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45) 시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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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절
시.김현숙
새들이 퍼덕일 때마다 꽃잎은 지고
바람이 펄럭일 때마다 꽃잎은 날린다
꽃은 한 번도 스스로 진 적이 없어
져야되는 때를 모르고
져야 다시 피어난다는 걸 모르고
가을이 질 때마다 소슬바람 잎새 하나
겨울이 올 때마다 찬서리 아픈 기억
긴 세월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
아무도 마음에 들일 줄 모르고
붙잡아도 허무한 인연인 줄 모르고
(사진=김현숙)
**시작노트
깨달음은 늘 한 발자국씩 느리다.
몰입과 집착은 아픔을 오래 유지하고 견디게 한다.
깨달음 뒤에도 몰입을 떨쳐내느라 시간을 쓰고 집착에서 벗어나느라 투쟁을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내가 남이 되고, 네가 이방인이 된다면 깨달음은 온전히 내게 온 것이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리라는 희망은 아직 없다.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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