힘껏 밀었다
 
파파야 쓴 잎을 데쳐
저녁 밥상을 차리고
여자는
천천히 어둠을 만지며
사다리를 올랐다
 
곧 허물어질 것들에만
생을 걸었다고
 
당신에게 도망치던 내 마음도
눈을 감고
저녁 지붕 위를 따라 올랐다
 
 
(릿터 Littor 2022년 8,9월호 발표작)
 
(사진=채인숙 ) 
 
 
시작노트:
미낭까바우의 한 여자를 생각한다.
물소뼈 지붕을 한 루마 가당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빠당 요리에 쓰는 른당을 만들고
므란따우를 위해 집을 떠나는 남자의 짐가방을 싸는 여자.
어머니에게서 딸로 가문을 이어가는
모계사회의 혈통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여자.
그러나 잦은 이별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여자.
미낭까바우의 그 여자에게
부디, 다정한 저녁이 있기를.
 
 
*채인숙 시인
2015년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2021년 <라라종그랑> 한인니 5인 시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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