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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106) 보고르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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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0,246회 작성일 2019-09-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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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르 여행하기
 
글.사진  조은아
 
 
자카르타가 치열하고 뜨겁게 성장하는 동안, 그를 둘러싸고 있는 위성 도시 중 하나인 보고르는 그 뜨거움에 지친 자카르타인들의 휴식처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자고라위 고속도로를 통해 남쪽으로 한 시간 쯤 달리면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구름을 허리에 두른 높디 높은 봉우리들이 하나 둘씩 보이면 그 언저리가 바로 보고르다. 자카르타 남쪽 60km, 인도네시아에서 14번째로 큰 문화/관광의 중요한 중심지이자 산악 도시. 산이 많은 만큼 지대가 높아 기후도 서늘하다는 점만으로도 이 더운 적도의 나라에선 참으로 매력적이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라 ‘비의 도시’라는 닉네임도 있다고는 하지만 보고르는 하늘이 흐린 날이 거의 없다. 비가 오거나 맑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건기의 보고르 하늘은 마치 한국의 맑은 가을 하늘처럼 높고 푸르다. 적어도 일년의 반은 화창한 하늘과 짙푸른 산과 아침 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을 함께 만끽할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 그리 먼거리는 아니지만 당일 여행으로는 다 둘러보기엔 산악 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가 있다.
 
‘따만 사파리’가 있고, 나름 유명한 자연 공원들이 빼곡한 휴양지일 뿐 아니라 부유층들의 별장이 즐비하기 때문에 주말과 휴일이면 붐비는 차들로 르바란 연휴 못지 않은 교통 체증을 앓는 곳이기도 하다. 산악 지대로 올라가는 유일한 도로인 잘란 뿐짝은 주말과 휴일엔 시간대별 한 방향 통행까지 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길에서 서너 시간씩 발이 묶여 있을 수도 있는 곳이다. 보고르 여행을 악몽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몇 가지 도움 되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반나절의 여유
 
자카르타에서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센뚤 시티Sentul city는 놀이 공원인 ‘정글랜드’와 안쪽 깊숙한 곳에 맑은 폭포와 우거진 숲으로 이어진 트래킹 코스가 유명하다.
활쏘기, 짚라인 등 야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따만 부다야’에서는 전통 스파샵과 야외 펍, 머릿 수건을 두른 진짜 이탈리아 아저씨가 직접 굽는 화덕 핏자도 맛 볼 수 있다. 최근 센툴시티에는 예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커피숍들이 앞다퉈 들어서면서 나름 핫한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또 구능 빤짜르에서 래인보우 골프장을 넘어 구능 굴리스까지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산악 자전거 마니아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센뚤 시티의 다음 톨이 바로 꼬따 보고르다. 톨을 들어서서 만나는 첫 번째 큰 도로가 보고르의 메인 도로인 잘란 ‘Padjadjaran’. 16세기경 자카르타를 지배했던 서부 자바의 빠자자란 왕국은 지금 보고르 심장부의 가장 큰 혈관으로 남아있다. 꼬따 보고르는 이 도로를 중심으로 주요 상권이 이뤄져 있으며 가장 큰 쇼핑몰과 병원, 호텔들이 이 도로 좌우로 늘어서 있다.
 
꼬따 보고르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끄분 라야(Kebun Raya) 식물원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이스타나 보고르(Istana Bogor)도 이 빠자자란 거리에서 둥글게 이어지는 세 개의 일방 통행 길로 감싸져 있다.
 
 <이스타나 보고르 정원이 보이는 길>
 
잘란 빠자자란의 가장 중간에 서있는 보고르의 상징인 Tugu Kujang을 시작점으로 Jl.otto iskandardinata, Jl.Ir. H. Juanda, Jl. Jalak Harupat로 이어져 다시 Padjadjaran의 Tugu Kujang 까지 연결된, 이 길은 마치 빠자자란이라는 제일 긴 손가락에 끼워진 빛나는 제왕의 반지처럼 도시 중심부에서 가장 빛나고 중요하게 관리되어지는 곳이다. 유일하게 인도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도시를 둘러볼 수 있는 한 시간 코스의 관광지이자 보고르 주민들의 최애 조깅 코스이기도 하다.
 
이 길을 따라 돌면 오른편으로는 끄분 라야와 보고르 성당, 우체국, 보고르 궁전 다시 식물원의 정원을 만나게 되고 왼편으로는 빠사르 보고르, 시청, 도시 방위대와 각종 큰 은행, 호텔 건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일방 통행이기 때문에 하나를 지나치면 다시 한 바퀴를 돌아와야 하니 주의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 보고르식물원의 인기 많은 쌍둥이 나무>
 
보고르의 보물인 식물원 끄분 라야(Kebun Raya)(입장료 : 외국인 26,000루피아, 끼따스 소지자 15,000루피아)는 Botanical Gardens로 불리기도 한다. 1817년에 건립된 이곳은 약 만 여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정문에서 길게 늘어선 카나리야자 나무 가로수길이 특히 아름답다. 식물원 안에는 연꽃 가득한 큰 연못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보타니컬 가든 카페가 유일한 식당이다. 여러 국적의 관광객들을 의식한 탓인지 다양한 종류의 음식도 맛있고 무엇보다 저녁 풍경과 라이브 음악의 풍치가 그만인 곳이다.
 
작은 도시지만 중앙 심장부에서 만끽하는 열대 우림의 시원한 그늘과 각양 각색의 식물들이 내뿜는 평화로움이 이 도시를 이끄는 주된 기운이다. 보고르 전체를 둘러보기에 시간이 없다면 단 반나절만이라도 뜨겁게 달궈진 뇌와 가슴을 식히기엔 충분한 곳이다. (돗자리와 음식물 반입 가능하고, 평일에는 본인 차량으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오후 4시까지 차량 입장이 금지되어 있는데 주변에 별도의 주차시설은 없다.)
 
< 이스타나 보고르 정문>
 
대통령궁 Istana 보고르는 식물원과 안쪽 담을 공유하고 있지만, 반대쪽 일방 통행로에서 그 넓은 정원과 순백색 네덜란드식 궁전의 전경이 더 잘 보이도록 되어 있다. 그곳에는 총을 든 군인들 대신 한가로이 뛰어노는 천여 마리의 사슴들이 그림 같은 유럽식 정원의 풍경을 완성시키고 있다. 자카르타나 찌안주르의 집무실과는 차원이 다른 여유와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일 년에 단 한번, 3일 동안, 미리 예약권을 받은 사람들에 한 해 궁전 입장을 허락하는데, 굳이 사각사각 들리는 사슴 똥 밟는 소리가 궁금하지 않다면 겉에서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복장 제한도 까다롭고 선착순이라는 명목의 무질서를 인내하기엔 그 공개 범위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고르 여행의 백미 뿐짝오르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뿐짝’은 보고르 남쪽 정면으로 보이는 높은 봉우리 해발 3,019m의 구눙 빵랑오(Pangrango)다. 그 뒤로 2,980m의 구눙 그대(Gede)와 구눙 마시깃, 구눙 링꿍, 구눙 뿌뜨리 등이 있고 남서쪽 수까부미 방향으로 구눙 살락(Salak 2,211m)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구눙 살락은 보고르 시내를 경유해서 등반이 가능한데 아름다운 폭포와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로 사랑받는 곳이다. 트래킹과 캠핑 등이 가능하지만 산세가 험해 꼭 현지 안내원과 동행하길 권한다.
 
구눙 살락이 아직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반면, 잘란 뿐짝Jl. Puncak이 유일한 입구인 구눙 빵랑오는 그 초입부터 늘 정체다. 잘란 뿐짝에는 소젖 짜기 체험과 작은 농장, 3D뮤지엄 등이 있는 찌모리Cimori, 수영장과 놀이 공원 등이 있는 따만 마타하리Taman Matahari가 있다. 저렴한 가격에 자잘한 놀거리가 있어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들이다. 그리고 뿐짝 필수 코스인 ‘따만 사파리’. 따만 사파리는 최근 외국인과 끼따스 소지자의 신분증 검사를 엄격히 하고 있으므로 꼭 개인별로 하나씩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끼따스 소지자 Rp185,000 /미소지자 및 외국인 Rp400,000)
 
따만 사파리 입구를 막 지나면 아랍 식당과 슈퍼 등이 즐비한 ‘아랍 거리’를 지나 산 중턱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차 밭인 ‘구능 마스’를 만난다. 그 곳에서부터는 급경사의 산 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져 뿐짝 빠스까지 이어지게 된다. 가장 꼭대기인 뿐짝 빠스를 넘어서면 그대Gede-빵랑오Pangrango 국립 공원과 또 하나의 끄분라야 찌보다스Cibodas, 꽃 공원인 따만 붕아Taman Bunga 등이 가장 대표적 관광지다.
 
등산 마니아들의 필수 코스인 그대-빵랑오 국립 공원 등반은 1월~3월까지는 폭우로, 8월 건기는 산불 방지를 이유로 입산이 통제되며, 그 나머지 4월~11월에는 등반이 가능하다. 하루 입산 인원을 통제하고 있어 인터넷으로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가이드 동반은 필수. (http://www.gedepangrango.org)
 
보고르 사람들은 주로 일을 마친 평일 저녁에 뿐짝을 올라 저녁을 먹고 차 한잔 즐기며 산 너머 찌안주르의 야경을 즐긴다. 지대가 워낙 높아 자켓은 필수로 입어야 하고 밤에는 허연 입김도 불어 낼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 두 어시간 거리에 입김까지 불 수 있는 시원한 휴양지가 있다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다. 문제는 이 매력적인 지역은 늘 교통 체증이라는 문제로 외부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Satu Ara 극복하기
 
톨 찌아위 Toll Ciawi를 들어서면 오른쪽으로는 란짜마야와 수까부미로, 왼쪽으로는 뿐짝으로 길이 나뉜다. 올해 초 찌아위Ciawi - 수까부미Sukabumi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인 찌아위Ciawi - 찌곰봉Cigombong 구간이 열리면서 수까부미 방향의 정체는 사라졌다.
 
주말과 휴일에 이 길로 수까부미 진행을 원한다면 찌아위 톨에서는 가장 오른편 게이트로 들어서야 한다. 뿐짝 방향은 이른 아침부터 이미 차량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아 수까부미 진행까지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요즘은 보고르 방향의 차선 하나를 수까부미 방향으로 열어준다. 허리 높이의 중앙선 때문에 잘못 들어서면 꼼짝없이 뿐짝 방향이 풀릴 때까지 고난(?)을 함께 해야 한다.
 
꽉 막혀 있는 시간대에는 손가락을 흔들며 자신을 따라 샛길로 가면 된다고 장담하는 호객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을 따라가면 골목골목마다 잔돈을 요구하는 사내들이 진을 치고 있는,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예닐곱 쯤 넘고도 사파리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돈만 뜯긴다 생각하면 된다.
 
짜아위 – 뿐짝 구간에서 주말과 휴일에 실시하는 시간별 한 방향 통행, 일명 ‘사뚜 아라 Satu ara’는 지난해 까지만 해도 규정으로 정해진 시간이 없이 그때 그때 교통 상황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었다. 나름의 시간표가 있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금도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된 시간표는 없지만 올해부터는 가늠할 수 있는 나름의 ‘규칙성’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요령 있게 시간대만 잘 선택한다면 큰 무리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시원스레 뚫린 뿐짝 가는 길 >
 
일단, 일찍 도착하면 언제나 무리는 없다. 아침 7시 전까지 사파리 문턱을 지났다면 성공이다. 사뚜 아라는 아침 8시부터 약 20~30분 간 보고르 방향 전 차량 하행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 정오 경까지는 전차량 뿐짝 방향 상행이 이뤄진다. 정오 경부터 약 한 두 시간 다시 양방향 통행을 한 후 토요일에는 오후 4시 30분까지, 일요일에는 저녁 6, 7시까지 전 차량 하행이다.
 
새벽에 달릴 자신이 없다면 오전 열 시쯤 찌아위 톨에 도착하여 아침 내내 막혀 있던 차량들이 다 올라간 그 뒷꽁무니를 따라 갔다가, 일요일 점심을 먹고 하행선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내려오거나 밤 늦게 하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정적인 뿐짝 여행 방법이긴 하다.
 
직장인들의 급여일이 몰려있는 월말과 월초, 현지 학교의 진학 시험이 끝나는 5월 중순, 크리스마스와 연말 전에는 오전 7시만 되어도 뿐짝행 차량이 센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반대로 뿌아사 기간에는 주말과 휴일에도 사뚜 아라를 하지 않을 만큼 한가하다. 단, 뿐짝 지역은 아랍인 마을이 있을 만큼 강성 무슬림 지역이므로 뿌아사 기간에는 낮에 식사할 곳을 찾는 게 쉽지 않다. 단, 사파리나 국립공원은 정상운영된다.
 
보고르 경찰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안 사뚜 아라의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정보보다는 홍보물이 많은 편이라 차라리 뿐짝 어딘가의 호텔이나 카페로 전화해 소통 상황을 물어보는 편법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보고르는 평화롭다
 
수백년 된 나무가 가로수로 뻗어있는 빠자자란은 1998년 자카르타 폭동 때도 평온했었고, 선거철에도, 정권 교체 시기에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 마음도 머리도 뜨거운 날엔 반나절 보고르 나들이도 괜찮을 듯 싶다. 요즘은 찔리리딴(cililitan) 톨게이트에서 보고르 톨게이트까지 30여 분이면 충분하니 말이다.
 
오늘도 보고르의 하늘은 홍시 한 입이 그리운 한국의 가을 날씨처럼 화창하다.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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