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65) 바오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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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나무 편견
박정자
어린왕자의 말만 듣고 너를 쓸모없이 여겼던 거야 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처럼 골치 아픈 무엇으로만 생각했던 거야 알아보고 판단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무조건 그랬던 거야 나는 어린왕자를 정말 많이 사랑하거든
우연히 만났지 이파리를 다 떨군 너의 맨몸을 팔 벌려 안았어 어린왕자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너와 귀엣말을 하고 싶었어 어떻게 그 먼 별에서 여기까지 왔는지 어떻게 나는 또 지구의 저편에서 날아와 너를 만나게 됐는지
어린왕자에게 대나무울타리를 보낼까 너와 친구들에게 구역을 정해주면 너희는 착하게 그 안에서만 자랄 거고 언젠간 멋진 쉼터가 될 거라고 엽서를 적어서, 그래도 코끼리는 조심하는 게 좋겠다고 추신을 달아서
어린왕자도 이제는 알겠지 여행을 오래 했잖아 바오밥나무는 별이 부서질 만큼 크게 자라지는 않을 거고 바람과 햇빛과 물을 적당히 흐르게 할 거고 새들이 모이는 아름다운 가지를 뻗을 거라는 걸 그러다가 어느 바오밥나무 하나가 장미와 너무 친해져서 어린왕자의 질투를 사게 될지도 모르겠네, 너희가 어린왕자와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듣고 싶어
참 고마운 일이야 우리가 여기서 만날 수 있어서 네게 기대어 하늘을 보다가 알았어 편견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러니까 이제부턴 짐작하지 않기 속단하지 않기 편견 갖지 않기 그것들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았으니까말야
끄분라야의 바오밥나무 (사진=박정자)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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