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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60) 너의 아름다움이 모두 뚝뚝 묻어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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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5,963회 작성일 2018-11-01 01:15

본문

너의 아름다움이 모두 뚝뚝 묻어나길 바래
 
 
김현미
 

집을 가꾼다는 것은
때론 오래된 걸레 같고, 설익은 라면 같고, 
가방에서 구겨진 샌드위치를 꺼내는 일이지만, 
 
햇빛냄새 가득한 침구의 사각거리는 소리, 
바람의 웃음소리가 퍼지는 라디오 전원을 켜는 것 같아.
 
집을 챙기다 보면 반짝하고 
어느 구석, 어느 모퉁이와 눈을 마주쳤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너무나 현실적인 공간에서 로맨틱하게 딱 말이야.
그래서 그것은 내 속의 내가 좋아했던 것을 찾아서 하나씩 꺼내 놓는 일이기도 해.
 
 
 
 
 
때로 우리는 좁고, 돈 없고, 기약 없는 다음에 라는 마음이 켜켜이 쌓인 칵테일로, 
공간을 포기하며 위로주를 마시고 있던 때가 있었어.
물론 술이 깨면 생각은 어느덧 다시 스멀스멀.
취향이란 위로로 없어지지 않으니까.
 
처음 혼자의 공간을 마련하러 다니던 그때.
무슨 이유인지 마음이 쓸쓸했던 그 청명한 가을날.
16차선 도로 위 자동차들 위로
지나가던 갈치 비늘 같은 햇살자락이 
그날따라 왠지 가슴에 꽂혀서,
오기 서린 맘으로 행복해 할테다 라고 결심했던 것도 같아.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이후 내가 있던 공간에 
언제나 단 하나 생각은 분명해졌던것 같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서 처음 받는 축복 인사 같은,
일상의 구질함에서 온전히 말갛게 씻긴 기분 같은 것 말이지.
그래서 전날 주름졌던 내 마음이 다시 환하게 다림질된 기분 말이야.
취향이란 그런거 같아.
그 시절 나와 함께 했던 하얗고 예뻤던 우리 똥강아지 ‘햇살’은
언제나 내 공간에서 포스랍게 나풀거리고 있었어.
 
어쨌든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을 내 취향대로 꾸미는 일은 
어질러진 내 삶의 방식을 정돈하는 일과도 같은거야.  
 
 
 
 

 행복을 꿈꾸지 않는 일상이 가장 행복을 주는 순간이란 걸 살면서 
스며들 듯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
 
너 역시도 기약 없는 다음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이 현재에
너의 아름다움이 툭툭 묻어나는 삶의 방식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랄께. 
 
 
 
 
 
- 디자인 작업을 하며, 컨셉별 선택지가 존재하는 일을 쳐내면서, 
  한때 취향이 없어져 버렸다고 생각 한적도 있었는데, 
  변하지 않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며 친구에게 이야기하 듯 편지로 써 보았습니다.
 
확실한 취향과 변경 가능한 것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함께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는  시간은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취향을 아는 일,
끌림이 있는 곳에 그는 분명한 모습을 하고, 당신이 알아봐 주길 기다릴겁니다.
 
 
 
 
 
 
 
*사진출처- 개인작업, Airbnb, Pinteret
 
 
*이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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