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32) 바오밥 나무와 나시고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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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밥 나무와 나시고렝
노경래
마다가스카르 하면 바오밥 나무가 떠오른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서 개코원숭이들이 집처럼 뛰놀던 바로 그 나무다. 마다가스카르 하면 또 인도네시아인들이 Pisang kipas라고 하는 여행자나무(Traveler’s tree)로도 유명하다.
마다가스카르는 면적 기준으로 세계 4번째 크기의 섬이다. 동아프리카 해안으로부터 약 400km밖에 안 떨어져 있고, 자카르타로부터는 약 6,300km 떨어져 있다. 마다가스카르와 아시아 또는 호주 사이에는 인도양이 가로놓여 있다.
판구조론에 의하면, 마다가스카르는 1억 3,5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와 떨어졌고, 8,800만 년 전에는 인도와 헤어졌다.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언어를 Malagasy라고 한다. 마다가스카르에는 현재 크게 봐서 두 종족이 섞여 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당연 아프리카 흑인이지만, 또 하나는 얼굴만 보아도 동남아시아인임을 금방 알 수 있는 사람들이다.
2012년에 영국의 자연과학학회인 Royal Society의 저널에는 약 1,200년 전에 30명의 인도네시아 여자들이 마다가스카르에 정착했다는 논문(‘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소규모의 동남아 여성 집단’)이 실렸다. 대규모로 계획된 식민 방식이 아닌 소규모의 의도치 않은 대양 횡단을 통해 정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연구는 인도네시아인 2,745명과 마다가스카르인 266명의 개인별 미토콘드리아 DNA를 테스트하였다. 그 결과 Malagasy의 모계는 인도네시아인들의 DNA가 지배적이었으며, 30명의 인도네시아 여자들이 그들의 DNA를 Malagasy인들에게 물려주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논문은 유전학적으로 Malagasy인과 인도네시아인들이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명백하게 제시하였지만, 이 30명의 인도네시아 여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어떤 종족에 속했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언어학자들이 과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비밀을 밝혀내게 된다. Malagasy인들은 아시아인이든 흑인이든 혼혈이든 모두 오스트로네시아계 언어를 사용한다. 오스트로네시아는 서쪽의 마다가스카르에서 말레이 반도를 거쳐 동쪽의 하와이, 이스터 섬에 이르는 광대한 대양의 섬 지역을 말하며,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오스트로네시아어라고 한다. 오스트로네시아어는 교착어(언어의 문법적 기능을 어근과 접사의 결합으로 나타내는 언어)를 사용하고, 명사를 두 번 반복해서 복수를 표시하거나 강조하는 어법이 특징이다.
언어학자들은 마다가스카르인의 국어인 Malagasy가 마다가스카르에서 약 7,000km도 넘는 광활한 인도양 너머 남부 칼리만탄에서 사용되고 있는 마아냔어(Ma’anyan)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1614년 예수회 신부인 Luis Mariano는 Malagasy인의 언어가 칼리만탄 Dayak족의 한 부류로 칼리만탄 남동부에 있는 Barito 강변을 따라 살고 있는 Ma’anyan어로부터 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유럽인들이 처음 마다가스카르를 찾아왔던 1500년경에도 Ma’anyan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미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이것이 언어학자들에게 그 동안 과학자들이 풀지 못한 단서를 제공해 준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를 비교해보면, Malagasy어와 Ma’anyan어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총, 균, 쇠≫(1998)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것이야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인문지리학적 사실인 듯 하다. 이것은 가령 콜럼버스가 쿠바에 도착했을 때, 가까운 북아메리카 대륙에는 아메린드계 언어를 사용하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쿠바에는 스웨덴어와 가까운 언어를 사용하는 푸른 눈, 금발 머리의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일이다. 도대체 보르네오인들은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배를 타고 항해하여 어떻게 마다가스카르까지 올 수 있었을까?”라고 하였다.
마다가스카르를 탐사한 고고학자들은 오스트로네시아인들이 적어도 A.D. 800년 이전에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럼, 약 7,000km나 되는 Ma’anyan인들의 대장정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A.D. 800년 이후는 이슬람 세력이 확산되는 시기였다. 이슬람 상인들은 순풍을 기다렸다가 인도양을 건너 동아프리카와 인도 사이를 왕래하였고, 동 아프리카 해안에도 많은 고고학자적 증거를 남겨두었다.
1497년 포르투갈의 선장 바스코 다 가마는 함대를 이끌고 폭풍곶(그는 이름을 희망봉으로 바꿈)을 돌아 그때까지는 유럽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동아프리카 해안을 따라가는 대규모 항해 끝에, 인도의 캘커타(현 Kolkata)에 도착하였다.
당시에 인도에서 동쪽 방향, 즉 인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서도 역시 활발한 해상 교역이 진행되고 있었다. 따라서 Ma’anyan인들은 남부 칼리만탄을 출발하여 이 교역로를 따라 인도에 도착했다가 다시 서쪽의 교역로를 따라 동아프리카로 가게 되었고, 거기서 아프리카인들과 합류하여 마다가스카르 섬을 발견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마다가스카르는 얼굴 생김새 및 언어 뿐만 아니라 문화의 동질성도 인정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서 언제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악기들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다가스카르의 악기인 발리하(Valiha)는 대나무로 된 둥근 울림통에 12~24개의 현을 매단 마다가스카르의 전통 악기이다. 이 악기는 남부 칼리만탄에서 온 정착인들이 이 섬에 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물론 이 악기는 인도네시아의 여러 곳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Valiha가 NTT의 Sasando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건축 양식 또한 남부 칼리만탄의 건축 양식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한다.
Malagasy인들은 아프리카인으로서는 아주 드물게 삼시 세끼를 쌀을 식재료로 하는 나시고렝 등을 먹으며, 식사 후에는 숭늉을 마신다고 한다.
이러한 여러 증거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이 마다가스카르의 정착 과정에 실로 놀랍고 중대한 기여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지만, 왜 칼리만탄의 Ma’anyan인들이 이역만리 마다가스카르까지 가게 되었는지, 그들이 혹시 전통적인 무역로를 이용하지 않고 예기치 않게 표류하여 인도양을 가로 질러 –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 곧장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는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실제로 어떤 이유로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인도네시아인들이 마다가스카르에 정착했는지는 2000년을 산다고 하는 바오밥 나무는 알고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1998)
- Murray P. Cox 등, A-small-cohort-of-Island-Southeast-Asian-women-founded-Madagascar(2012)
- Charles Randriamasimanana, The Malayo-Polynesian Origins of Malagasy(1999)
- Wikipedia, Malagasy language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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