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61) 코로나19, Octob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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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October 2020
김현숙
2020, 삶과 죽음의 경계에 요단강은 없다
운 나쁘면 칼날같은 선 위에서 휘적이다
나락으로 떨어진다
저마다 시한폭탄 하나씩 마스크에 숨기고
뇌관을 제거할 백신을 기다린다
번호가 매겨진 확진자와
개죽음이 된 사망자의 계기판을 보며
황당한 봄이
너덜너덜한 여름이
창백한 가을이 내 옆에 서 있다
공포에 떨던 나는
머리가 허옇게 희어지고
사람을 극도로 피하며
하루에도 수 십번씩 세정제를 뿌려댄
손등엔 알콜성 개기름이 번들거린다
처음 한 달은 코로나를 원망하다
둘째 달은 코로나를 공부하다
셋째 달엔 코로나와 싸워 이길
투쟁심에 불타다
지금은 고개 외로 꼬고
뉴노멀에 굴복하는 중......
"얘야, 뭔 이런 세상이 다 있다니!"
팔순 노모의 한탄이
내 가슴에 머물다
아들 가슴에 꽂히는 건
차마 주면 안 될 걸 물려주기 때문이다
너무 미안하기 때문이다
(구글 이미지)
** 시작노트
당황하고 허둥대다,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이다, 우울한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보낸 8개월.
뉴스에 오르내리는 미래에 대한 온갖 추측과 억측에 생각을 얹어보고, 희망고문에 속아도 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앞이 더 묘연해지는 건,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깊은 늪에 빠져 들었음이 분명하다.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비싸고 번지르르한 것 말고 받아서 행복한 선물 말이다.
*이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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