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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6)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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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900회 작성일 2017-10-13 23:51

본문

평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에요.
 
이연주
 
 
얼마 전 한강 작가의 뉴욕타임즈 신문에 낸 기고문이 이슈화 되었습니다. 제목은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While the U.S. Talks of War, South Korea Shudders)’라고 하죠.
 
기고문 전반에 관통하는 그녀의 주장은 ‘오직 평화’가 해법이라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이야기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국뿐 아니라 많은 우방국들의 노력이 모이고 있다고 합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이들은 물어봅니다.
 
“평화가 어떻게 지켜지나요?”
 
한강 작가의 기고문을 읽다가 문득 생각난 책이 있습니다. 작가 구드룬 파우제방의 ≪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 라는 책이에요.
 
평소 작가의 글 속에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작가의 고향이 체코이기에 어려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평화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거창한 운동이나 계몽을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작가의 작품 속에 그려지는 평화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그 평화를 깨뜨리는 시작도 주변의 작은 일에서부터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작가의 생각을 8편의 짧은 단편 속에 잘 담아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것이 파우제방의 매력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어려운 일을 해야 하고 거룩한 마음가짐과 같은 대단한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가 막힌 생각> 이야기를 보면 평화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쉽고 간단하며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평온하게 지낸다는 것,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평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화를 지키려고 제일 많이 애쓴 아이는 안디였습니다. 안디도 다른 아이들처럼 평화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안디는 아이들이 말다툼이라도 하려고 하면 곧바로 끼어들었습니다. 한번은 프랑크와 볼프강이 서로 싸우려고 했습니다. 아무도 주먹질을 하지 않았고 물어뜯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말싸움만 했습니다. 그런데 착한 안디는 그걸 보고 화가 났습니다. 안디는 그 아이들 뺨을 때리고는 윽박질렀습니다.
 
“이 바보 같은 자식들아, 도대체 평화를 지키려고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안디, 안디!”                          
 
그 때 슈포르너 선생님이 나섰습니다.
 
“너 평화를 폭력으로 강요하려는 거냐?” 
                                                     
(두 번째 이야기 ‘기가 막힌 생각’ 중에서 발췌)
 
그랬군요. 평화는 ‘폭력’이나 ‘압박’ 따위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군요. <자샤와 엘리자베트> 이야기에서 자샤는 다른 사람들과 평화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할머니 덕분에 타인과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지요. 사실 이것은 할머니에게도 잘된 일입니다. 어쩌면 할머니에게 자샤가 더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베푼 평화의 손길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머지 작품들 속에서는 세계적인 기아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독자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이야기가 아니고 자신이 직접 겪고 있는 일이 아니어도 깨진 평화는 언젠간 자신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힘의 원리로 굴복된 평화는 완전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깨져버린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한강도 강조했었지요.
“한국인들이 뚜렷하게 아는 게 한 가지 있다.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 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힘에 원리로 굴복을 통해서 깨진 부분이 가려진 평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 실천하고 깨진 부분을 메우는 완전한 모습을 가진 평화를 꿈꿉니다.
 
(사진: 조현영 /manzizak )
 
*  이 글은 데일리인도네시아 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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