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115)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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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채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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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이
안간힘으로 서서
기억을 잃어간다
안간힘으로 서서
기억을 잃어간다
젖은 것이
이미 젖은 것들을
쓸어내리는 밤
이미 젖은 것들을
쓸어내리는 밤
오로지한 사람을 놓치고
너는,
열 아홉에 쓰던 시詩처럼
사납게 울었다
너는,
열 아홉에 쓰던 시詩처럼
사납게 울었다
(사진=조현영 <manzizak>)
*시: 채인숙 (시인) -2015년 <실천문학> 오장환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 한국 작가회의 회원.
**시작노트:
장마는, 잃어버린 사람 때문에 내내 울음을 참다가 밤이 오자 마침내 한꺼번에 슬픔을 터뜨리며 우는 오르페우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잃어버린 사랑만이 진짜라는 듯, 실패하는 시詩만이 진짜라는 듯, 그는 울고 또 운다. 나에게는 시가 그런 것이었다. 언제나 안간힘을 쓰며 울음을 참고 쓰지만 늘 실패한다.
장마는, 잃어버린 사람 때문에 내내 울음을 참다가 밤이 오자 마침내 한꺼번에 슬픔을 터뜨리며 우는 오르페우스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잃어버린 사랑만이 진짜라는 듯, 실패하는 시詩만이 진짜라는 듯, 그는 울고 또 운다. 나에게는 시가 그런 것이었다. 언제나 안간힘을 쓰며 울음을 참고 쓰지만 늘 실패한다.
그때마다 슬픔을 지키는 나무의 어떤 태도를 생각한다. 작열하는 태양과 쏟아지는 장대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적는 나무의 문장은 슬프고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시가 된다. 그리고 나무에게서 그 아름다운 문장을 읽어내는 당신도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늙은 시인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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