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36) Nuni(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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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ni(누니)
김은미 / CEO SUITE 대표
한낱 사랑에의 내 쉬임없던 관여와 정을 옮겨
지금은 이 한 포기 어린 꽃나무를
향기롭디 향기롭게 가꾸게 하소서.
아침엔 정결한 햇빛과 향을 잡아주고
밤이면 혼곤한 어린 잠을 지키는
결곡하고 따스한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지금은 이 한 포기 어린 꽃나무를
향기롭디 향기롭게 가꾸게 하소서.
아침엔 정결한 햇빛과 향을 잡아주고
밤이면 혼곤한 어린 잠을 지키는
결곡하고 따스한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 김남조 시인의 시 '기도의 문' 중-
누니(Nuni)는 고등학교도 못 마치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손바닥만 한 땅 농사로 생계유지가 힘든 가족들을 위해 일거리를 찾았지만, 어린 그녀를 고용해주는 곳이 없었다.
친지의 소개로 6년 전 우리와 인연이 닿은 그녀는 우리 아들과 동갑이었다. 아들이 학교를 다니며 신나게 인생을 즐기고 있을 때 그녀는 우리 시엄마 시중을 들었다. 늘 방실방실 웃는 그녀가 눈에 밟혔다. 2년 후 넉넉히 돈을 챙겨 시골집으로 돌려보냈다.
"장녀 노릇 이 정도로 충분하니 이제 돌아가서 고등학교를 마쳐야지. 네가 원하면 대학도 보내줄 테니 열심히 공부하거라."
일 년 후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가족들을 더 도와야 한다며. 그리고 공부보다 시집갈 준비를 하고 싶다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를 다시 받았다. 다른 곳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잔심부름하는 것이 나을 듯했다. 다시 3년 월급을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바친 후 그녀는 이웃집 총각에게 시집을 갔다.
대학 등록금 대신 그녀의 결혼 비용을 내주었고, 그녀는 울면서 우리를 떠나갔다. 가끔 우리 집이 그립다며 카톡이 온다. 나도 병아리 같은 그녀가 보고 싶다.
김은미 대표와 누니 (좌) / 누니 부부 (우) (사진=김은미)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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