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43) 나무.. 깜보자꽃잎을 매일 떨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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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깜보자꽃잎을 매일 떨구는
박정자 / 시인
처음엔 앞마당 새빨간 람부딴나무가 나를 홀렸는데요
그 나무가 가지를 이리저리 함부로 뻗는 걸 보고
굵은 뿌리를 땅 위로 드러내 사납게 휘젓는 걸 보고
무릎 아래 풀잎들을 목마르게 하는 걸 보고, 한 해 두 해
참다가 달래보다가 결국엔 밑동까지 파내버렸네요
깜보자나무 두 그루를 한 나무로 묶어서 심었는데요
손가락 같은 가지들을 하늘로 가지런히 뻗더니
옹기종기 노란 향기를 손끝에 피우더니
아침마다 꽃잎편지 몇 송이를 살풋 내려놓네요
오늘 아침엔 눈웃음 밝은 편지가 일곱 송이였어요
어떤 나무는 자신의 영토를 넓히며 제 곁을 위협하는데
어떤 나무는 순하게 뻗어서 빛과 바람을 기쁘게 나누네요
** 시작노트
내가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게 된 것은 앞마당에 있는 람부딴열매가 때마침 빨갛게 익어서 탐스럽기도 하고 풍요롭기도 해서였다. 몇 년이 지나자 마당의 잔디가 차츰 죽어가며 온통 흙바닥이 되었다. 가지와 뿌리를 함부로 뻗은 람부딴나무 때문이었다. 보기에 언짢았다. 제 영토만 생각하는 그 나무를 깜보자꽃나무로 바꿔 심었다. 이제는 햇빛과 바람이 마당에서 잘 놀다가 간다. 잔디가 싱싱하다. 사람의 사이도 사람의 마음도 그와 다르지 않으리라.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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