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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창작 클럽 (9) 살락 Salak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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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창작
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6,730회 작성일 2017-11-06 10:06

본문

 
살락  망상
                           
                 조현영
 
 
Yogyakarta 버스를 타고
살락을 까먹다가
창밖을 바라보며 우작우작 씹다가 
뱉어낸 씨를 손에 쥐고서 또 우작우작 씹다가
살락을 건네주던 앞 좌석의 일행들은 뉘신가 하다가
바깥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오래 사랑했지만 뜨겁지 않은 남자와 
싱겁지만 따뜻한 남자와
손끝에도 떨리는 남자와 길을 떠나고 싶다
 
둘이 함께 우작우작 살락을 씹다가
맛있어.  무심히 말을 건네어도
정말.   정성스레 답하는 
살가운 남자와 떠나고 싶다
 
둘이 함께 우작우작 살락을 씹다가
덜컹덜컹 버스 뒤에서 불시에
살락보다 달콤한 입을 맞추고
아무 일 없던 듯 우작우작 소리를 입안으로 느끼며 
함께 덜컹거리며
 
애쓰지 않아도 죽이 맞아 우작우작거리는 남자와 
버스 뒷자리에 앉아  오래도록 덜컹이며 어깨를 부딪히고 싶다
버스 뒤에 앉아 우적우적 살락을 씹다가
손에 쥐었던 씨를 빈 옆자리에 슬며시 놓으며 
혼자 하는 살락 망상
 
* 이 글은 데일리 인도네시아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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