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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39) 인니 재외국민 투표권과 의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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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021회 작성일 2018-05-3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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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재외국민 투표권과 의무교육
 
 조연숙
 
 
재외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을 일컫는다. 대한민국 국민은 국방과 납세의 의무가 있고 참정권과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재외국민은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덜하고 참정권을 덜 보장 받고 의무교육은 전혀 보장을 받지 못한다.
과거에는 먼 거리와 적은 인원으로 인해 재외국민의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최근에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증가하고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면서 재외국민의 수가 크게 늘고, 국민으로서 보장 받아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재외국민들이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용어를 먼저 정의하고자 한다.
재외국민과 재외동포는 어떻게 다를까? 한국 헌법에는 재외동포에 대해 정의한 조항이 없지만,  개별 법률은 대략 대한민국 국적의 유무에 따라 재외국민과 재외동포를 분류한다.
 
재외국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해외에서 임시로 체류하거나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 또는 영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등이다. 재외동포는 국적에 상관 없이 한국 혈통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다.
 
재외국민들의 대표적인 요구는 아시아권의 경우 교육 받을 권리이고, 미주 쪽은 참정권이다.
 
아시아권 재외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한국보다 열악해서 한국국제학교 설립과 이미 설립된 학교에 대한 지원을 본국에 요구하고 있다. 정규과정의 한국학교가 있는 자카르타와 호찌민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학부모는 개인이 학비를 부담하더라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확립과 한국으로 진학할 경우에 대비해 자녀를 한국학교에 보낸다. 한국학교가 없는 지역에서는 비싼 현지 사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한국은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인 만큼 국가가 학비를 부담한다.
따라서 자카르타와 호찌민 지역은 한국학교에 진학할 경우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고, 다른 지역은 학생 수를 고려해서 한국학교를 설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본국 정부는 예산과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서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전경)
 
미국 쪽 재외국민들은 참정권에 더 관심이 많다. 참정권은 우리 삶을 규정하는 정치적 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이다. 특히, 올해는 본국에서 개헌 논의와 맞물리면서 재외국민 참정권이 작게 나마 주목을 받았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먼저 국회나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이를 국민에게 공고해야 한다. 이어 국회가 찬반투표를 통해 헌법개정안을 가결하면 국민투표를 거쳐 공표한다.
 
문재인 정부는 6.13 지방선거와 개헌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려 했으나, 국회가 지난 4월23일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아서 동시 실시가 어려워졌다. 현재 국민투표법은 헌법상 위헌 상태다. 참고로 국회가 지난 5월에 열린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을 부결함으로써 지난 3월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완전히 무산됐다.
 
국민투표법이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 제정한 법으로, 대통령 등을 뽑을 때 행사하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투표와 다르다.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은 '국내 거소 신고가 되어 있는 투표권자'(제4장 제14조 1항)에게만 투표인 명부 작성을 허용한다. 따라서 한국 내에 주민등록(거소)이 설정되지 않은 한국 국적을 소지한 미국 영주권자 등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통령 선거와 총선 비례대표 투표권이 있는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여 명 중 영주권자 46만4천여 명이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재외국민들이 이의를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제한하는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국민투표는 국민이 직접 국가의 정치에 참여하는 절차이므로, 국민투표권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어 2015년 말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개정 입법이 기한 내 이루어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2016년 1월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현행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투표인 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서 국민투표의 시행이 불가능하다. 국회가 정쟁의 수단으로 2년이 넘게 국민투표법을 방치하면서, 재외국민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안에 대해 투표할 권리를 잃어버렸다.
 
      자카르타 소재 주인도네시아 대사관에 마련된 재외선거 투표소 전경. 2016.03 (사진=데일리인도네시아)
 
한편 국민투표법 개정과 개헌 논의 과정에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견이 한국에서 불거졌다. 납세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기 나라 싫다고 외국으로 간 사람에게 국민의 권리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재외국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한 주장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재외국민들은 대한민국 국적과 주민등록을 가지고 있고, 한국에 많든 적든 재산을 보유하고 교류하며 세금을 낸다. 여기서 자란 자녀들은 대부분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만큼은 아니지만 국민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대신 재외국민은 체류국에서 경제·외교적 역할을 통해 본국에서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과거보다 국경이 낮아지고 영토 밖에 사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국토 안에 사는 사람과 구별될 수밖에 없는, 재외국민이 갖는 의미와 역할 그리고 권리와 의무에 대해 우리 스스로 돌아보고 한국 내에서도 더 많은 논의와 고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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