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창작 클럽 (87) 해변의 모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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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모스크
시/ 채인숙
느린 파도의 굴곡처럼
구부러진 등뼈를 가진
여자들이
발목을 드러낸 채
해변으로 들었다
구부러진 등뼈를 가진
여자들이
발목을 드러낸 채
해변으로 들었다
아무도 울지 않는
장례를 끝내고
옛날 예배당의
오르간 소리 같은
꾸란을 외우고 있었다
옛날 예배당의
오르간 소리 같은
꾸란을 외우고 있었다
밀려오고 스러지는 것은
파도의 일이 아니라
바람의 일
예, 하지도
아니오, 하지도
못하고
당신을 놓는 일
파도의 일이 아니라
바람의 일
예, 하지도
아니오, 하지도
못하고
당신을 놓는 일
모스크의 둥근 지붕 같은
하얀 히잡을 쓰고
표정을 잃은 여자들이
바다를 향해 섰다
하얀 히잡을 쓰고
표정을 잃은 여자들이
바다를 향해 섰다
인도양의 저녁 해가
은빛 가루를 뿌리며
오늘의 기도문을
써 내려갔다
은빛 가루를 뿌리며
오늘의 기도문을
써 내려갔다
(문학의 오늘 2018가을)
*** 시작노트
라마단 금식월이 시작되었다. 해가 비추는 시간 동안 금식하며 신이 주신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겠다는 그들의 기도가 어떤 것인지 나는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갸륵하고 성스러운 마음은 종교에서 나오지만, 인간이 가진 가장 욕되고 천한 마음도 종교를 통과하며 실현되는 걸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맹그로브 해변에서 히잡을 두른 채 천천히 모래를 밟던 늙은 여인들의 뒷모습을 보며 ‘기도’가 있어서 인간은 겨우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있다. 내게는 그 여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었다.
(사진=채인숙)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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