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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48) 인도네시아 청년 예술인 ‘창고’ Gudang Sarinah Ekosi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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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324회 작성일 2018-08-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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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청년 예술인 ‘창고’
Gudang Sarinah Ekosistem
 
박준영
 
영국 런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전시관인 테이트모던(Tate Modern)이 있습니다. 테이트모던은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매력적인 특별전도 많이 열려 전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템즈강변(Thames River)에 위치해 있어 테이트모던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경도 멋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테이트모던이 관광객들로부터 큰 흥미를 끄는 점은, 바로 테이트모던의 건물이 이전에 화력발전소로 쓰이던 건물을 개조했다는 사실입니다. 외관은 거의 그대로 보존했고, 내부에서도 화력발전소로 쓰이던 일부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주변의 첨단 건물과도 조화를 이루며 관광객들의 흥미도 끌 수 있는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실행에 옮겼다는게 놀랍습니다.
테이트모던 건물은 ‘온고지신’건축의 대명사로 평가 받으며, 무자비한 토목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올해 5월 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5·18 민주화운동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빠듯한 예산에 맞는 전시관을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Gudang Sarinah Ekosistem이라는 장소를 추천받았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 협업 공간이라고 했습니다. 찾아오는 교통편이 불편하여 사진전 전시관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로 인해 Gudang Sarinah Ekosistem 을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아래 Gudang Sarinah Ekosistem을 소개하는 내용은 제가 보고 느낀 점과 장소를 안내해준 Kamil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정리했습니다.
 
Gudang Sarinah Ekosistem의 건물은 원래 Sarinah 그룹에서 백화점에 납품할 물건을 저장해두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Sarinah 그룹의 백화점은 이 창고를 사용하지 않아 한동안 버려진 상태로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술가 조합 세 군데가 의기투합하여 이 장소를 자신들의 창작 공간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들였습니다.
큰 창고가 총 두 동이 있는데, 현재는 한 동만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사용 중입니다. Kamil씨는 곧 여건이 되면 남은 한 동도 예술 창작 공간으로 넓힐 예정이라 했습니다.
 
건물 외관은 여전히 영락없이 창고 같아 보였습니다. 외벽에는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었고, 오랜시간 버려진 창고의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예술 창작 공간인 한 동은 다시 세 장소로 나뉩니다. 가운데 미술 전시관(Ruru Gallery)을 중심으로 양쪽에 창작 공간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닥은 울퉁불퉁한채로 그대로 남아있어 넘어질뻔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한켠에서 LED조명을 활용한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은 다시 작게 나뉘어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공간에서는 창작품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지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으면 들어와서 자신들의 작품을 소개하곤 했습니다.
 
예술가 단체 또는 개인끼리 사용하는 공간이 정해져 있겠지만, 특별한 울타리를 두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도 Gudang Sarinah Ekosistem을 소개해준 Kamil씨는 그곳에서 활동하는 모든 예술가들의 공간에 자유롭게 드나들었습니다. 서로 사이도 돈독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 방문한 저하고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만났던 한 예술가는 서울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경험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건물 안에는 원두를 직접 볶아 내리는 카페도 있었고 라디오 스튜디오도 있었습니다. 창의적인 예술품은 바로 이런 곳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위치한 Ruru Gallery에서는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중앙에서는 체험활동이 한창이었습니다. 전시회를 연 작가가 직접 지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들어가도 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들어가서 작품도 관람하고 체험활동 하는 모습도 구경했습니다. 크진 않지만, 창작 공간과 맞닿아 있어 그런지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더 생동감있게 느껴지는 전시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전시관은 곧 없어지고 다른 장소로 바뀔 것이라 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예술이라면 주로 전통 예술을 접했던 저는 이곳의 방문을 통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현대 예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예술 특유의 독창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일종의 저항의식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Gudang Sarinah Ekosistem에 대한 글을 쓰다보니 다시 그곳에 가 아무 예술인이나 붙잡고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Gudang Sarinah Ekosistem을 영국의 테이트모던에 빗대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규모도 작고 정식 예술품이라기 보다는 판매를 염두에 둔 액세서리와 같은 물건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테이트모던이 탄생하기 까지는 당국의 협조와 주도적인 노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Gudang Sarinah Ekosistem은 당국의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주도적으로 이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직 규모도 작고 만들어내는 예술품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진 못하지만, 이곳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 스스로가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이 장소는 머지않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받는 장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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