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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33) 사이자 - 아딘다 (Saidjah -Adinda)의 슬픈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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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584회 작성일 2018-04-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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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자 - 아딘다 (Saidjah -Adinda)의 슬픈 사랑 이야기
 
사공 경
 
 
물타뚤리는 유럽인의 아시아 지배를 종식 시키는 신호탄 『막스 하벨라르』를 통해 식민 정책의 폭정과 비열함, 그리고 봉건제도의 썩은 관행을 고발한다. 인도네시아 민중들이 네덜란드 왕국과 결탁한 그들의 군수에 의해 철저하게 착취당하고 있음을 폭로하고 있다. 그 고발은 날카로웠다. 

『막스 하벨라르』는 네덜란드를 뒤흔들고 식민지의 환경에 관심이 없는 유럽인들에게 그들 국가의 부가 피 식민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는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이 소설의 한부분이 되는 9살 사이자와 6살 아딘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물타뚤리는 인류애로 세계인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울음으로 밖에는 표현이 안 되는 사랑 이야기
 
사이자 아버지는 키가 작았다. 사이자가 7살 되던 때부터 물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물소를 식민통치자들이 세금을 늦게 납부했다는 구실로 강제로 끌고 간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집안 유산인 단도를 중국인에게 팔고 다시 물소를 샀다. 물소 가격은 24 굴덴이었다. 사이자는 즉시, 물소와 친해졌고, 물소는 논에서 일할 만큼 성장했다.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가 나타나 물소를 공격했다. 호랑이가 물소의 목을 물었지만 사이자와 물소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쳐 겨우 목숨을 건졌다. 사이자가 생명을 건진 것도 물소 덕분이었다. 허나 네덜란드 식민정부가 그 물소를 강제로 끌고 갔다. 다시 사이자 아버지는 집안의 유물을 내다 팔아야만 했다. 이번에는 모기장을 묶어 올리는 은장식이었다. 18 굴덴을 받았다. 사이자 가족은 정말 비참하게 생활을 했다. 사이자는 아딘다의 오빠로부터 물소가 나중에는 도살되어 정육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울고 또 울었다. 가족과 같았던 물소이기 때문에 그 병든 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제 더 이상, 사이자 집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헐벗은 시간이었다. 결국 사이자 아버지는 마을을 떠나 보고르로 떠난다. 보고르에서 식민정부는 사이자 아버지를 체포하는데, 그 이유는 마을을 허락 없이 떠났다는 죄목이었다. 
 
사이자는 15세 소년이 되었다. 그의 아버지 뜻에 따라, 사랑하는 아딘다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마을은 비참했다. 그는 바타비아로 나가, 마부가 되기를 원했다. 듣기로는 바타비아에 있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은 마부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소년, 소녀의 이별은 쉽지 않았다. 그들은 나중에 결혼해서 물소 두 마리를 사기로 약속했다. 
 
“만약 내가 돌아오면, 멀리서 소리쳐 아딘다, 너의 이름을 부를게”
“마을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수하는데 그 소리 때문에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아” 
 
사이자는 자띠 나무 아래에서 아딘다가 수줍게 멀라띠 꽃을 준 것을 기억한다. 그들은 자띠 나무 아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굳게 약속하며, 아딘다가 잘 참고 기다려주기를 당부한다. 달이 12번씩 3번 바뀔 때, 분명 다시 올 것이라고 약속한다. 달이 한번 바뀔 때마다 아딘다는 절구통에 작은 구멍을 하나씩 만들기로 했다. 그 구멍이 36개가 될 때, 사이자를 만나기 위해 약속한 자띠 나무 밑으로 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사이자, 다시 만날 때는 나는 사룽을 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을 거야. 너가 좋아하는 색깔의 사룽을 입고 너에게 갈 거야.”
 
 
3년 후 사이자는 바타비아에서 돌아 왔다. 바타비아에서 그는 마구간을 청소하는 일꾼으로 일을 했다. 그 후, 네덜란드인 소유의 말 마차 마부가 되었다. 36개월 동안 바타비아에서 그는 일을 했다. 아딘다가 기다리는 바두르(Badur) 마을에 빨리 도착하고 싶었다. 약속한 대로, 그 나무 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약속한 대로, 아딘다는 절구통에 금을 하나씩하나씩 그렸을 것이다. 

사이자는 열심히 일을 해서, 물소 세 마리를 충분히 살 수 있는 돈을 벌었다. 그는 대나무 통에 돈을 잘 숨긴 후, 어깨에 둘러메었다. 단도도 끈으로 잘 묶었다. 그는 모든 소망을 안고 아딘다가 기다리고 있는 마을로 향했다.
그는 자카르타 서쪽에 있는 쁘싱(Pesing)을 지나면서 모든 생각은 아딘다로 향했다. 기억나는 것은 아딘다와 지냈던 순간순간 뿐이었다. 사이자는 길을 재촉하면서 들리는 소문에는 전혀 마음을 두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아딘다가 말할 내용만 가득 차 있었다. 
 
“어서와, 사이자, 실을 짤 때나, 천을 만들 때, 벼를 찧을 때, 언제라도 너를 생각하고 있었어. 절구통에 금을 그어 가면서. 이제 새로운 달이 뜨는 첫날, 나는 이렇게 너를 기다리고 있어, 너의 아내가 되기 위해.” 
 
그런데, 아딘다는 그 나무 아래에 없었다. 마을 끝에 있는 자띠나무 아래에 없었다. 바두르에서 멀라띠 꽃 추억이 있는 자띠 나무에 이르는 길은 내내 음산한 정적 속에 있었다. 
 
마을에는 어려운 일들이 몰아서 닥쳤다. 아딘다의 어머니는 슬픔에 겨워 몸도 마음도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아딘다의 여동생은 우유를 먹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사이자는 바두르에서 더 이상 아딘다를 만날 수 없었다. 아딘다의 집은 이미 없어졌다. 아딘다 아버지가 남은 두 자식을 데리고 수마트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자바의 르박에서 살 수 없었다. 배고픈 땅을 더 이상 떠돌 수 없었다. 식민정부가 정한 세금으로는 도저히 살아 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군청에서 이미 아딘다 아버지의 물소를 강제로 끌고 갔기 때문이다. 사이자는 아딘다의 친척으로부터 소식을 듣게 된다.
 
아딘다 가족들은 보고르로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이자 아버지가 허가 없이 르박을 떠났다가 통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보고르에서 체포되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채찍을 맞았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르박의 악질 군수를 피해 수마트라 람뿡(Lampung)을 향해 떠났다. 형벌 같은 생활은 거기서도 계속되었다.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이자는 람뿡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서 르박의 남쪽 끝 해안 찔랑까한(Cilangkahan)으로 갔다. 그는 숲에서 기다리면서, 물소를 빼앗긴 같은 운명의 사람들을 기다렸다. 토지세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들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물소를 빼앗긴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금을 내지 못해 처벌이 두려웠다. 농사를 짓지 못해 수입원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나. 그들은 같이 뱃길을 이용하여 람뿡으로 갔다. 사이자는 “아딘다, 나의 아내 아딘다,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되뇌며. 
 
람뿡에서 사이자는 네덜란드에 대항하는 세력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미친 듯이 사이자는 아딘다를 찾기 위해 구석구석 찾아 헤맸다. 허나, 운명은 예측할 수 없는 것. 악마의 화신이 된 네덜란드 군대가 쑥대밭으로 만든 한 마을에서 사이자는 아딘다의 아버지와 세 자식이 죽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마을에는 피가 강처럼 흘렀다. 찔랑까한에서 배를 탔던 사람들은  고향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사이자의 얼굴 표정에는 감당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가 드리워진다. 그 근처에서 이미 강간당해 죽은 아딘다를 보게 된다.
 
슬픔과 분노로 절규하며 사이자는 갖고 있던 칼로 미친 듯이 군인 몇 사람을 찔렀고, 네덜란드 군대는 사이자를 죽인다. 깨어지는 하늘 사이로 그들의 꿈이 있고, 추억이 있는 고향 바두르를 가슴에 안는다. 이 세상 바두르는 이미 숨을 거두었지만 아딘다. 저 세상 바두르 농촌 마을 끝에 가면 야자나무 아래 풀밭 속에 들꽃이 피어 있을 거야. 나무들도 소곤거리며 숲을 이루고 있어. 아딘다, 햇빛과 햇빛 사이로는 너의 풋풋한 목소리가 남아있겠지. 깜보자도 그리움으로 반짝이고 있을거야. 
 
 
 
물타뚤리는 이 사랑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동화처럼 풀어 나가고 있다. 가끔 그는 글 안에서 “독자 여러분 읽기에 지루하지 않습니까.” 라는 말을 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이 슬픈 사랑의 이야기를 물타뚤리는 서술체 형식으로 리듬을 살려 풀어내고 있다. 중간 중간에 노래처럼 시를 삽입하고 있다. “내가 만약 멀라유어를 이태리어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면, 글 중간 중간에 많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물타뚤리는 말하고 있다. 
 
사이자는 노래한다. “나는 바두르에서 죽은 사람을 많이 보았어. 하얀 천으로 시신을 감싸고 땅에 묻혔지. 나는 어디서 죽을지 나는 모른다. 만약 내가 불타는 집에서 죽는다면, 내 시신 위로 불덩어리가 떨어지겠지. 집 밖은 서로 돕겠다고 떠들썩하겠지. 허나 나는 듣지 못한다. 나는 어디서 죽을지 몰라. 어머니를 위해 야자를 딸 때 만약 내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면, 숲 속에 팽겨 쳐 질 거야. 내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나, 나를 도울 수 없겠지. 다른 사람들이 사이자가 떨어졌다고 소리를 치겠지 허나 나는 듣지 못한다. 허나 내가 만약 바두르에서 죽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묻힌다면 풀이 무성한 산 동쪽 중턱에 묻히고 싶어. 그곳에서 아딘다의 사룽(치마) 자락이 풀을 헤치고 오는 소리를 나는 꼭 들을 것이야.” 
 
『막스 하벨라르』는 물타뚤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 왔다. 소설 발간(1859년)과 동시에 네덜란드 식민통치 정부를 비난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했다. 특히 이루어지지 못한 소년소녀의 슬픈 사랑에 대해 독자들은 가슴을 앓았다. 이 어둠이 힘이 되기 위해 이들의 고통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회정의와 평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자바 문학에서 사이자-아딘다는 처음으로 민중들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도 손꼽히고 있다.
 
물타뚤리는 그가 사랑하는 인도네시아 민중들의 마음과 운명을 이해했고, 그들의 삶을 함께 아파하면서 그들과 함께 흘러가고자했다.  
 
<참고문헌> 
양승윤(번역) 배동선(영문초역) 『막스 하벨라르』 시와 진실, 2018, 9월 출간 예정
김영수박사학위논문 ‘탈식민 행위의 성과와 한계를 중심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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