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찔레곤 안야르 해변에서 > 인문∙창작 클럽

본문 바로가기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이트 내 전체검색

73c27ae0295d5ccfd060ed5825f883ca_1671375260_4225.jpg

인문∙창작 클럽 (31) 찔레곤 안야르 해변에서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8,459회 작성일 2018-04-02 15:34

본문

찔레곤 안야르 해변에서
                                                                                     
이 동 균 / PT. DULSEOK INDONESIA 대표
 
 
인간은 누구든지 가끔은 일상생활에서 일탈하여 멀리 달아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종종 복잡한 생각없이 그냥 일주일 동안만 이라도 푸른 바다가 가까이에 보이고 정겨운 갈매기 미소와 함께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의 아우성을 들으며 찌든 자카르타 도시의 피로를 마음껏 풀고 싶어 한다. 나를 가장 잘 이해 해주는 옆구리 사람이 없어도 오직 나 혼자만이라도 좋다. 

그러던 중에 일전에 내 회사를 방문했던 분이 나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점심 시간이라서 길게 서로의 이야기를 못했지만 잠시 시간이 있으면 오늘 오후 4시까지 <Allisa Resot Hotel>로 와 달라는 것이었다.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핑계김에 회사일을 조금 일찍 끝내고 땅그랑 Cikupa에서 찔레곤으로 차를 몰았다. 
 
평일 오후라서 고속도로는 한적했다. 하늘은 구름도 없는 그야말로 푸른 창공이었다. 도로 옆에는 벼 모내기를 하느라고 군데 군데 농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멀리서는 여러 산들이 줄지어 보였다. 불현듯 자카르타의 풍경이 생각이 났다. 자카르타 Slipi의 내 아파트에서 거실 창문을 열어 젖히고 보면 저 멀리 자바해의 지나가는 큰배가 보이고 연이어 비행기가 자카르타 공항에 내리려고 순차적으로 간격을 두고 속도를 늦추고 고도를 낮게 유지하며 가는 모습을 보곤한다.
 
핸드폰에 깔린 네비게이션으로 연신 길을 확인하면서 찔레곤 띠무르 톨을 빠져 나왔다. 그 후에 펼쳐진 찔레곤 신도시는 <모래의 도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차창 밖으로 얼핏 보이는 제주도에 있는 주상절리 같은 것이 보이길래 무엇인가 하고 좀 더 자세히 봤더니 모래를 판 후에 남은 절벽같은 모습이었다. 그 위에 아직도 위태롭게 보이는 집들이 있었다. 아마도 오래 전에에는 이곳이 바다 였다가 지금은 융기되어 이러한 사암층을 만든 것 같았다. 
 
마침내 안야르 해변가에 위치한 <Allisa Resort Hotel>에 도착했다. 약 3헥타르의 부지에 매우 깨끗한 해변이 길게 드리워져 있고 잘 어울러진 정돈된 정원들 사이로 호텔 룸들이 들어서 있었다. 친절한 매니저 분의 안내를 받아 이곳 저곳을 둘러 보면서 아름답고 조용하면서 럭셔리한 풍경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 리조트의 가장 인상적이고 핫한 풍경이 있는 곳은 늘 맛있는 커피가 준비되어 있는 2층, 비치 카페였다. 그 카페 안 창문은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쇼파에 앉아서 커피를 음미하면서 정면으로 바다를 보면 수마트라쪽의 바다가 보이고 좌측으로 눈을 돌려 보면 끄르따까우 화산섬을 넘어 인도양이 보인다. 우측으로 눈을 돌리면 포스코 넘어 서 자바해가 보이는 3면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요충지임을 알 수 있다. 마침 해가 넘어가는 석양 시간이라서 그 풍경은 가히 일품이었다.
 
그윽한 커피를 마신 후에 리조트에서 바닷가로 길게 앞으로 뻗은 요트를 정박시키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서 갔다. 그곳의 바다 속은 내 얼굴이 투명하게 보일만큼 깨끗하고 상큼했다. 
 
금방이라도 내 마음이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과거에 나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이 나면 제주도 차귀도 쪽에서 자주 바다낚시를 하였는데, 그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일이나 모레까지 회사를 출근하지 않고 이곳에서 머물면서 바다낚시를 하면서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추억의 순간들을 느끼고 싶었다. 12년 전, 아버지와 나는 마지막으로 바다낚시를 하면서 영원한 이별을 해야만 했다. 
 
또한 리조트 안에는 전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커다란 풀장이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시원한 야자수 사이로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두눈으로 파란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끝없는 선을 바라 보며 바다 내음을 깊고 천천히 마쉬며  내 마음의 그루터기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가고 싶은 마음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내일이라는 것에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으니 다음 시간에 찾아 보기로 약속하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만약 내 마음의 힐링이 필요할 때는 이곳을 다시 찾아 수필책, 시집을 하나씩 꺼내 읽어가며 안야르 바다의 팔색조 같은 파노라마를 바라보고 생각과 시상이 떠오르면 백사장에 글씨를 적어가며 값진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느 덧 오늘의 태양이 인도양의 바다와 하늘을 길고 깊게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안야르 해변이여 ~ 그대여 영원하라 ~
 
안야르 리조트
 

카페에서 바라 본 요트 선착장, 우측 멀리 포스코가 있다
 

카페에서 바라 본 인도양. 저 멀리 화산섬 끄르따까우가 있다
 

시원한 바다가 보이는 풀장 Allisa Resort Hotel 
 
 
* 이 동 균/ 충북 청주 출신
종합 문예지 <한국 문인>에서 수필 부분 신인상 수상(2013년), 수필가로 등단
한.인니 문화연구원에서 주최한 제 2회 인터넷 공모전 대상 수상
2016년 제 18회 재외동포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 수상
<인도네시아에서 망하지 않고 사업하는 법> 집필 중
현재 PT. DULSEOK INDONESIA 대표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PT. Inko Sinar Media.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