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27) “사람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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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책이다”
조연숙 /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집필위원
“사람이 책이다.”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가제, 이하 한인사)를 취재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오게 된 이유, 한국 기업이 파산한 이유,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신발업체들의 지속 가능성,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한국인 2세와 성인이 되어서 한국에 온 한국인 1세들의 다른 점, 새로 온 사람과 거리를 두는 이유 등. 뻔한 질문이고 뉴스, 책, 논문 등 여러 가지 컨텐츠를 통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만이 답할 수 있는 좀더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한인사 인터뷰를 하며 그 답을 사람들로부터 듣고 있다.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을 위한 한인 인터뷰 모습(사진=조연숙)
요즘 내가 만나서 질문하는 사람들은 목재산업, 봉제산업, 신발산업, 전자산업 등이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던 초기에 와서 기업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며 수십년을 살아낸 사람들이다. 또 꼬마 때 부모님을 따라 인도네시아로 와서 한국 학교, 인도네시아 학교, 영미권 국제학교, 한국 대학과 외국 대학 등을 다니며 성장기에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경계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계속 살 사람,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 또는 다른 나라로 이주해 살 사람 등 책에 없는 답을 하는 그들을 보며, ‘사람이 책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만나서 직접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 한인사 인터뷰를 시작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개개인의 경험이 훨씬 다양함을 확인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에 다닌 사람과 한국에서 한국학교에 다닌 사람은 얼마나 비슷할까? 인도네시아에서 JIKS에 다닌 사람과 영어권 학교에 다닌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이 같을까? 한국인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나 영어로 공부하면서 외국인 공동체에서 성장했을 때와 인도네시아어로 공부하고 인도네시아인들 속에서 성장했을 때 현지에 동화되는 차이는? 이런 내용을 정리한 책이 있나? 그 책은 이렇게 여러 모습을 한 한국인의 모습을 얼마나 기록했을까?
인도네시아 한인1세, 1.5세, 2세 그리고 3세들은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을 모토로 삼고있는 인도네시아만큼이나 다양하게 살고있다. 아직 글로 기록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를 책장을 넘기듯 듣는다. 한인사에 기록할 다양한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들의 정체성이 드러나길 기대하며…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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