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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62) 토바의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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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7,992회 작성일 2018-11-14 23:13

본문

토바의 어부
 
김현숙
 
 
흩날리는 안개 속
낡은 조각배 하나
첨벙 첨벙 아침을 깨우며
물가로 물가로
밤새 어둠에 떠밀린 삶의 올가미 걷어 올립니다
 
 
호수가 물멀미로 토해 낸
수초덩이
찌그러진 생수 병
찢어진 비닐봉지
목숨을 버린 피라미 몇 마리
 
 
등이 새까맣게 여읜 노인은
토사물을 양동이에
물고기 마냥 쏟아 붓고
목구멍에 걸린 가래에 
숨 깊은 기침을 합니다
 
 
멀리 산 그림자 위로
달아난 물결은 일렁이고
아침은 가깝고
하루는 빠릅니다
 
 
*** 시작노트
호수의 저 깊은 곳, 영겁의 세월 위로 지금도 먼지만큼의 시간이 쌓여갑니다.
일평생을 이곳에서 지내 온 노인은 아침마다 호수의 토사물을 정리합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튀어오르던 시절도 있었겠지요.
고래만한 물고기를 꿈 꾼적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의 나룻배는 오히려 주인의 이력보다 추레해 보입니다.
찰싹거리며 가장자리로 밀려오는 물결을 거스르는 노의 느린 가락이 가끔 마음을 헤집고 들어옵니다.
 
 
  (사진=조현영 /manzizak)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 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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